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무튼, OO'은 무엇인가요?

내게 기쁨을 주는 건 뭘까, 나의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찾으며 살기

by 조이아

2학기 첫 국어 시간에 학기의 진도 및 수행평가 계획을 안내하고 나만의 '아무튼'을 구상하는 활동을 했다. '아무튼' 시리즈는 출판사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가 함께 만드는 에세이 시리즈이다. 내게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기쁜 대상에 대한 책인 것이다.

다양한 아무튼 시리즈의 표지, 제목, 부제를 훑어보았다. 일단 이번 방학과제 추천도서 중 하나였던 <아무튼, 비건>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계절과 어울리는(지지난 주에 개학을 하고 교실에는 여전히 에어컨이 나오니 아직 여름인 것으로) <아무튼, 여름>, 기록의 소중함을 말하는 <아무튼, 메모>를 실물로 보여주었다. <아무튼, 떡볶이>도 빠질 수 없어서 예쁜 표지 그림의 제목(홍인숙 작가의 '어머나, 행복한 세상'이다.)도 읽어주면서 환심을 샀다. 책의 크기는 인터넷 서점으로는 가늠하지 못 하니까, 같은 크기의 책을 보여주며 내 애정을 표현한 것이다.

인터넷 서점 화면을 함께 보면서 우리는 제목을 읽었다. <아무튼, 외국어>, <아무튼, 발레>, <아무튼, 요가>, <아무튼, 언니>, <아무튼, 달리기>, <아무튼, 계속>, <아무튼, 문구>, <아무튼, 식물> 등등. 중간중간 부제를 읽고, 숨도 쉬고 <아무튼, 술>과 <아무튼, 술집>도 아무튼 소개를 했다. 그리고 나만의 <아무튼, OO>을 정해보자고, 부제도 써보자고 했다. 학생들은 '치킨', '수학(!)', '아침', '인생(통이 크다)', '가사', '새벽', '잠', '내 방', '고양이', '축구', '라면' 등 다양한 제목을 거론했다. 학생들의 제목을 듣고 보면서, "아, 이 책은 아직 안 나왔어." 혹은 "오, 모든 중학생들이 공감할 것 같아." 추임새를 넣으며 부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좀더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우리는 저자 소개도 써 보았다. 책과 미리보기를 통해 저자 몇 분을 소개했다. 김한민, 요조, 정혜윤 작가처럼 자신의 직업과 이전 작품의 제목이 쓰여있는 소개는 감히 따라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튼, 딱따구리>의 박규리 작가처럼 제목의 '딱따구리'와 연관된 저자 소개를 우리도 써보자고 긴 저자소개를 읽어주었다. <아무튼, 반려병>과 <아무튼, 후드티>의 저자 소개도 도움이 되었다. 열여섯 해의 삶의 행적을 자신이 정한 제목과 관련지어 써보는 시간이었다. '가사'를 쓰겠다는 학생은 작사의 힘듦에 대해 그러나 그 빛나는 순간에 대해 적었으며, '고양이'는 자신이 언제부터 고양이 두 마리의 시중을 드는 집사가 되었는지를 썼다. '새벽'을 쓴 학생은 자신이 종종 수업시간에 조는 이유에 대해 썼는데, 새벽 시간의 고요함과 충만함을 어찌나 잘 묘사했는지 앞으로 그 학생이 졸 때면 자기만의 새벽 시간을 즐겼으려니 하고 넘어가주고 싶을 정도였다. 가장 빛나던 저자 소개는 '아무튼, 빙수'를 쓰겠다는 학생의 것이었다.

"2021년 최고의 빙수맛집탐방 전문가, 세계최초 '7일 1빙수' 공식 제작자"

정확한 단어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직함까지 적어주었다. 이 학생은 이미 1학기에도 한 번 빙수예찬을 했었는데, 방학 내내 빙수사랑은 여전했나 보다.


앞으로도 국어시간에는 이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활동을 계속해나가겠다는 말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오늘 한 것처럼 여러분도 책의 저자가 될 수 있다고. 누구에게나 신나게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내가 힘주어 말한 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자꾸만 생각하고 생각하면 좋겠다는 거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나를 만든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한다. 우리 중학생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면 좋겠다. 선택을 하건 방향을 결정 짓건,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나만의 여정과 지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마스크를 쓴 채로 크게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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