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 주수희를 호명하며
올가을 좋아하던 서점 '작업책방 씀'이 문을 닫았다. 이미화, 윤혜은 작가님이 함께 운영하던 그곳은 서점이자 집필 공간이었다. 서점이라는 꿈의 공간도 근사하지만 쓰는 동료가 함께한다는 게 멋지고 부러웠다. 그러나 이제 내게도 쓰는 동료가 있다. 글쓰기 모임 주수희, 한 달에 한 편씩 글을 써서 올리고 만난다. 눈 밝은 주연 선생님 덕분에 빛별 선생님을 섭외해 결성된 모임. 세 사람 이름의 한 글자씩 따서 주수희가 되었다.
주수희라는 이름을 우린 자주 부른다. 식당을 예약할 때나 서점 북토크를 신청한다거나 할 때. 탐나는 문구나 예쁜 소품을 볼 때면 세 개씩 사게 된다. 만날 때마다 주고받으며 감탄하는 건 물론. 중고등학생 때 편지를 주고받는 마음이 우리에겐 여전히 있어서, 작년과 올해 받은 엽서의 절반은 주수희 멤버에게 받은 것들이다. 우리 셋을 아는 동료 선생님들께도 오늘 주수희 만나요, 자꾸 호명을 했더니 그렇게 불러주신다. 밑줄 긋기용 색연필 세트를 주수희를 위해 사주신 선배선생님도 계시다. 주수희를 따뜻하게 지켜봐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주수희라는 이 소속감은 우리 집에 고양이 있지, 하는 마음처럼 포근하게 나를 지지해 준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나만 없어 고양이'의 반대 심정, 고양이가 주는 행복을 절절히 안다. 집 밖에서도 고양이를 떠올리며 씩 웃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면 고양이를 어루만질 생각으로 버티곤 해서다. 갑자기 고양이 이야기를 하는 건, 내게 주수희는 고양이라는 존재만큼이나 든든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독서모임하고는 또 다른 결의 관계 맺음이다.
글이라고 하는 것엔 자연스럽게 사람이 드러나기 마련이라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부쩍 가까워졌다. 같은 소재로 글을 쓰면서 우리가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 알게 된다. 내면 풍경이 고스란히 나타난 글을 읽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다. 글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그동안의 생활을 나누면서는 서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중학교에서 일하고 내향인이며 두 아들을 키운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서로에게 공감하는 일이 많다. 이런 우정을 새로이 느낄 수 있다는 건 커다란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작업책방 씀에는 종종 '작가의 책상' 전이 열리고, 아이돌의 생일책방이 되기도 했다. 미화리, 혜은 작가님은 자신들의 공간을 내어주면서 다른 작가들에게 영감을 얻기도 하고, 아이돌에 대한 애정을 지닌 이들의 방문에 사랑을 체험하기도 했을 테다. 우리 주수희도 그런 동료라면 좋겠다. 서로의 성장을 지켜봐 주고 때로는 밖에서 오는 자극으로 우릴 채우는. 우리 안에 닫혀있기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경계를 넘나들며 함께 배우는 관계로. 정체되지 않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모임으로 지속하고 싶다. 주변의 감사한 분들과 씀에 대한 열망으로 연대를 넓혀 나가도 좋겠다. 쓰는 모임이라는 건 돌봄의 관계라는 걸 몸소 알았으므로.
쓰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마음을 다독인다. 함께 쓰고 읽는 과정에서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자기 색깔이 선명해진다. 서로에게 배움은 물론이고 서로를 북돋우며 새로이 도전할 수 있다.
내 곁에 쓰는 사람이 있어 든든하고도 충만한 기쁨을 느낀다. 나도 내내 쓰는 사람으로 곁을 지키고 싶고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내 안에서 자꾸자꾸 솟아오르는 이 사랑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