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뮤지엄패스 4일 이용기

첫 날, 내 사랑 b와, 역시 내사랑 껌딱지 둘과

by 조이아


파리에 온 지 한 달이 넘었다. 글을 쓴지는 2주가 넘었고. 그간 에너제틱한 관광객모드였는데 하나씩 이야기해 보겠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가 2주 전에 파리에 왔다. 나랑 열한살 차이. 학교 때도 둘이 잘 통해서 활동하던 사진 동아리에도 데리고 다니고, 내 결혼식이나 돌잔치 때 동영상도 만들어준 재주 많은 아이다. 한국음식을 잔뜩 싸들고 도착한 b. 음식 때문이 아니라, 둘이 함께 할 파리가 기대되어서 더욱 행복했다. 우리집에 2주 정도 머물기로 하고 짐을 푼 b와 와인을 마시며 반가운 마음을 나눴다.

뮤지엄패스 4일권을 두 개 가지고 와서, 우리는 화요일부터 뮤지엄패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주말엔 남부 여행을 가보자며 으쌰으쌰!


내가 가진 최고의 행복이자, 어떻게 보면 관광지에서는 엄청 신경 쓰이는 혹일 수 있는 두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관 투어를 다니자니 하루에 한 곳도 벅찼다. 그래도 b가 오기 전, 그러니까 파리 온지 3주 정도 지났을 때 우리는 이미 오르세 미술관, 로댕 미술관, 퐁퓌두의 현대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오페라 가르니에엘 다녀온 상태였다. b와의 뮤지엄 패스, 함께 다니되 나는 미술관 한 두 곳은 패스하며 투어를 해보자며 화요일 아침, 패스에 내 이름과 날짜를 쓰는 것으로 패스를 개시했다!!


첫 날은 시테섬에서 시작했다. 노트르담의 탑에 오르자! 9시 20분에야 집을 나섰다.(그간 아이 둘과 나의 외출 시간보다 무려 두 시간이나 앞선 시간) 날씨는 해가 쨍쨍이다. 최고 기온 37도랬나. 하필 그전날부터 8월 초까지 RER의 주요구간(노트르담, 오르세 등을 지나는)이 공사중이라서 중간에 갈아타고 가느라 땀을 좀 뺐다. 시테 섬 도착하자마자, 그러니까 지하철 역에서 나가자마자 큰아이는 아이스크림 타령을 했다. 겨우 달래서 노트르담 종탑 입구에 갔더니, 예약을 하란다. 오케이. 그 시간 10시도 안 되었는데, 줄이 짧아서 예약만 하면 바로 입장 가능한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예약하는 컴 화면을 보니, 가장 이른 시간이 오후 한 시! 허걱, 뮤지엄패스만 있으면 만사오케이에 기다리는 것도 없을 줄 알았다. 출력된 예약증을 들고 얼른 아이스크림 집으로. 두 아이를 달래준 후, 생 샤펠 성당으로 향했다.


남편과의 신혼여행 때 여기 있는 방명록에, '10년 뒤에 다시 오자' 썼던 게 이렇게 파리에서 1년 살기의 시작이 되었다. 그런데 남편을 배신(?)하고 그 분만 빼고 우리끼리 방문한 생 샤펠 성당은, 여전히 우아하고 황홀했다!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반기는 기품있는 천장!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2층에 오르기 전에, 아이들에게 "너희 놀랄 준비 해~~ "했는데, 정말 입이 딱 벌어지는 찬란한 아름다움이 펼쳐졌다! 역시 생 샤펠! '예쁘다, 멋있다'를 연발하며 감상한 것 같다. 아이들에게 엽서 한 장만 허락하여, 예쁜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있는 엽서를 하나씩 사고 생 샤펠을 나오는 길, 왠지 아쉬웠다.



시떼섬에서 멀지 않은 연구소에 있는 남편을 불러 함께 점심을 먹었다. 식당은 더위를 피하다가 들어간 곳. 그래도 까르보나라는 우릴 배신하지 않았다.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기운을 차린 후, 남편은 남편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갈 길을 향했다.


노트르담의 탑 오르기. 예약한 시간보다 일찍 가서 줄을 섰는데도 삼십분 정도 지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앞선 팀이 다음 층으로 다 올라가야, 계단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3층부터는, 그 팀이 올라갔다 내려와야 우리가 갈 수 있었다. 그만큼 좁은 나선형 계단! 우리 둘째는 까불까불하다가 계단 오르기도 전에 코피를 쏟았다!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내 손수건을 피로 적신 데이빗. 에펠탑 1층 오를 때에도 무섭다고 내 손을 꼭 쥐었는데, 이번 노트르담 때는 계단이 좁아 한 줄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등 뒤에서 그니까 실은 엉덩이 뒤에서 끊임없이 격려해주면서 올라갔다! 힘들게 올라가서 그런지 종이 있는 2층에 올라, 우리 아이들은 흥겨움에 소리를 지르며 파리를 내려다 보았다. 나도 마음 속으로는 그만큼 신났다. 노트르담 성당에 있는 가고일들과 함께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며,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4층으로 가는 계단은 더욱 좁았다. 파란 하늘과 저 멀리 보이는 에펠탑, 우리 아래로는 노트르담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의 줄을 볼 수 있었다. 과연 올라올 만 하다는 생각으로 내려오는 길. 온몸에서 땀이 났다. 조심조심 내려가는 둘째 뒤에서 또다시 잘한다를 연발하며 내려가는데, 우리 뒤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날씨는 여전히 더웠다. 노트르담 옆에 있는 작은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놀리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갔다. 두번째 방문인 우리 아이들은 또 피아노를 쳤고, 타자기를 신나게 쳐댔다. 나와서는 아이들의 즐거움을 위하여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카페에서 한번 더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뮤지엄패스 첫 날, 이렇게 끝낼 순 없다며 오르세 미술관에 가는 길. 부키니스트의 그림, 엽서도 구경하고, 난생 처음으로 파리 버스에 올라탔다. '카르네로도 탈 수 있구나, 아 이렇게 하는구나' 익히며 버스에 올라 의자에 앉아 나와 b는 크게 실망했다. 버스에 전혀 냉방장치가 되어있지 않은 거다. 한국의 버스를 그리워하며, 부채질을 해가며 오르세에 다다랐다.


