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고독 사이에서, 저쪽을 그리워하기

여전히 헤매는 나를 내가 이해하고자

by 조이아


나 혼자를 지키기에도 벅차던 10월이 지나고 시선을 밖으로 보냈다. 오랜만에 문화생활을 위해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를 보다가 가고 싶은 음악회를 발견했다. 아티스트 데이트는 홀로 해야 하지만 그간의 외로움을 달래 볼까 함께할 이들을 찾았다.

단톡방에 다짜고짜 음악회를 가자고, 같이 가실 분은 오늘 몇 시까지 알려달라고 했다. 정기적으로 만나는 분들의 단톡방이다. 시간이 가도 읽었다는 숫자만 줄어들 뿐 답장은 없다. 만날 때마다 같이 뮤지컬을 보자, 미술관을 가자, 여행도 가자던 분들이어서 나는 조금 실망을 했다. 수능을 앞두고 심란한 분도 계실 테고 한동안의 연수로 일상이 바빠질 분도 계셔서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아무런 답이 없다니. '혼자 가지 뭐' 하는 생각에 서글픔이 더해졌다.

XY 염색체를 가진 동거인들을 떠올려본다. 학원을 빠지게 하기도 그렇고, 포켓몬 잡으러 가자고 꼬드길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러다가는 음악에 집중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큰아들 밥 챙겨줘야 하니까 또 안 된다. 셋 모두를 데리고 가기에는 너무나 내 취향인 콰르텟 연주에 마음을 다소곳이 접었다. 늘 그리운 책친구를 떠올리려니 그쪽 아이 생각에 말도 못 꺼냈다. 나는 왜 대전에 살아서 이렇게 친구도 없는가. 동료 선생님들에겐 왜 같이 가자고 말도 못 하는가. 학년말 다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바쁠 텐데 저녁 공연을 보자고 할 용기 없는 내가 마음에 안 들었다.(그런 우리가 지난달에는 와인을 마시며 밤까지 있었더랬지. 그러니까 안 된다. 너무 자주 만나지 말고 아껴두리라. 나는 이 사람들을 정말 좋아한다.)

이웃 언니들에게 연락을 했다. 덕분에 문화생활하겠다는 산뜻한 대답과 수능 감독 대기라 어렵겠다는 대답 사이에서 내 마음은 간질거렸다. 내 오랜만의 제안에(이 언니들에게 함께 아트시네마에서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던 게 몇 년 전인지!) 결국은 티켓 예매 사인이 떨어졌고 세 개의 티켓을 예매하면서 들썩이던 마음이 보드라워졌다. 내 주관적인 선택을 믿고 따라주는 언니들에게 고마웠음은 물론이다.

오랜만에 하려는 문화생활에 교우관계를 더하려니 오히려 더 외로운 느낌이었다. 만날 사람, 나눌 사람을 떠올리는 내 마음이 그랬다. 그런대로 홀로 지낼 때보다 이렇게 뭔가를 함께 하고자 할 때 오히려 외로워지는 내 마음이 참 간사하다. 대니 샤피로의 책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를 마저 읽다가 내 마음 같은 문장을 만났다.(밑줄이 많은 책이다.)


바로 그 순간 나는 자유로이 문명사회로 돌아가 잠시 머무르는데, 여러 날 아무와도 말하지 않으면서 보내는 때보다 더 고립된 듯하다. 다시 한번 나는 내 안에 갇힌 기분이다, 누군가가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몇 장 앞에서는 이런 문장에 밑줄을 그어두었다.


고독을 가꾸도록 하자.


글쓰기 책이므로 혼자 있는 시간을 지켜서 글을 쓰자는 내용이지만, 내향인인 나에게는 꼭 글쓰기를 위한 시간이 아니더라도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독한 시간이 있어야 나를 지킬 수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가도 꼭 사람들을 그린다.

외로움과 고독 사이에서 줄을 타면서 저 너머를 그리워하기. 여전히 삶 속에 내가 일관적이지 못한 채로 있다. 홀로 있고 싶으면서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아직도 나는 왜 이러는가 하면서 산다. 나의 이랬다 저랬다 하는 마음에 나 스스로도 어이가 없고 자신을 이해하기 어려워 안절부절못한다. 어쩌겠는가,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나를 꺼내 보이고 아직도 내 앞길 혹은 뒷길 - 내가 저지른 일들을 닦아가면서 살아야지. 내가 여전히 이렇게 헤매고 있구나 알아차려야지. 브런치북 제목을 너무 잘 지었다. 여전히 헤매는 마담 에세이.

다음 주 음악회 날이 기대된다. 음악을 듣는 시간, 내 마음은 어디를 떠돌면서 황홀해할까. 음악회의 전과 후, 언니들과 함께하면서 내 귀로 내 입으로 서로의 이야기가 들어가고 나오고 할 테지만 나는 또 금세 혼자 지내고 싶어 애가 탈지 모른다. 고단한 하루를 보냈을 우리 셋을 위해 글루콤 세 개를 챙겨가야겠다.

@ 대니 샤피로, 한유주 옮김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 마티

밤새 아프더니 확진이 되었다. 당분간은 더 외로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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