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 인간에게 말하기란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는 일

by 조이아

말하기에 자신이 없다. 내 차례가 오면 무슨 말을 할까 머릿속은 텅 비고, 내가 하려는 말이 이 상황과 맞을까 하는 걱정과 더불어 심장이 뛰어서 내가 떠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릴까 하는 것까지 걱정된다. 최근에 내가 참석하는 모임이라는 것은 거의 다가 독서모임인데(업무적인 회의도 간혹 참여하기는 하나 최근엔 중책을 맡지 않아서 발언의 부담이 적다), 아는 얼굴들이 있는 데에서도 떨리는데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은 더 그렇다. 줌으로 하는 독서모임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자연스럽게 말을 잘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목소리가 작을까. 학생들을 가르치는 거랑 이렇게 내 차례가 되어 발표를 하는 거랑은 다른 차원인 것 같다. 유머를 발휘해 가며 자기 이야기를 논리적이고도 맛깔나게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작년부터 학교에서 참여하는 교사 독서 모임은 열다섯 명 정원이었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국어선생님들이 다 있고, 아는 얼굴들이어도 조금은 서먹해서 모임이 시작되고 나면 나는 주로 호응을 하고 반응을 보이는 걸로 내 몫을 한다. 그 많은 분들 사이에서 내가 뭐라고 내 이야기를 떠든단 말인가. 듣기만 해도 좋은 이야기는 흘러넘치는 걸.(내가 자료를 준비해 간 때에는 달랐지만.)

올해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서 교사독서동아리를 내가 주관하게 되었고 오늘 그 첫 모임을 했다. 첫 번째 책인 <가녀장의 시대>를 정한 것도 나였다. 딱 부러지지 못해 책을 안내하고도 괜히 이걸로 했나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인도 재미있게 읽었다는 후기를 들려주는 동료들이 있고, 친정부모님도 읽은 책이니까 다양한 연령대의 우리 모임에도 맞을 거라 여겼다. 올해에는 여성들만 모이게 되었으니 모두의 관심사가 아니겠나.


무엇보다도 모임을 무슨 얘기로 시작할까 많이 고민했었다. 근무하는 교사 수에 비해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해주셨다. 거의 스무 명. 이 인원으로 소통이 가능할까 걱정이 되었다. 두 팀으로 나눠서 이야기를 해야 되나. 오늘은 일단 처음이니까 다 같이 독서모임을 신청한 계기와 평소의 독서생활에 대해 나눠야겠다고 계획했다. 그러면서 모임에서 내가 건넨 얘기는 이러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해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독서동아리에 신청하신 이유는 아무래도 제가 매력적이어서일까요?”

나는 작년에 독서모임을 맡아주신 선생님의 인자함에 끌려 참여했으니까. 물론 웃자고 한 말이었다. 한바탕 웃음이 지나가고 나는 말을 이었다. 다들 책 읽기를 좋아하셔서 오신 것 같다고, 그리고 작년 우리 모임이 좋았다는 소문을 듣고 오신 것 같다고 말이다. 그래서 돌아가며 한 마디씩 동아리 신청 이유를 말씀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특히 기존회원분들께는 작년에 독서모임을 하면서 좋았던 것들을 곁들여 달라고 했다. 독서모임 증언과 독서에 대한 각오가 이어졌고, 고맙게도 친한 국어선생님이 자기 이야기 끝에 나의 팬이어서 왔다고 해주어서 또 웃었다. 훈훈한 분위기 덕분에 나의 긴장은 사그라들었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자신과 가족과 학교와 시대를 오가며 흥미롭게 이어졌다. 작년 같았으면 나는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요’만 하다가 끝날 때쯤에야 수줍은 목소리로 ‘저도’ 혹은 ‘저는’하며 하고 싶은 얘기를 하나 정도 얹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나눠주시는 이야기들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내가 준비해 간 생각할 거리랑 엮어 책의 일부분을 소개하기도 했고, 시계를 봐가며 정리할 시간을 가늠해 다음 모임의 책을 안내하기도 했다.


다양하고 깊은 이야기가 오간 모임이 끝났다. 홀가분한 마음에 퇴근 후에는 동네책방에도 들르고 집에 와서는 맥주도 한 잔 마셨다. 그러다가 문득, 내향적인 내가 어쩌다가 또 모임을 주최하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렇게 모임의 앞에 나서지 않고는 내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구나 싶었고. 역할이 나의 말할 기회를 넓혀주고 있다는 것도 새로 알았다.

회식 자리도 불편한, 네 명의 모임을 맥시멈으로 생각하는 I형 인간으로서 앞에 나서는 것은 전혀 나와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이렇게 집에 와서 혼자 글을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내향형인 만큼, 혹여나 나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을 나는 더 알아차릴 수 있을 거다. 물론 선생님들 중에는 그 비율이 적겠지만,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가운데 나보다 더 내성적인 학생들은 분명 있다. 그의 내향적인 면을 민망하지 않게 감싸주는 법에 대해 더 연구하고 싶다. 말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게 하는 것, 말할 기회를 주는 것, 혹은 말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실재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일 같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지난 학교 선생님들과 하는 독서모임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는 8명의 완전체가 만나야지. 열 명 이하의 규모라고 해도 나는 또 조금은 떨겠지만 좀 더 뻔뻔해져야겠어. 그러기 위해서 오랜만에 페이퍼를 준비해야겠다.

여전히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이 부럽다. 내 이야기가 들을만한 이야기인가 하는 확신이 부족한 것 같다. 나부터가 내 주변에 있는 어리고 약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생각해 본다.


@사진은 임진아 2023 오늘을 채우는 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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