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아이디어와 만나는 시간

1분 쓰기가 주는 마법의 집중력

by 조이아

"1분 동안 쓰는 겁니다. 쓰다가 지우지 않고, 고치지 않고, 멈추지 않아요. 생각나는 대로 씁니다. 준비. 시작!"

조용한 시간이 채워진다. 글감 하나를 주고 그에 대해 떠오르는 대로 쓰도록 한다. 쓰다가 머뭇거리는 아이가 보이면, "멈추지 않고 씁니다. @@이 계속 써요." 한다.

"자, 그만. 쓰던 문장을 마무리합니다."

내용은 상관없이 같은 시간 동안 누가 많이 썼는지 세어본다. 보통은 60자 정도를 쓰는데 80자 이상 쓴 사람을 찾는다. 100자를 넘기는 학생도 있다. 그에게 작은 사탕 하나를 건넨다.


연습을 했으니 한 번 더 해보자고 부추긴다. 글감을 제시하고 시작을 알린 다음, 나도 내 공책에 생각을 써나간다. 반의 분위기에 대해 쓰거나 누가 멈췄다가 썼는지, 앞 반에서 책 소개한 것에 대한 자평도 하고, 배가 고프다는 얘기도 써본다. 1분이라고 해놓고 3분이 흐르도록 쓰게 두는 동안 내 눈치를 보는 학생이 생긴다. 반에 따라 아무 말 없이 흘긋 나를 보다가 말다가 하는 아이도 있고, 적극적인 분위기의 반에서는 "아직 1분 안 지났어요?" 묻는 학생도 있다. 그저 작은 소리로 "아, 팔 아파." 하는 아이도 있다. 그러면 나는 "계속 씁니다. 멈추지 않아요."를 한 번 말하고 묵묵히 손을 놀린다.

"그만!"

가려두었던 타이머를 보이며 우리가 3분 동안 글을 썼다고 하면, 아이들은 저마다 재잘댄다.

"어쩐지! 너무 긴 것 같다 했어."

"아까 쓴 것보다 많이 써서 신기했는데 3분이었다고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손 털기, 손목 운동을 좀 하자고 제안하면 부산스러운 움직임과 함께 아이들의 긴장이 풀리는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나는 그들에게 묻는다. 쓰는 동안 어떤 기분이었느냐고, 선생님이 원망스러웠는지 아까보다 술술 글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는지를 한 분단에 앉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묻는 거다. 그러면 시간이 너무 길어서 힘들었다는 반응보다는 자기가 이렇게 글을 많이 쓸 수 있을지 몰랐다며 재미있었다는 반응이 더 많이 나온다.

자기가 쓴 글을 읽고 글감에 부합하고, 다음 모둠 토의를 할 때 쓸 만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 부분에 색연필로 밑줄을 긋게 했다. 그리고는 이 분위기에 이어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고 제안한다. 이번에는 2분 쓰기를 하자며, 문장으로 주제를 준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만하자거나 하기 싫다거나 하는 학생은 없다. 모두가 2분 동안 고요하게 자기가 쓰는 글, 자기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시간이 얼마나 신기한지 모른다. 스물여덟 명이 자기 공책에 쓱싹쓱싹 글을 써나가는 시간, 공기의 흐름마저 달리 느껴진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지금 이 순간, 집중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흐뭇하다.

1분, 3분, 마지막 2분까지 도합 6분의 시간 동안 공책의 거의 한쪽을 채운 아이들에게 말한다. 이 글은 누가 쓴 것이냐고. 어떤 참고 자료도 없이 내 감정, 내 생각으로 채운 문장들이 뿌듯하지 않으냐고. 우리에게 시간만 주어진다면 내 생각을 이렇게 써낼 수 있다는 감각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기록의 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고 한다. 내 손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빠르게 흘러가는 자기 생각의 속도를 본인은 알 것이다. 반듯반듯한 글씨를 쓸 수는 없었을 테니까. 수많은 그 생각들을 기록하지 않으면 흩어져 버리고 사라지지만, 이렇게 써두면 언제고 다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글을 읽고 놀랄 것이다. 내가 언제 이런 생각을 했지?

십 년도 훨씬 전 1정 연수 때 배운 1분 쓰기였다. 새로 만나는 아이들과 이 시간을 채워나갈 때마다 뿌듯하다. 오늘은 줄리아 카메룬의 <<아티스트 웨이>>를 소개하는 것으로 수업을 마쳤다. 내 안의 창조성과 만나기 위한 방법으로 오늘 한 활동과 같은 '모닝 페이지'를 저자는 추천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써 내려가는 3쪽의 글은, 내 의식의 표면에 있는 생각뿐만 아니라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생각도 길어 올릴 수 있다. 여러분이 웹툰 작가가 되든 작가가 되든 엔지니어가 되든지 창의적인 생각은 어디에서나 필요할 것이니 이런 글쓰기 방법을 알아두면 좋을 것이고, 우리는 종종 이렇게 글을 써보겠다는 안내를 덧붙였다.


올해 만난 아이들이 이백팔십 명인데 오늘까지 그중 두 명이 내게 와서 말했다.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사춘기라는 우주>> 샀어요, 지금 읽고 있는데 좋은 것 같아요."

"선생님, 저 이 책 빌렸어요."

“어머, 그랬니? 어른들이 많이 읽어야 할 책인데. ”

중학교 2학년의 사춘기를 지지한다는 얘기를 꺼내기 위해 소개한 건데 이렇게 책을 읽고 있다니 책임감을 느낀다. 분명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가 좋았으니까 또 황영미 작가님의 책을 읽는 거겠지만.

오늘 소개한 책도 누군가에게는 창조성의 씨앗으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또 오랜만에 모닝페이지 시동을 걸어본다. 올해 해야 할 창의적인 업무가 산더미다. 당장 이번주에는 독서동아리 아이들 스물 세명, 무려 책 쓰기를 해보자는 독서동아리를 처음 만난다. 그들과는 어떤 이야기가 기록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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