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세 번까지는 허용할까?
휴직 기간 중에 내가 발견한 나는, 스스로를 가만히 못 둔다는 거다. 엄마들과 얘기하다보면 애들 학교 보내고 또 잠들었다는 얘길 종종 듣는데 나는 잘 안 된다. 전날 과음을 했을 때에도 정리는 해 놓고 눕는 편이다. "나는 월요일에 청소하거든."하는 얘길 듣고 속으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아니 청소를 일주일에 한 번만 하는 게 어떻게 가능하지? 맞벌이 부부도 아니신데.
아침에 일단 청소기를 한 번 돌리고 빨래도 얼른얼른 돌려서 널어놓고 외출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시각을 다투는 일정도 10시 정도 시작이므로 가능하다. 전에 어학원 때문에 9시 전에 나가야 했을 때에도 빨래라도 널어놓고 나갔던 것 같다. 설거지는 말할 것도 없다. 두번째 휴직부터는 완전히 굳어져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저녁에도 청소기를 휘리릭 한 번 돌린다.(우리집은 1층이라 청소기 소음 걱정은 없다.) 거의 매일. 뭐 매일. 특히 아이들 방엔 이부자리를 펴기 전에 먼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놀고나면 먼지가 그렇게 많다. 인형을 흔들면서 놀고, 레고통을 뒤적거리며 노는 아이들 특성상 그렇다. 물걸레질은 힘들어서 주로 남편에게 시키는 편인데, 기쁜 마음으로 내가 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학교 끝나고 1학년 둘째가 친구를 데려왔다. 어제도 데려왔던 친구다. 전에 몇 번 친구 데려와서 놀으란 얘기를 해 놓기도 했었고, 내가 먼저 나서기 전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무척 반가웠다. 다만 어제는 곧 선생님이 오시기로 되어 있어서 아쉽게도 간식만 얼른 먹여서 보냈다. 아이들도 서운했나 보다. 이렇게 연이틀 방문한 친구, 어제 집 탐색을 끝낸 터라 곧 아이 방으로 들어가서 이것저것을 만지고 논다. 친구 엄마께 연락을 드리고, 괜찮으시면 커피라도 한 잔 하시러 오시라 권했는데 자신이 엉망이라며 거절하셨다. 나는 아이들을 놀게 두고 김밥을 만들었다. 큰아이가 어제부터 김밥 해달라고 한 터여서 이미 재료며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유로이 이방 저방을 다니며 뛰고 떠들었다. 안방 출입을 통제하자, 슬라임을 만지더니 곧 몸으로 놀기 시작했다. 큰아이까지 합세해서. 김밥을 말며 그 움직임과 고성을 듣던 나는 신경이 많이 쓰였다. 어제부터 형제가 닭싸움을 하더니 셋이서도 기어코 닭싸움을 해보는 거다. 친구 집에 놀러왔다가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란 생각에, 얼른 김밥이라도 먹이며 자제시키려고 바삐 손을 놀렸다. 테이블에 김밥 한 접시를 내놓으며 손을 씻고 와서 먹도록 했다. 흥분감이 가시지 않은 아이들은, 점심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와구와구 김밥을 입에 넣었다. 신나게 얘기하며 웃다가 친구는 사레가 들기도 해서 나는 혼자 겁이 났다. 등도 두드려 주고 물도 마시게 했더니 금세 아무렇지도 않게 또 웃어서 참말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흥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또다시 여기저기 뛰고 난리. 남자어린이 한 명만 추가되어도 이렇게 정신이 쏙 빠진다. 이래서 친구 엄마를 모시고 싶었던 건데. 혼란스러운 상황을 견디기 힘든 나는, 우리 이제 헤어지자 말하고 아이를 보냈다. 아이 엄마에게 지금 떠났다는 연락을 하고 보니 겨우 한시간 이십분 정도가 흐른 뒤였다. 괜히 김밥해준다고 아이들에게 다른 놀거리 제안을 안했나 잠시 후회를 했으나, 친구는 이미 떠났다.
