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절을 보내고 새로운 시절 맞이하기
2월마다 새로 만날 학생들, 학부모들을 걱정하던 게 20년도 넘었다. 내년 2월에도 새로 맞이할 업무와 사람들에 대해 불안해할 나를 안다. 2026년 3월을 앞두고 새로운 학교로 발령받았다. 그러니 작년의 나보다 걱정의 양과 질이 더 커짐은 당연하다. 하지만 겨울방학 동안, 내가 가게 될 학교라든가 업무 등을 예상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걱정은 제쳐두었다. 근무지가 정해진 지금은 또 두통이 있지만, 걱정 대신 회고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 보려고 한다.
회고, '뒤를 돌아다 봄',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의 뜻이다.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으로서 하루를 돌아보는 일의 효용을 써본다. 일기를 쓰면 내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머릿속에서 막연하게 알고는 있지만 글씨로 쓰면 다르다. 하루 전에 있었던 일도 나의 언어로 쓰인 글을 읽으면 새롭다. 내가 쓴 일기의 독자는 당연히 나. 쓰이는 내용에는 경험과 생각, 느낌도 적히지만 나에게 필요한 말도 적힌다. 불안과 두려움도 담겨 있지만 다짐과 희망 같은 것도 존재하는 것이다, 내 눈에 보이는 글자로서. 그렇게 나를 응원하는 말들을 읽다 보면 조금은 살 만해진다.
송별회를 앞두고 지나간 5년을 돌아보았다. 첫해에는 큰 학교에 적응하고, 9개의 학급에 들어가 많은 아이들을 만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업무도 새로워 늘 배우고 분주했음은 물론이다. 마음에 맞는 선생님들을 만나 독서모임에도 참여하고 서서히 부드러워진 마음으로 일했던 것 같다. 독서 교육 관련 업무를 맡게 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왔다. 다른 업무도 물론 있었지만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글 쓰고 책 만드는 일을 원 없이 했던 것 같다. 역량이 뛰어난 학생들과 지내면서 책 엮는 일을 해마다 완성해 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읽고 쓰는 내내 학생들과 동료들과 함께해서 뿌듯했다. 좋았던 시절이구나,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했구나 싶다. 무엇보다 좋은 동료들을 만나게 된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5년을 돌아보니 새 학교에서 지낼 나에게도 조금은 용기를 쥐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새로 만날 학생들도 반짝거릴 테고, 새로운 동료들 또한 좋은 인연이 될 거라 기대한다. 나를 만나는 이들 또한 기쁠 것이라는 마음도 가져 본다. 완벽할 수는 없고 사람에게 기대어도 된다는 말을 내게 해주고 싶다. 감사의 마음과 표현은 잊지 말아야겠다. 늘 감탄할 수 있는 나임을 알고 있으니, 또 새로이 좋을 시절을 기꺼이 맞이해 보자.
봄의 햇살이 펼쳐지는 이때, 무언가를 시작할 독자님들께도 회고의 여유를 가져보시라 말씀드린다. 이미 목련은 꽃봉오리를 부풀렸고, 봄바람이 대지를 흔들고 있다.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 도약할 마음을 어루만져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