요리할 때 내 영혼은

대충 하지 말자는 반성문을 가장한 먹거리 탐구 보고서까진 아니고 그냥 글

by 조이아

계란을 툭 깨서 연속 두 개를 쓰레기로 버린 적이 있다. 상해서가 아니었다. 계란은 그릇에, 계란 껍데기는 쓰레기로 버린다는 게, 아무 생각 없이 계란을 싱크대 위에 젖은 쓰레기를 담는 봉지 안에 넣었다. 그것도 연속으로. 그런데 이런 경험 다들 있지 않나?


친정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는 방학에 우리 식구는 끼니 걱정을 한다. 친정엄마가 계실 때와 안 계실 때 반찬 가짓수가 달라지니까. 내가 도통 요리에 관심이 없는 탓이다.


내 특기는 간 안 보고 반찬하기다. 요리 실력이 엄청난 것은 전혀 아니고 그냥 간을 보고 싶지 않아서 안 보는 것뿐이다. 멸치를 볶고, 어묵을 볶고, 두부조림을 하고. 나중에 밥을 먹으면서야 멸치가 탔구나, 두부가 심심하구나를 안다. 점점 나아지기는 한다. 최근 만드는 두부조림은 맛있다고들 먹는다. 어제는 감자를 채칼로 채치다가 남은 덩어리는 썰어서 그건 전분을 빼 감자 볶음을 하고, 얇게 썰린 감자로는 감자채 부침을 했다. 큰애는 감자 볶음을 좋아하고, 작은애는 감자채 전을 좋아해서다. 식탁에 놓고 먹는데, "아 맞다. 엄마가 여기에 간을 안 했나 보다." 하고 그제야 감자채 전 위에 소금을 그라인더로 뿌려주었다.

얼마 전에는 둘째한테 진짜 칭찬을 받았다. "엄마가 대충 만들었어."라고 했던 떡볶이가 맛있었던 것이다. 둘째 아이는 요새 뭐 먹고 싶냐고 물으면 언제나 떡볶이라 답한다. 나도 떡볶이를 좋아해서 자주 먹는데 가끔은 직접 양념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떡볶이에는 내 진심이 담겼다. 진심이 담긴 음식이란 정말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라는 뜻이다. 내가 만든 떡볶이가 맛있을 거라고는 나 또한 기대가 없었다. 양배추를 너무 많이 넣어서 양배추 죽 같아졌거나 길거리 떡볶이 맛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라면 사리와 라면 스프의 도움을 받아왔다. 그러다가 마침 적은 양의 떡에 양념을 이것저것 섞어 넣고 만든 떡볶이가 맛이 좋았다. 그게 양념 양이 많아서인지 비율이 좋아서인지는 나도 모른다! 완제품 요리를 선호한다. 어묵이나 팽이버섯, 파를 추가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신나게 준비하고 맛있게 먹는 요리가 시기별로 있기는 한 것 같다. 예전에는 알리오 올리오가 그랬다. 담백한 맛의 파스타가 좋아서 한동안 만들어 먹었고 그것은 파리에서 살 때가 피크였다. 한 번은 어학원에서 친하던 S를 데려다가 우리 집에서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어 먹었다. 당연히 내가 만들어주려던 것인데, 그 아이가 완성시켜 주었다. 시작은 같았으나 끝이 달랐다. 올리브 오일과 마늘, 고추, 새우와 면수를 넣고 다 익은 파스타면을 프라이팬에서 꽤 많이 뒤적거리던 것이다. 그랬더니 내가 만들던 것과는 다르게 양념이 면에 고루 배어 부드러운 파스타가 완성되었다.

(사실 S는 디저트류 관련 연구를 하는 친구였고, 어학원에서 한 반이었던 우리는 뒤늦게 친해졌는데 우리 집을 아지트 삼아 한국 여자 세 명이서 몇 번 맛난 음식을 해먹기도 했다. 그때마다 요리 연구하는 S의 준비성에 탄복하고 말았는데, 샤부샤부 같은 간단한 요리를 먹을 때에도 집에서 토핑 양념을 따로 만들어가져 왔고, 순댓국을 해준다고 해서 너무도 놀랐는데 정말 깊은 맛이 나와서 더 감동했고 그때도 역시 뭔가 국물 맛을 위해 많은 걸 준비해서 생수병에 담아오고 또 놀란 것은 어젯밤에 만들었다며 후식 치즈케이크까지 가져온 것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니 요리는 아무렇게나 대충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확신이 든다.)