오르세 미술관. 오후 세시가 한참 넘은 시각에도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내겐 뮤지엄패스가 있다~는 자부심은, 예약줄 혹은 티켓 있는 사람들의 줄을 보고 여지없이 무너졌다. b가 알아보겠다고 갔다가 사람 없는 줄 입구로 들어가는데, 경호하시는 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그러다가 우리 아이들의 지친 모습을 보시고는, 아이들 있으니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할렐루야! 어찌나 기쁘던지! 엄마의 이런 마음과는 다르게 우리 아이들은 여기까지 오느라 너무 덥고 지치고 힘들었다. 안되겠다, 우리 때문에 b의 미술관 관람을 망칠 순 없으니 b에게 혼자 둘러보고 오라 이르고, 나는 아이 둘을 챙겼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쉬어도 되었을 텐데 나는 뮤지엄패스 비용을 뽑을 생각에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또 너희 덕분에 줄 안서고 들어왔는데, 그림은 좀 봐야하지 않겠냐며 조금이라도 보자고 문화체험을 강요했지 뭔가. 아이 둘의 손을 양손에 잡고 전시실을 다니며, 내가 너무 무리했나 싶은 마음과 그래도 오르세 미술관에 온 게 얼마나 기쁜 일인데 너흰 이럼 되니 하는 마음 사이에서 그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우리 아이들의 관람 자세는 아름답지 못했다. 둘째는 인형 하나를 손에 들고 입으로는 끊임없이 소리를 내며 온몸을 흔들고 있었고, 첫째는 의욕 없이 끌려다니고 있었다. 한 전시실에서 안내하시는 분이 우리에게 오시더니, 뭐라고 하셨다. "불어 하십니까(Parlez francais)?" 나는 어쩌자고 "조금요(Un peu)." 했을까. 뭐라고 너무너무 길게 말씀하시는 거다. 처음엔 주의 주시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랑 같이 뭔가를 하라는 거였다. 요컨대 "코스를 요구하세요(demandez parcours)."라고 하셨는데, 저 앞에 가서 하라고! 아이들을 위한 뭔가를 하라는 것 같아 알겠다고 고맙다고 하고 그 전시실을 나왔다. 아이들도 어리둥절하다. 나는 나대로 아이들에게 '저 아줌마가 뭐라고 하셨겠니, 그러니까 너희가 미술관에서 이럼 안되는 거야' 등등을 중얼거리며 알려주신 대로 다시 입구로 향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주거나, 책 엽서 등 기념품을 파는 데 밖에 안 보였다. "parcours"에 대해 물어보니 아래로 내려가라고 하신다. 내려가서 보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미술관 감상 수업 같은 건가 싶었다. 내가 데스크에 뭘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눈치 보던 우리 큰아이, 갑자기 얼굴이 하얘지더니 "엄마, 나 그거 안 해!" 한다. 해보지도 않았는데 이런 부정적 반응은 어디서 온걸까. 지난번에 자연사박물관에서 키즈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더니, 안내해주는 샘이 애들이 불어를 하냐, 영어를 하냐~ 엄마는 들어올꺼냐 막 물었었는데 그때가 떠올라서였을까? 그때도 안했으면서. 아무튼 결국 또 우리 셋은 그냥 또 전시실을 어슬렁거렸다.

오늘은 로트렉 그림을 꼭 보자고 아이들을 끌고 다시 또 반대편 끝까지 가서 로트렉, 보나르 그림을 감상했다. 보나르 그림이 왜이렇게 좋은 거지! 아이들은 옆 전시실의 가운데 의자에 두고 그림을 감상하는 나는 아까도 말했듯이 집중이 잘 안 된다. '엄마가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하는 목소리가 자꾸 나를 다그친다.



결국 중앙홀에 앉아서 b를 기다렸다. b가 감상을 마치고 우리는 뮤지엄패스로 세 군데를 다녔다는 가뿐한 마음에 미술관을 나섰다. 마음은 뿌듯했지만 또 이 아이들을 데리고 더운 날씨에 집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급기야는 남편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 쉽지 않았을 거다. 집까지 퇴근한 후 주차장의 차를 가지고 다시 오르세까지 와주신 남편 덕분에 집까지 편안히 에어컨 바람을 쐬며 올 수 있었다. 남편이 뮤지엄 패스 첫날부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며 웃었다. 그런가, 아이들에게 너무 혹독했을까 반성을 하며, 또 이게 다 날씨 탓이라 투덜대며 집으로 돌아왔다.




2017년 7월 18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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