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요가 절로 나오는 남편에 대한 헌사

동동거리며 아들 따라다니다가 코로나, 격리중인 걸 부러워하는 한 남자

by 조이아

자신감 넘치는 우리 남편은 언제든 브런치에 자기 이야기를 써도 된다고 말한다. 그럼 오늘 해볼까? 피곤한 일정 끝에 얻은 코로나 이야기다. 혼자 아들들 일정을 따라다니며 종종 대던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지난주 어느 오후 큰 아들이 카톡을 보내왔다.

"엄마 저 그냥 오늘"

중학생들은 꼭 이렇게 카톡을 한다. 반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선생님 저" 그러면 나는 너무 궁금해서 먼저 '왜?' 혹은 '뭐?'라 묻고 싶지만 썼다 지우며 "응, OO이 무슨 일이야?"하고 다시 쓴다. 어쨌거나 아들은 이렇게 톡을 이어 보냈다.

"학원 안 가고 정형외과"

"가면 안 돼요?"

자세 때문에 늘 정형외과를 한번 가자고, 자꾸 등을 세워라, 허리를 세워라 했던 것이다. 가자고 할 때마다 안 간다던 애가 웬일인가 싶어 나는 이렇게 반응했다.

"오늘은 차도 없는데. 왜, 숙제 안 했어? 학원 힘들어?"

그랬더니 숙제도 다 못 하고 영어단어도 못 외웠다는 거다. 일단은 숙제도, 영단어도 외고 있으라 하고는 서둘러 퇴근을 했다. 그제야 아들이 말한다. 스포츠 시간에 발목을 접질렸는데 거기가 아프니 병원엘 가자는 거다. 걷는 걸 보니 멀쩡한데 그래도 정형외과를 가자고 한 게 기뻐서 학원에 연락하고 버스를 타고 병원엘 갔다. 정형외과 접수를 하면서 발목과 척추를 같이 봐달라고 했다.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 선생님을 만나 뵙고, 실은 발목은 핑계고 척추 때문에 오고 싶었는데 이제야 왔다고 말씀드렸다. 굽은 등 사진을 보고 의사 선생님은 운동을 꼭 해야 한다고 근육을 만들어서 허리를 세워야 한다고 단단히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개인 PT를 받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 8시로 첫째 샘플 트레이닝 예약을 해두었다. 이런 데는 남편이 데리고 가면 좋겠는데, 출장으로 일정이 맞지 않았다. 1박 2일의 출장이었다. 아들을 들여보내고 인사만 하고 나와야 하나 고민하다가, 설명도 듣고 자세 분석도 듣다 보니 한 시간을 머물렀다. 그러고는 10회 결제를 하고 왔다. 처음으로 제대로 운동을 시작하는구나 싶었다. 운동을 시작하기로 한 산뜻한 기분에, 일주일이 마무리되는 금요일 저녁이기 때문에 아들들과 영화 한 편을 보고 12시가 다 되어서 잤다. 실은 애들이 영화를 보고 나는 그 틈에 설거지며 빨래 개기, 집 정리 등을 하느라 영화는 뒷부분밖에 못 보았다.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토요일 아침 10시에는 큰아들 여드름 치료가 예약이 되어 있었다. 차를 몰고 출장 간 남편 덕에 나와 아이는 버스를 타고 피부과엘 갔다. 기다리면서 책을 읽었고, 진료를 마치고는 필요하다는 수학 문제집을 사고, 둘째의 책도 세 권 사 왔다. 점심을 해 먹고 큰아이는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둘째는 지난주부터 충남대에서 포켓몬고 하는 재미를 알아서 나를 꼬드겼다. 친구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녀온다는데 우리 애는 지난주에 자동차로 모셨더니, 이번에도 같이 가잔다. 하지만 차가 없어 버스를 타고 갔다. 가을 햇살이 따가웠다. 충남대에 도착해서 아이는 아이대로 친구들과 포켓몬을 잡았고, 나는 볕 좋은 카페에서 블루투스 키보드로 글쓰기를 했다. 바람이 불어 바싹 마른 낙엽 뒹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곧 비가 오겠다 싶어 약속한 시간보다 삼십 분 일찍 아이와 만났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비가 세차게 내렸다.

