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중2들과 함께 한 한 달을 마무리하며
드디어 3월이 갔다. 종례를 하면서 3월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얘기하다가 다 같이 박수를 치고 말았다. 나에게는 기쁨의 박수였고, 박수를 치면서 극강의 힘듦이라는 3월의 의미가 학생들에게는 와닿을까 싶었지만 힘차게 손뼉을 쳐댔다. 그러고 보니 그 박수는 낯선 환경에서 적응해 낸 자신들에 대한 수고의 박수이기도 했겠다.
새롭게 만난 우리 반 학생들은 조용한 아이들이 많은 편이었다. 주변을 사려 깊게 살피고 침착한 비율은 반 분위기 또한 그렇게 만들었다. 아이들과 주고받는 미니공책에 우리 반에 대해 써보라고 했더니, ‘우리 반은 조용하다.’가 많았다. 그래서 공부하기 좋다는 의견과 ‘우리 반은 너무 조용해서 내가 나서서 분위기를 띄워볼까 싶은데 못하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조금은 튀는 학생 덕분에 간간이 소리 없이 웃는 일이 있었고 나는 이런 우리 반이 금세 좋아졌다.
금요일 6교시는 우리 반 국어시간이다. 이 수업을 마지막으로 한 주를 마치는 것이다. 어제 3월 31일도 마찬가지로 수업을 하는데, 평소와는 다른 게 훈훈한 기운이 흘렀다. 나는 속으로 의아했다. ‘뭐지? 이 기운은?’ 아이들이 이제야 본성을 드러내는 건가?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마다 진행하는(진행하려고 하는) ‘책이 있는 우리 반’ 시간을 이날은 놓쳤다. 번호대로 한 명씩 돌아가며 책을 한 권씩 추천하는 우리 반만의 이벤트인데, 준비해 온 학생이 있으면 그 시간을 달달하게 만들고 싶어서 내가 간식을 나눠준다. 어제는 다른 반 4교시 수업을 늦게 마쳤다. 태블릿을 사용하고 그걸 태블릿장에 번호대로 넣는 데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우리 반에 들어가니 책 소개를 할 아이가 ppt 화면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발표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이다. 점심 먹으러 갈 순서도 그렇거니와 자기 동아리 봉사활동도 해야 되어서 마음 졸였나 보다. 내가 늦었으니 다음으로 미루되 준비했으니 간식은 다 같이 먹자 하고 미루었다. 그 덕분에 6교시 국어시간 시작할 때 작은 초콜릿을 하나씩 나눠주었는데 그 덕분이었나, 아이들의 얼굴에 온화함이 어린 까닭은? 이 작은 것 하나로 분위기가 달라진다니!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더없이 귀여워진다.
수업을 마치고 우리 반 휴대폰 가방을 기다리는 사이 허리를 두드리다가 “왜 이렇게 허리가 아프지?”라고 했더니 우리 반에서 유일하게 얘기하기 좋아하는 기역이가 “죄송합니다.”한다. 이렇게 재치 있는 기역이를 예뻐해야지. 벌써 학교 기물을 파손해서 배상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주고받은 니은이를 예뻐해야지. 눈 마주치면 반달눈이 되도록 웃는 디귿이도, “선생님, 오늘도 7교시 수업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인사해 주는 리을이도…….
학부모 상담주간이었다. 목요일에 있는 학교설명회에 참석한 분들이 여덟 분, 그밖에 전화 상담이 여러 건. 우리 스물여덟 명 아이들 가운데 학부모 상담 신청을 안 하신 분은 네 분뿐이었다. 시간도 많이 걸렸고 마음도 많이 쓰였다. 학부모님들이 오신다는 날 아침에는 오른쪽 귀에서 바람소리가 들렸다. 일주일 간의 상담을 마치고 난 주말 아침, 또 오른쪽 귀에서 바람소리가 들렸다. 기상 시간에만 그래서 다행이다. 3월의 나날이 꼬박꼬박 흘러 드디어 4월 1일을 맞이했다. 토요일 아침 8시 30분 학원 보강이 있다는 아들 덕분에 이렇게 나와 글을 쓴다. 조금은 더 여유로운 마음을 장착하고 또 학교생활을 시작해 봐야지. 오늘은 꼭 독서동아리 연락처를 저장하고, 밴드를 만들고 초대해야겠다.
@ 대문 사진은, 임진아 일력을 따라 그려본 것.
@ 임진아, <2023 오늘을 채우는 일력>, 미디어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