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궁금해하겠지만 써보는 후기
브런치에 <남편의 아름다움>을 연재하고 <이과 남편의 아름다움>이라는 귀여운 책을 만든 후일담을 혹시나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실까? 실제로는 몇 분이 이렇게 물으셨다.
"책 만들었더니 남편이 뭐래요?"
"뭐, 그냥, 좋아해요."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책이 나온 걸 신기해 하기는 했다.
"진짜 신기하다."
"그래?"
내가 예상한 반응은 이런 거다. '아, 어떻게 내 얘기를 넣은, 내가 주인공인 책을 다 만들었어? 정말 신기해.'
그런데 이과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금방 책으로 만들어지지? 이렇게 다 잘라서?"
엥? 무슨 소리야?
"여기를 다 접어서 이렇게 책이 되다니."
아, 이것은 그러니까 진짜 책이라는 만듦새에 관한 감탄이었다. 종이를 재단해서 그 내지를 다 붙여서 표지가 접어서 만들어지고 하는 그게 신기하다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러고는 책을 펼치고 읽는 듯하더니 바로 덮는 거다.
"왜 안 읽어?"
"브런치에서 다 읽었잖아."
"아니야, 달라. 읽어봐."
"매일 조금씩 읽으려고."
절대로 그럴 분량이 아닌데.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다시 닦달을 했다.
"아니, 당신으로 책을 만들었는데 그걸 안 읽으면 어떡해?"
그랬더니 그제야 책을 펼친다. 책이 집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였다. 독서하는 남편 앞을 지나갈 때마다 남편은
"하하하하하"
하고 과장된 소리를 냈다. '아이고, 재밌어' 하면서. 나는 이런 남편이랑 산다.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의 김하나, 황선우 작가님이 언젠가 차릴 칵테일바 선곡 리스트로 책을 내셨다. 이름도 아름다운 <하와이 딜리버리>! 북토크 티켓과 함께 예약 주문을 한 책이 도착한 날이었다. 탄성을 지르며 택배 봉투 안에서 책을 꺼냈다. '이게 뭔데?' 하는 남편 앞에서 책 자랑을 했다.
"이번에 나온 책이야. 하와이 딜리버리. 이것 봐, 진짜 예쁘지? 이런 책을 사철제본이라고 해. 쫙 펼쳐지고."
"끈적거리는데?"
이런 반응을 하든 말든 나는 책을 펼치며 오, 이렇게 하루에 두 세 곡이 소개되어 있구나 들여다보는데 남편이
"이거 진짜 아이디어다!"
감탄을 하는 것이다. 그럼 그렇지. 언니들 책이 색감도 곱고 큐알코드로 노래도 들을 수 있고 얼마나 좋은데, 하는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남자 손에 들려있는 것은 다름 아닌 택배상자 종이! 엥? 뭐가 좋다는 거야?
"이렇게 책을 박스로 둘러서 비닐에 넣었네. 책이 끄떡없겠어, 완벽해!"
하는 거다. 뽁뽁이 비닐 안에 택배상자 종이가 접혀있고 그 안에 책이 들어있던 포장, 그게 감탄할 일인가? 아, 괜히 맘이 상하는 거다. 아니, 하와이 바람이 불어오는 이 아름다운 책을 두고 지금 무엇에 놀라는 거야. 내가 참 이런 남자랑 살고 있다.
자주 가는 버찌책방에는 <이과 남편의 아름다움>이 진열되어 있다. 남편에게 같이 가자고 할 때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안 돼, 내가 가면 아름다운 남편이냐고 사람들이 알아볼 거 아니야."
'이과' 남편 말고 '이공계' 남편이라고 제목을 바꿔야 된다던 남편. 그는 과연 아름다운가? 나랑 매우 다른 사람이라는 건 확실하다. 가만, 남편의 아름다움이 제목이었는데, 나랑 남편은 많이 다르니까, 그럼 나는 안 아름다운 아내인가. 아, 슬픈 밤이다. 그는 참으로 아름다운가? 아니어야 한다고 이제 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