아이가 가자마자 나는 둘째에게 방 정리를 하도록 시켰고, 슬라임이 여기저기 묻어있는 책상을 닦으라고도 했다. 친구가 현관 매트를 신발 신은 채로 밟는 바람에 얼룩이 생겨서 발매트를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큰아이에게는 거실 소파와 쿠션을 정리하게 했다. 그리고 나는 김밥 먹은 식탁을 치우고, 바닥의 먼지를 그냥 볼 수 없어서 청소기를 돌렸다. 청소기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물걸레질도 했다. 이렇게 청소하는 내내 웃는 얼굴이 아니었음은 확실하다. 눈치를 보던 큰아이는 "엄마, 또 뭐해?" 묻는다. "응, 설거지 해야 돼." 답하고는 바로 설거지도 못하고 정리하면서 왔다갔다 하자, "엄마, 좀 쉬어"한다. 내가 내내 투덜댄 걸 예민한 큰애가 알아차린 거다. 엄마도 쉬고 싶은데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하면서, 집앞 도서관 가서 책이라도 읽고 오겠냐는 제안을 했다. 처음엔 안 가고 쉬겠다더니 곧 가겠다고 생각을 바꾼다. 얼른 감사 인사를 하면서 "너희가 책 읽으러 간 동안 엄마는 쉴 수 있을 것 같다" 했다. 둘이 나가고 나는 드디어 커피를 한 잔, 아니 에스프레소 두 잔을 내려서 두 잔을 차례로 마셨다. 설거지를 할까 하다가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았다. 사실 바로 전에 식탁도 한 번 닦고, 빨래도 널었다. 그러면서 나는 정상이 아닌가 생각하며 글이나 써야겠다고 책상에 앉았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세탁기를 네 번을 돌렸다. 어두운 색 빨래를 아침 여덟시 경에 돌렸고, 바로 그 후에 흰 빨래를 돌렸다. 오후에는 작은아이 겉옷이 지저분해서 얼른 세탁기에 넣었고, 책가방에서 물통을 꺼내다가 물이 샌 걸 보고 그 다음으로 책가방 등을 돌렸다. 오늘도 발매트까지 세 번이다. 그리고 이따가 저녁에 혹 또 청소기를 하게 된다면, 청소기도 세 번이 된다. 사실 오전 빨래가 돌아가는 사이에, 요가한다고 거실에 매트를 깔고 엎드린 자세에서 먼지가 보여서 청소기를 한 번 할까 속으로 고민했었음을 밝힌다. 그 마음을 꾹 누르고 외출을 했던 것이다. 글 제목을 고칠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매일 청소기를 하루 세 번은 작동시키는 것 같다다다다. 나의 각성을 위해 제목은 그대로 두어야겠다.
가끔 남편은 내가 하는 이것 저것을 그만 두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요새는 불어스터디를 한다고 2주에 한번 보이스톡으로 스터디하는 사람끼리 시험을 보고 있다. 시험 때 나대신 저녁을 차리거나(파리의 아침 시간과 한국의 저녁 시간이 서로 좋다), 자신이 뭔가를 해야할 때 남편은 꼭 "이번만 하고 빠진다 그래.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지마" 말하곤 한다. "나는 이런 거 하는 게 좋은데. 자기더러 집안일 하라니까 그런다~." 하며 넘겼는데 오늘, 다시 생각해 본다.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불편한 내 마음이, 오히려 나를 쉬지 못하도록 힘들고 지치게 만드나? 일주일에 한 번 청소를 하는 그분을 나는 속으로는 비난했는데, 어쩜 그분은 마음에 평화가 가득할 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다시 따뜻한 이불 속에 눕는다는 분들은 어쩜 자신을 편하게 쉬게 두는지도 모르겠다.
브런치 아이디를 무엇으로 할까 한참 고민했다. 나는 평화롭고 평온하고 싶은데, 불어로 'tranquille, tranquillement(고요한, 평안하게)' 이런 단어를 보고 딱 내가 좋아하는 상태라 여겼다. 남자 아이 둘과 살다보면 그렇게 된다. 저 단어가 어찌나 좋던지! 단어를 보고만 있어도 옆사람에게 "Laissez-moi tranquile!(날 좀 내버려둬!)" 이런 문장을 딱 쏘아주고 싶고 그런 기분이 막 든다. 그렇다고 아이디를 '트헝킬'이라 하면 뭔가 죽일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져서 비슷한 단어로 'calme'을 택했다. 2음절의 '깔~름'이란 소리가 무겁지도 않고(사실 가벼운 이미지를 주는 것 같다.) 이뻐서. 내 이름을 'calme(평화)'라 해놓고 나는 내 마음의 평화에 이르기가 이리도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