집에 돌아왔더니 큰애가 친구랑 짜파게티를 끓여먹었다며 싱글벙글했다. 환기를 시키고 오랜만에 김밥을 했다. 아들들이 좋아하는 김밥을 지난 주말에 해주겠다고 하고는 못 했던 것이다. 팟캐스트를 틀어 놓고 김밥 열 줄을 말았다. 저녁을 먹고 출발하겠다는 남편 전화에 김밥이 많이 남겠네 생각하며 셋이서 저녁을 먹었다. 설거지를 하고, 건조된 빨래를 개고, 씻고 나왔더니 남편이 왔다.

서울에서 운전하고 와서 피곤하다는 남편하고 사이좋게 글루콤을 하나씩 까먹었다. 책을 읽으려고 전기장판 위에 앉았는데 콧물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남편 오자마자 내 목소리는 코맹맹이 소리가 났다. 왜 이러지? 남편이 왔더니 뭔가 긴장이 풀린 건가 싶었다. 생각해보니 금요일 오전 근무 중에도 콧물이 자꾸 나와서 따뜻한 보리차를 몇 잔이나 마셨더랬다. 그러고 괜찮았는데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져서 낮에 바람을 맞아서인가 싶어 서둘러 잠자리에 누웠다.

밤새 몇 번을 깼는지 모른다. 목, 어깨, 등, 허리, 발목, 발바닥까지 온 근육이 아팠다. 열이 났다. 이리 누웠다 저리 누웠다 할 때마다 깨고 기침도 하고 이상했는데 꿈에서 코로나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연달아했다. 새벽에 일어났다가도 코로나 진단키트로 자가진단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또 잠들었다. 8시, 구부정한 자세로 거실로 가서 먼저 일어난 남편에게 "나 아파"하고는 자가진단키트를 방에 들고 와서 해보니 빨간 줄 하나와 회색 줄이 연하게 보인다. 그동안엔 보이지 않던 회색 줄이다. 일요일 코로나 검사 가능한 곳을 검색했다가 9시에 문 연다는 병원을 알아냈다. (남자 셋도 자가진단키트를 했는데 모두 음성이어서 혼자 갔다.) 코로나 검사를 위해 대기하는 환자들은 창문이 열린 곳에 앉아 기다렸다. 열도 났고 추웠고 가만히 앉아있기에는 근육통으로 허리가 너무 아팠다.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린 것 같다. 검사를 하고 확진을 받았다. 일요일 오후는 침대에서 지냈다.


월요일 아침, 급한 학교 일을 하고 모든 식구가 나가고 집안을 정리하려고 청소기를 돌렸다. 허리가 아프고 머리가 띵했다. 시계를 보니 9시 20분. 무리하면 안 되는 환자가 맞구나. 하루가 이만큼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지쳤다. 학교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긴장하는 오전 시간을 보냈다. 침대에서 책을 읽고 넷플릭스를 보고 또 간간이는 학교 업무를 보았다. 열이 나서 약을 추가로 먹었다. 남편이 카톡을 보내온다. 목이 간질간질하고 자기도 코로나인 것 같다고. 어차피 한집에서 지내고 한 사람이 확진되면 다 확진되기 마련이라나.

큰애가 하교하고 와서는 머리가 아프다며 자가진단키트를 찾는다. 내가 알기로 저 아이가 혼자서 저 검사를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다. 증상 나오기 전에 괜히 애들 맨날 검사하지 말라고. 힘들기만 하고 증상 없으면 음성 나올 거라며 증상 생기면 병원 와서 검사하라고 하셨던 거다. 그래서 집 앞 병원엘 다녀오라 하고 카드를 전해줬다. "다녀올게요." 하고 병원으로 향하는 큰아이의 발걸음이 너무 가벼워 보였다. 뭐야, 또 학원 가기 싫구먼. 핸드폰으로 5,000원 결제되었다는 걸 확인하고 아이에게 카톡을 보내니 답이 없다. 문소리가 나서 물어보니 음성이란다. 이 아이가 코로나면, 누가 돌보나 싶었는데 다행이었다.

