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귀여운 남편과의 달리기

by 조이아

25분 달리기를 설정하고 남편과 달렸다. 남편과의 달리기는 작년부터 쳐도 아직 열 번도 채 안 되는 것 같다. 런데이 초보자 코스를 끝낸 후에 내가 같이 달리기 하자고 막 졸라서, 지난주에 20분 달리기인가를 같이 했다. 남편은 나의 페이스에 맞춰 내 뒤에서 달렸다. 작년에 달리기 할 때 내가 헉헉거리고 금방금방 그만하자 했던 모습만 보았던 남편이었다. 쉼 없이 달리기를 하고 다시 집에 가까워질 무렵, "대단한데? 많이 늘었어." 칭찬을 들었다. 으쓱으쓱! 뒤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게 나를 든든하게 했고, 이만큼 연습해왔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었다. 그래서 늘 같이 달리자고 조르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던 거다.

지난주부터 주말마다 비가 오고 오늘은 비 예보가 흐림으로 바뀌어서 '앗싸, 달리기이~'하는 마음이었다. 아이들과 점심을 먹고 나서, 게임에만 빠지는 애들을 데리고 산책을 했다. 날은 적당히 쌀쌀해서 또 마음속으로 '앗싸, 달리기이~'하고 돌아왔다. 책을 조금 읽으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 네 시 무렵, 산책 때엔 겹겹이 입었던 옷 하나를 벗고, 에어팟과 쌕 하나, 목에는 손수건을 두르고 나왔다.

인스타그램에서 요조 님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그의 달리기 기록은 정말 놀랍게 빨랐다. 글쎄 오늘은 14km를 글쎄 5분대의 페이스로 달렸다는 거다! "대애단합니다아~"를 연발해 주고 싶었다. 남편에게 이 소식을 공유했더니, 오늘은 좀 더 빨리 달리자며 남편이 앞장섰다.


"달리기 하기 딱 좋은 날씨야."

25분 달리기를 설정하면, 5분마다 페이스를 알려준다. 초반에 힘들어하는 나는 5분 기록을 들으며 놀랐다. 6분대의 페이스였기 때문이다. 역시, 남편! 10분, 15분이 되어가자 갑자기 쨍해지는 하늘. 나 혼자 달리면 돌았을 반환점을 남편이 조금만 더 가자며 계속 앞으로 향했다. 날은 덥고, 해는 뜨거운 게 날씨에 배신감을 느꼈다. 앞으로는 낮에는 달리기 하지 말아야지. 왠지 그런 생각을 하자 달리기가 힘들어진다. 조금만 걷자며 런데이 앱을 잠시 멈추었더니, 남편이 쭉 가야 된다며 옆에서 부추겼다. 손수건을 쥐고 다시 이어지는 달리기. 이번에는 내가 앞에서 뛰었다. 계속 알려주는 페이스는 언젠가부터 다시 7분대가 되었다. 강렬한 햇빛과 더운 기운, 물 냄새 등 나를 거슬리게 하는 것이 많아서 덥다 투덜대다가, 하나 벗으라는 남편의 말에 바람막이를 벗고 달렸다. 훨씬 가뿐해진 기분으로 25분 달리기를 끝냈다. 아까까지는 달리기 하기 딱 좋은 날씨였는데, 이제는 더워져서 반바지가 필요하다는 얘기 등을 나누며 돌아왔다.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서 우리 집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찰나, 남편이 "우리 엘리베이터 타 보자. 나 이거 타보고 싶었어." 하는 거다. 엥? 나는 이미 문을 열고 저어기 게임하는 어린이가 보이는데 다시 문을 닫고 남편과 동승했다. 우리가 여기로 이사온지 거의 5년이 지났는데 글쎄 자기는 이걸 못 타봤다며 마침 1층에 있었던 엘리베이터에 오른 거다. 어이가 없다. 이미 20층을 누른 남편. 헐. 20층 전망이나 보고 가잔다. 경비아저씨가 우리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나는 이런 생각뿐이었다. 그렇지만 계속 웃음이 났다. 이런 엉뚱한 아저씨가 다 있나. 달리기로 얼굴은 발개지고, 땀은 뒤범벅인데도 이 키 크고 배 나온 아저씨가 귀여워 보였다.


귀여움을 탑재한 할머니는, 나의 꿈이다. 실제로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하정 작가)라는 책도 있고, 언젠가 김연수 작가가 자신의 꿈은 '할머니'가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꾼으로서의 할머니에 대해 말씀하셨던 게 특별하게 느껴졌었다. 또 영화 <어른이 되면>에서 지금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장혜영 님이 동생 장혜정 님과 함께 부른 노래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가 인상적이기도 했다. 또또 <책읽아웃> 삼천포책방에서 들었던 이야기 - 귀여움은 모든 것을 이긴다는 이야기에도 정말 공감이 되었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내 옆에 이렇게 귀여운 어른이 있었다. (오늘의 귀여움이 여기서 그쳤으면 좋았으련만, 어린이들과 함께 게임 삼매경에 빠져서 난생처음 배그도 하셨다는 건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어쨌거나 이 귀여움에 탄력을 받아 나도 귀여운 할머니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3.36km를 겨우 달렸다. 막연하게 5km 정도는 거뜬하게 달릴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그것만 달려도 무척 힘들겠다. 10km는 언제쯤 달릴 수 있을까. 달리기는 할 때마다가 도전이고 시련인 것 같다. 오늘 달리기의 페이스 분석을 보니, 1km마다 점점, 느려진다. 너무도 귀엽게 20초, 27초, 29초씩.. 이런 것도 귀여울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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