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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아 Oct 29. 2023

터널, ‘익명의 교사들’의 터널

‘책읽아웃’ <괴물 부모의 탄생(김현수 저)> 편을 듣고

이번 주 금요일 ‘책읽아웃’은 김현수 선생님의 <괴물 부모의 탄생> 편이었다. 제목도 안 듣고 듣기 시작한 때가 저녁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였다. 책쓰기교육 연수의 후속모임(이런 모임은 거의 없는데 애틋한 연수라 무조건 참석했다.)에서도 지난여름의 슬픔에 대해 나누고 선생님들이 한마음으로 공감하던 차였다. 때마침 이런 책이 나왔다고 방송해 주어 퇴근길, 고마운 마음으로 듣기 시작했다.

다음날 이어 듣는 장소도 차 안. 이번엔 가족과 함께 시댁 행사에 가던 길. 저자 김현수 선생님이 나오신 건 아니고, ‘우리학교’의 편집자 홍소연 님이 이 책을 만들게 된 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괴물 부모, 몬스터 페어런츠‘라는 말은 외국에서 왔다는 것, 외국에도 교사를 향한 부모의 갑질은 있어 왔다는 것, 부모 개인의 탓이라기보다는 사회가 그런 부모를 만들어냈다는 구조적인 시선 등을 전해주셨다. 이렇게 새로 알게 된 것도 있었고, 자칫하면 괴물 부모일 수 있다는 솔직한 얘기도 해주셔서 듣는 내내 공감했다. 무엇보다도 교사의 힘듦에 대해 편집자님을 비롯해 오은 시인님, 캘리 님이 거듭 공감해 주셔서 마음이 좋았다. 방송의 끄트머리에 시인님이 편집자님께 물었다.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분들이 있을까요? 이 책을 누가 읽었으면 하시나요? “

부모들일 거라 생각하면서 듣고 있는데 의외로

“교사분들이요.”

라고 말씀하시는 거다. 우리나라 사례를(내 기억이 맞다면 이틀 만에 2천 건이 넘게 모였다고 한다.) 수집하던 때의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시면서, 선생님들께 책에 이런 내용을 실어도 될지 허락을 구하는 과정을 말씀하셨다. 연락이 오길 기다리던 일요일 오후, 놀러 나가자고 보채는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 받으셨단다.

“익명의 교사들입니다.”

마침 차가 터널 안으로 진입했는데, 편집자님이 전해주시는 저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몸을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 깜깜한 터널 안에서 저 얘기를 듣는 내내 지금 방송으로 흘러나오는 ‘익명의 교사들‘ 안에 내가 있다는 게 실감 나면서 자꾸만 배가 들썩이고 얼굴은 일그러뜨려졌다. 참으려고 할수록 입술이 실룩여지고 눈물이 하염없이 나왔다. 그냥 서러웠다. 오늘도 여의도에서는 교사들 집회가 있다는데. 지금 이 깜깜한 터널이 내 처지인 것도 같고 그러면서 이런 얘길 들려주시는 책읽아웃이 빛처럼 느껴지고 그랬다. 터널을 나와서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으며 한동안 말을 못 했다. 우는 걸 잘 못 알아차리는 남편도 언제 알았는지 운전하면서 나를 힐끔거렸다.

편집자님은 저 얘길 해주시면서 그 일요일 오후, 아이는 눈앞에서 놀고 있는데 ‘익명의 교사들’로부터 전화를 받으며 ‘책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 살펴보았다, 이런 책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얘길 듣는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하셨다. 이런 얘길 들으면서 갑자기 우는 나도 내가 너무 이상했는데, ‘익명의 교사들입니다’라고 자신을 밝히는 아니 밝히지 못하는 그 마음에서부터 울컥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마음도 ’익명의 교사들‘의 마음과 같았다. 방송에서 이렇게 다뤄주셔서 너무 고마웠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듯했다. 나서서 울지도 못하고 어디 가서 토로하지 못하는 교사들도 많은데, 그 익명에 가려져있는 교사의 마음까지 헤아려주는 듯해서 정말 고마웠다. 지난여름 이후, 주변에서 교사들이 힘들겠다는 안부 인사를 여러 번 받았지만 그 마음이 이렇게까지 전해지진 않았다. 정말 위로가 되었다.

책읽아웃의 ‘옹기종기’와 ‘어떤 책임’ 방송을 나는 참 좋아하는데, 다정함이 전해져서이다. 이번에도 그 따듯함에 크게 빚진 기분이다. 김현수 선생님의 <교사 상처>라는 책을 알고 있다. 그전부터 교사의 마음을 알아차리셨구나. 감사한 마음으로 신간을 주문해야겠다.


@제목 사진은 설레다, <검은 감정>, 자기만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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