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온라인개학.

코로나 이후, 온라인학교의 봄

by 조이아

온라인개학을 했다. 내일도 하고. 개학 전부터 원격수업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어쩌다 원격수업 지원을 하게 되어서 우리 학교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볼 수 있는 강의를 준비했는데 심적 부담이 컸고 아직도 크다. 어떤 단원의 어떤 내용을 준비할 것인가에서부터, 교과서 출판사가 다 다를 테니까 텍스트를 고르는 것도 까다로워지고, 저 글을 가져다 쓰면 저작권 문제는 없을까. 별 게 다 걱정이 되었다. 걱정 많은 나답게 폰트도 기본으로, 디자인도 기본으로 했다. 내가 2학년을 하기로 했는데, 2학기에는 발음에 대한 수업도 있어서 더 신경이 쓰여 이 발음이 맞나 확인하고 시를 낭송하고 그랬다. (심지어는 장단음까지 찾아보았다.)


지원단 선생님들과 학년을 나누고, 내용을 정했다. 학습 목표를 적어 놓고, 목표를 위해 수업을 디자인했다. 학원 선생님들은 어떻게 수업을 하나 유튜브도 살폈다. 중학생을 위한 시나 소설 시리즈 책을 살피며, 필요한 텍스트를 고르고 파워포인트로 슬라이드를 구성했다. 슬라이드쇼를 하면서 내가 설명할 것들을 녹음했다. 슬라이드를 보고 목소리를 들으며 수업 대본을 작성했다. 대본을 출력하여 슬라이드쇼와 내 목소리를 녹화했다. 밤에 방문을 꼭 닫아 놓고.(낮에는 늘 집에 있는 어린이들의 소음이 들어간다. 어느 밤에는 유독 피곤했던 남편이 코 고는 소리 때문에 녹음을 포기하기도 했다.) 마감 직전 주말 낮에는 식구들에게 나가 있으라고, 혹은 조용히 있으라고(남편 표현으로는 쥐 죽은 듯이 있으라고) 해놓고 했다. 편집을 하면서는 화면과 녹음을 다시 살폈다. 내 목소리를 듣기 싫어도 실수는 없는지 괜찮은지 몇 차례나 들었다.


그렇게 지원단 수업을 준비하는 틈에 3학년의 온라인개학이 있었다. 지원단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자료를 이용해도 되었지만, 울학교 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서 수업 동영상을 준비했다. 지원단 수업보다 훨씬 가볍게 접근할 수 있었다. 우리 교과서로 하면 되었고, 보고 싶은 우리 아이들이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문학 수업을 준비했다. 인트로에는 교무실 내 자리도 보여주고. 단어 뜻풀이를 하다가 그전날 우리 집 어린이가 만든 부적을 찍어 보여주기도 하고. 급기야 시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화면에 등장도 해보았다. 글만 있는 정지화면에서 부연 설명을 듣는 것이 나로서는 지겨웠으니까. 그러나 말하는 내 얼굴을 다시 봐야 하는 것은 정말 큰 괴로움이었다. 텔레비전이나 유튜브로 진행하거나 출연하는 사람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존경심이 들었다. 나는 왜 말할 때 저렇게 고개를 움직이나. 내 입은 왜 삐뚤어지나. 그래도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고 나를 달래서 PPT 화면 구석에 나를 몰아넣고, 뿌듯한 마음으로 수업자료를 올렸다.


