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독서, 다 읽어보겠다는 선언_저자 기르는 법
9월 13일까지 살았다, 큰 펑크 안 내고. 내 독서 생활 얘기다. 이번 달 내가 낸 독서 욕심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일단 하고 있는 독서모임이 몇 개인지 세어본다. 주체로 꾸리는 모임은 두 개. 5년째 하고 있는 '책나누기'는 지난 학교 선생님들과 한 달에 한 번 만난다(방학 땐 쉬기도 한다). 학교에서 독서교육을 맡아 교사독서동아리를 운영한다. 이름은 '북토리'로 이 역시 방학 때 빼고 매달 만난다. 책쓰기 연수 후속 독서모임인 '여택' 또한 매달 만나고, 일요일 아침엔 줌으로 낭독하며 혼자라면 읽지 않을 두툼한 책 위주로 읽는다. 봄부터 '깊이 읽기 모임'이란 이름으로 단골인 버찌책방에서 신형철 평론가 전작 읽기를 하고 있다. 오프라인 모임은 이렇게 넷이구나.
하지만 종종 가는 서점에서 열리는 북토크를 자꾸만 신청해 한 달에 두 번 이상 참여한다. 당연히 책을 읽고 가야 한다. 9월에는 7일에 김금희 작가님의 <대온실 수리보고서> 북토크에 다녀왔고, 21일에는 임진아 작가님의 <진아의 희망곡>을 신청해 두었다.(둘 다 한쪽가게 테이블)
이제 온라인 독서를 살펴볼까. 4월에 야심 차게 시작한 오독오독 북클럽은 김민철 작가님이 세 달에 세 권을 하나의 테마로 연결해, 이메일을 보내주시고 매달 마지막일 줌 강연에 참여한다. 메일은 책 소개와 중간 점검 등의 안내 가이드. 그런데 이 북클럽의 핵심은 바로 답장이다. 클럽원이 글을 써서 메일을 보내면, 민철 작가님이 일대일 메일을 주시는 것! 덕분에 매달 책에 관해 글을 쓰게 된다. 책에 대해 글을 쓰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내가 그 책을 얼마나 잘 읽어냈는지 자신이 없기 마련이니까. 그렇지만 답장을 받고 싶어서 마감일 직전이라도 메일을 쓰게 된다. 이렇게 독후감을 자발적으로 억지로(?) 쓰게 되니, 책 한 권을 소화한 기분도 들고 더 생각하게 되어 참 좋았다. 그래서 지난번 <제인 에어>,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자기 결정>을 읽고 난 7월 말, 나는 메일에 이렇게 썼던 것이다.
"저는 제가 주최하는(?) 독서모임이 두 개에다가 다른 모임도 두 개 더 있는데. 어떡해요, 다음에도 오독오독 북클럽이 기대되는 걸!! ^^ 작가님 메일을 받고, 답장을 받고, 함께 읽는 기쁨 더 누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줌 강연 때 작가님이 다음 회차 책을 공개하신 순간, 동공이 흔들렸다. 아, 나는 왜 설레발을 쳤을까. 이번 책이 글쎄 <코스모스>란다. 9월의 책은 칼 세이건의 명저. 10월에는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 11월은 칼 세이건의 딸 사샤 세이건의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다행인 건 과거 책나누기에서 <코스모스>와 <종이 동물원>을 읽었다는 거다. 그렇다면 다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코스모스>가 좋은 책인 건 잘 알고 있으니까. 8월의 나는 작가님께 거짓말을 할 순 없다고 생각하며 북클럽엘 덜컥 신청했다.
그런데 이 9월이라고 하는 달에 내가 또 무리수를 두었지 뭔가. '책나누기' 이번 달 무슨 책 읽을까요, 대화하던 8월이었다. 그동안 읽었던 책을 살피다가 우리는 <사피엔스>도 읽고 유발 하라리의 3권을 읽어낸 몸이라고 자화자찬을 했던 거다. 그리고는 <넥서스>를 사두었다는 정보를 흘렸지 뭔가. 이때를 놓칠 리 없는 언니들은 그렇다면 그걸 읽어보자고 하셨고, 찬찬히 읽자는 제안으로 9월에는 1부만 읽고 오기로 했다. 나는 또 거기에다가 ‘그럼 우리 가벼운 에세이도 한 권 읽어요’ 하고 <아무튼, 리코더>를 추천했다. 나는 이미 읽었고,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어서였다. 리코더 책은 너무 좋은데, 문제는 넥서스의 1부가 참 길다는 것이었다. 집에 와서야 알았다.