남편이 퇴근하고 자가진단을 했는데 '아직 한 줄'이란다. 그러면서 내 방 안을 목을 쭉 빼고 들여다보고 마스크도 없이 음식을 나른다. 남편마저 코로나면 큰일이다 싶은데, 왜 저렇게 실실거리며 코로나일 거라 확신하는지 어이가 없었다. 나는 코도 막히고 귀도 막히고, 열도 계속 나는데, 아이들까지 아프면 큰일일 텐데! 나는 식구들이 다 나간 집에 혼자 집에 있어도, 방에 있어도 마스크를 꼭 하고 있는데 왜 조심하지 않는지 화가 다 났다. 그럼에도 집안일을 다 해주는 남편 덕분에 먹고 지낼 수 있었다. 방으로 식사며 과일을 갖다 준다.

화요일 아침, 근육통과 인후통, 열감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방 밖에서는 남편이 일어나자마자 자기는 이제 다 나은 것 같다면서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휘파람이었나? 노래건 휘파람이건 좀처럼 진취적이지 못 하고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는 단순한 노래에 평소 나는 늘 그만하라거나, 노래를 좀 바꾸라거나 하고 반응한다. 침대에 누워 늘 듣던 그 노랫소리를 들으니 코로나가 아니란 얘기에 너무나 큰 안심이 되었다.

내가 아니라 남편이 확진된다면? 내가 남편처럼 이렇게 수발을 들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나는 자꾸만 왜 코로나에 걸렸냐며 남편 탓을 하며 투덜댈 것이다. 큰아이가 확진이라면? 공부 안 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핸드폰만 들여다볼 아이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면서도 짜증을 전하고 말 것이다. 둘째가 확진이라면? 대답은 짧게 하고 유튜브만 보고 게임만 할 아이에게 친절하게 잔소리를 해대겠지. 내가 코로나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난 달 골골대던 게 면역력을 낮추었나 보다. 오늘도 열이 나고 어지러웠지만, 벌써 코로나 4일 차. 두둑이 받아온 약봉투가 날씬해지고 있다. 이제 바닥을 쳤으니 몸 상태가 좋아질 일만 남았으리라.


아이들에게 거친 목소리, 코맹맹이 목소리로 "왔어?" 하는 인사만 겨우 한다. 카톡으로 대화하고 둘째에게는 애틋한 눈빛만 보내고, 첫째에게는 요구도 좀 해본다. 첫째가 학원 가기 전 시간엔 우리 둘만 있기 때문이다. "배 좀 깎아다 줄래?" 이제껏 사과 한번 깎은 적 없는 아이다. 어찌어찌해서 갖다 준다. 크기가 다소 작아도 달콤하다. 어제 오후엔 사과를 먹겠다더니 아이가 학원 가고 싱크대에 가보니 일 제곱센티미터 정도 되는 사과 껍질들이 단풍잎처럼 쌓여있었다.


친구와 소식을 주고받다가,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와서야 몸이 안 좋더란 얘길 했더니, 내 다정한 친구가 이렇게 말해주었다. "마음 놓을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겨우 아플 수 있구나, 우리 몸은." 정말 그런 것 같다. 남편에게 의지를 많이 하고 있다. 남편이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것보다 같이 먹는 게 좋다. 이삼일 출장을 간다고 하면 빈자리가 크다. 키나 몸집, 집안일하는 손 등의 물리적인 면뿐만 아니라 그의 소리가 그립다. 어디서든 들려오는 노랫소리, 우렁찬 목소리, 가끔은 다른 신체기관에서 나오는 소리마저 가족 모두에게 웃음을, 그보다 더 큰 안정감을 준다. 동요나 트로트나 때로는 마트 광고음악(제일 싫다)을 흥얼거리는 남편이 있어서, 내 고민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내 생활에 발 붙일 수 있다. 데이트하던 시절부터 이 사람은 늘 나를 웃게 했다. 그의 단순함이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아갈 힘을 준다.

언제나 노래가 흘러나오는 우리 남편(본인은 노동요라고 한다)은 늘 브런치에 자기 이야기를 써도 된다고 말한다. 아들들 따라다니느라 피곤한 일정 끝에 얻은 코로나 이야기, 코로나 바이러스도 누울 자리를 보고야 발현되는 나의 이야기를 써본다. 비록 격리중인 나를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금세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내 남편. 내 누울 자리, 나를 지지해주는 남편이 있어서 이런 글도 쓸 수 있다. 감사합니다, 신바람 이박사 님.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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