폭발적인 반응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반가웠다느니, '선생님이 직접 했어요?' 이런 반응은 올 줄 알았다. 현재 담임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학급의 단체 채팅방도 없었고, 내가 볼 수 있는 피드백인 수업 게시판에는 첫날엔 과제가 없어서 게시글 수도 0이었다. 그다음 수업은 지원단 선생님이 준비해준 영상을 올렸다. 그때부터 과제와 함께 내가 따로 아이들에게 요구한 것은 '수업 일기'였는데, 이번 월요일부터는 그 수업 일기들을 볼 수 있었다. 차분하게 시를 읽어주셔서 좋았다느니 선생님을 봐서 반가웠다느니- 하고 복수형으로 쓰고 싶은데, 정말 딱 저거 두 건이었다. 아니 같은 내용으로 두 개씩 네 건이었을까. 우리 학교 아이들이 정말 소수이긴 하다. 우리 3학년은 두 반밖에 안 되고 모두 합해 마흔네 명이다. 이 아이들이 화면을 보기는 봤나. 틀어놓고 어디 갔다 왔나. 진도율은 100%로 나왔는데 왜 별 말이 없지. 그래도 어찌어찌 학습과제를 한 걸 보면 끝까지 보기는 본 것 같은데 별 의심이 다 들었지만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등장하는 동영상은 별 거 아닐 수 있었다. 동영상에 출연하는 이런 경험이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고, 내게는 매우 극히 드문, 희귀한 일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 일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시대다. 엊그제 주간지 '시사인'에서 역사 코너인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의 김형민 PD의 글을 읽었다. <인류를 구원해온 '연대'에 주목하라>는 제목의 글이었다.(나는 자꾸 지난주, 아니, 이건 심지어 지지난주 거였다. 자꾸 뒤늦게 읽는다. 새 시사인이 오면 지난주 거 얼른 다 읽어야지 그러면서 와~ 이 글 너무 좋다~를 뒤늦게 외친다. 지금 내 옆엔 그렇게 도합 세 권이 쌓여있네.) 연대에 대한 글이어서 희망도 느껴지고 차암 좋았는데 유독 기억에 남았던 것은, 지금의 코로나 19가 21세기를 통틀어 가장 큰 충격의 하나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문장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선 긋게 되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아니 이미 일어났을 테다. 가장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학교도 변하고 있다. 그 균열에 어지럼증을 느낀다. 수업 동영상을 만들라니, 내가 어떻게 그런 걸 하나 걱정이 앞섰다. 얼떨결에 도전하게 되었는데, 이 한 걸음이 정말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조를 맞추기 위해 기성세대는 더욱 변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발걸음에 장애물은 많다. 교육부 장관은 교사들이 원격수업 준비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는 했지만, 막상 학교에는 원격수업에 대해 처리해야 할 각종 공문이 넘쳐 난다. 접속은 잘 되는지 매일 보고해야 하고(접속은 어렵습니다), 조사해야 하고 보고하고 또 보고한다...... 다 필요한 절차겠지만 진이 빠지는 것은 물론이다. 어제까지 잘 되던 자료 업로드가 다음날 아침 오류가 나기도 한다. 기껏 문의해서 알아보면 정말 바보 같은 과정을 거치라고 알려주는데 그게 또 먹히고. 좋은 취지로 만들었을 오픈 채팅방은 또 다른 업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담임교사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심지어는 수면 시간에도 학생들 단톡방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온라인 개학 이후 아침 조회 및 오후에는 "이 수업 들었어?" 등 몇 차례나 통화를 하신다. 우리 담임샘들 정말 수고가 많아요. 뭐 온라인개학 전에도 학교 단체 채팅방에서 수시로 일거리를 받기는 했다.) 온라인개학 시대. 내 스마트폰은 더 이상 쉼의 공간이 아니다. 스마트기기로 스마트하게 날아보려는 교사들의 발목을, 각종 지원을 명목으로 또다시 붙들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학생들에게도 이전과는 다른 학교생활에 적응이 안 되고 불안하고 걱정이 많을 것이다. 평가는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수업을 다 들었는데 진도율이 0%라면 나의 출결은 어떻게 되는지 등. 이 아이들에게 코로나로 인한 3-4개월의 공백 및 온라인 개학은 어떻게 기억될까.


새로운 지평이 열린 거라고. 달라질 때라고 나를 달래 본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다른 학년의 온라인개학에 학교는 더 바빠질 거다. 수업 준비는 계속될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처럼 학교가 적막하게 느껴지는 때가 없다. 장철문의 <할머니의 봄날>이라는 시를 다른 샘의 수업을 보다가 읽었다. 어제 아침 교무실에서였는데, 왜 눈물을 참을 수가 없는 건지. 주책으로 느껴졌다. 할머니가 아까워하시던, 귀한 봄 햇살에 대한 시였다. 지금은 안계신 할머니를 그리는 그 마음이, 딱 내 마음 같아서 였을까. 귀하고 눈부신 봄볕이 운동장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빛으로 충만한 학교가 텅 비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봄꽃들은 차례로 피어나 자태를 뽐내고 벌들도 새들도 분주하다. 그런데 이렇게 빛나는 햇살로 가득한 운동장에 학생들이 없다는 게, 학생들의 소란이 안 들린다는 게 그렇게 이상할 수가 없다. 학생들 없는 이 봄의 소란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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