'깊이 읽기 모임'에서 다루는 책은 신형철 평론가님의 첫 단행본인 <몰락의 에티카>. 발간일 역순으로 읽어 이게 마지막 책이다. 읽다가 진도가 안 나가서 지난 모임에서는 1, 2부를 다루었고 이번에는 5부를 읽고 가기로 했다. 그나마 아는 소설이 있으니 읽자고 했고 다행스럽게도 많이 어렵진 않아 읽고는 있다..... 얼마나 이해했느냐와 별개로.
이번 달 '여택'에서는 무척 흥미로운 책을 읽고 있다.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라는 책으로, 버찌책방에서 보고 ‘유용한 책일 텐데 너무 두껍군’ 나 혼자 결론 내렸던 책이나, 우리는 함께 읽어보기로 했다. 막상 줌으로 돌아가며 낭독해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그다음이 궁금해 자꾸 읽게 되는 소설 창작론이었다. 러시아 단편 소설을 나눠 읽으며 작가님이 수업하는 방식처럼 소설의 장치나 독자가 하게 되는 생각, 작가의 의도 등을 따라가게 했다. 644쪽짜리이지만 일요일 아침 8시 줌이 있어서 읽을 수 있을 거다.
'북토리'는 책을 사서 나누면서 시험 문제 출제 이슈로, '우리 10월 연휴 이후로 만남을 미룰까요?' 해두었다. 10월엔 김애란 작가님 <안녕이라 그랬어>를 읽기로 했다. 얼른 읽고 싶지만 10월로 미뤄둔다.
모임으로 읽는 책과 별개로 내가 읽고 싶은 책도 이것저것 손댄다. 인생을 바꿔 보려고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를 읽고, 메모로 창의적인 사람으로 살고자 <미묘한 메모의 묘미>도 읽는다. 시작도 안 했지만 얼른 읽고 싶은 책들도 쌓였다. 유튜브로 작가 인터뷰를 자꾸 보게 되는데 인터뷰라는 형식의 매력을 새삼 느낀다. 그렇다면 은유 작가님의 <아무튼, 인터뷰>도 얼른 읽어야 할 텐데 책장에서 아직 못 꺼냈다. 아직 내 수중에 없는 책도 너무너무 궁금해 얼른 사러 달려가고 싶다. 장강명 작가님의 <먼저 온 미래>이다. 새로운 단원에서 중학생들과 보고서에 대해 학습하고 있는데, 르포르타주에 대해 이 책을 예로 들어 ‘읽지 않고도’ 소개할 만큼 흥미롭다.
오늘 아침 오독오독 북클럽에서 10시부터 한 시간 줌으로 책 읽는 시간을 가졌다. 앤 드루얀의 한국어판 서문만 읽고 펼치지 않았던 책을 드디어 열었다. 30분이 지나자 1장을 읽게 되고, 오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읽기만 하면 되는구나 기쁘던 찰나 아들에게 데리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얼른 라이딩을 하고 나머지 5분을 다시 참여. 2부 '우주 생명의 푸가' 부분을 읽으며, 아 맞다, 나 예전에 이 부분 좋았는데 하며 마저 읽었으나 11시로 줌이 종료되자 나도 책을 덮었다.
밀린 책들을 생각하면서도 읽고 싶은 책들을 손에 드는 나. 이러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글자만 읽고 페이지만 넘기는 건 아닌가 반성이 되었다. 워낙에도 멀티로 책을 읽고 있지만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어야 하는 건 아닌가 후회하는 나날이었다. 그런데 오늘 읽은 <넥서스> 1부, '정보란 무엇인가'에서
"정보란 서로 다른 지점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무언가다. "
하는 문장을 만났다(겨우 50쪽에 나오는 문장이다). 9월에 읽을 책들이 어쩌면 어떤 정보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다. 때마침 소설 쓰기에 관심이 생겼고,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인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발전해왔으니. <코스모스>도 우주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텔링의 서사시가 아니던가. 우주 생명의 푸가, 이렇게 음악에 비유하는 장도 있으니 <아무튼, 리코더>와 <진아의 희망곡>까지 다 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 조금 억지를 부렸다.
9월의 잡식성 독서가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독서욕은 내 시간을 충분히 쓰면 채울 수 있다. 그치만 누구나 그렇듯이 일도 해야하고 살림도 해야하고 운동도 해야 산다. 그러니 나여, 이제 그만 쓰고 책을 읽자.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했다. 중년의 독서는 루테인과 함께.
@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 유발 하라리, <넥서스>, 김영사
@ 신형철, <몰락의 에티카>, 문학동네
@ 조지 손더스, 정영목 옮김,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어크로스
@ 이슬아,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이야기장수
@ 김금희, <대온실 수리 보고서>, 창비
@ 임진아, <진아의 희망곡>, 마음산책
@ 김중혁, <미묘한 메모의 묘미>, 유유
@ 은유, <아무튼, 인터뷰>, 제철소
@ 황선우, <아무튼, 리코더>, 코난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