진심을 담아 요새 내가 즐겨해 먹는 음식은 샐러드인가 싶다가 불 앞에서 하는 요리로 바꾸어 써본다. 양배추, 양파, 송이버섯을 볶고 토르티야 위에 케첩, 치즈 등을 뿌리고 야채 속을 넣고 토르티야 채로 한 번 더 팬에 구워 먹는 걸 좋아한다. 치즈가 들어가서 비건식은 아니지만 속도 편하고 맛도 좋아서 종종 먹는다. 전에는 닭고기나 소시지를 구워 넣어 아이들에게도 토르티야로 해주었는데, 야채가 많다는 투정을 하고 맛있게 먹지도 않아서 최근엔 버섯, 야채를 넣어 어른들만 먹는다.

햄이나 소시지에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나는 아이들에게도 안 먹이고 싶은데, 반찬 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남편은 마트에 갈 때마다 카트에 담는다. 내 손으로는 안 해 먹이겠다 마음먹었었지만, 친정엄마도 남편도 부지런히 구워준다. 남편은 나더러 '비건이고 싶으면 맛난 반찬이라도 좀 해주면서 햄 사지 말라고 하든가'라고 말하는데, 정말 나는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친구가 선물한 비건 요리책, 내가 사 읽은 초식마녀의 <오늘 조금 더 비건>도 나는 그냥 책으로만 읽었다. 아, 책 덕분에 들깻가루에 대해 새롭게 알고 종종 순두부, 떡국을 그렇게 먹기는 한다.

우리 남편은 이제 내게 적응을 해서 고기 요리는 알아서 잘한다. 구이뿐만 아니라 수육 삶기, 최근에는 오븐으로 겉바속촉 통삼겹구이에 도전하더니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겉바속촉 해줄까, 하고 묻는다. 등갈비 구이도 할 줄 알고, 버터 치킨카레를 해주겠다며 생크림을 사 오라고 하는 우리 남편. 나는 이분이 계속 요리하기를 원하므로 말을 잘 듣는다. 그리고 우리 남편은 레시피의 말을 충실히 듣는다. 시간도 양도 딱 맞추니 맛있는 음식이 완성되고. 아이들은 이렇게 아빠가 해준 요리를 맛있게 먹고 둘째는 주말마다 그 일을 일기로도 적곤 한다. 일기는 월요일에 제출해야 하니까.


오늘 점심은 있는 밥을 어떻게 먹을까 궁리하다가, 따뜻한 밥에 버터를 녹인 후에 간장을 두어 스푼 넣어 비볐다. 계란 프라이도 했다. 밥을 먹어보니 영 심심하다. 담아 두었던 배추김치를 프라이팬에 대충 볶아 밥 위에 올렸다. 맛이 좋아서 아이들도 만족해했다. 다 먹을 때쯤 알았다. 깨소금과 참기름을 넣었더라면 더 나았을 건데. 조금 부족하면 어떤가, 나도 먹고 싶어서 한 요리는 어쨌거나 맛이 좋은 걸. 남편처럼 정확한 양과 시간을 따질 여력은 없다. 앞으로도 대충 넣게 될 양념들이 그저 너무 짜거나 싱겁지만 않길 바란다.

이렇게 쓰고 보니 결론적으로 우리 식구들이 안 되었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든다. 어쨌거나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조금 번거로워도 하게 되니까 먹고 싶은 음식을 자꾸 떠올려 보아야겠다는 것으로 결론을 정한다!


* <밤에 우리 영혼은>이라는 아름다운 영화가 있다. 요리할 때 내 영혼은 어디로 가는가 하는 질문으로 따라 해 본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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