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세상의 기쁜 말을 전하는 정혜윤 작가님 북토크
'책쓰기 교육' 연수를 들었다. 다양한 강연 중에 대전의 독립서점 '다다르다' 서점원 라가찌 님의 강연이 있었다. 책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독립출판, 지역공동체 등에 대한 이야기를 끄덕이며 들었다. 다다르다에서 열렸던 수많은 북토크 중에 유독 정혜윤 작가님이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다. 토요일 오전 11시, 거기 모인 서른 명이 작가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눈물을 훌쩍였던 순간에 대해,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너무 기억에 남는다고 말이다. 그때 거기 제가 있었어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얘기하고 싶어서 가슴이 쿵쾅거렸다.
2020년 11월에 있었던 일을 기억을 더듬어 써본다. 작가의 북토크에 가는 일은 몇 년 전부터 나의 큰 기쁨이다. 직접 뵌 분들로는 문유석 판사님, 은유 작가님, 이슬아 작가님, 박상영 작가님, 김한민 작가님, 오은 시인님, 로버트 파우저 교수님, 나태주 시인님, 홍승은 작가님, 하정 작가님, 김신회 작가님이 있다. 독서 팟캐스트 '책읽아웃' 공개방송으로 뵈었던 - 김하나 작가님, (그날 계셨던 황선우 작가님, 신예희 작가님, 재수 작가님도!) 정세랑 작가님, 황정은 작가님, 윤가은 감독님, 김혼비 작가님도 빠트릴 수 없다. 갈 때면 책을 들고 가 사인을 받아오기도 하고, 사진으로 그 기쁨을 남기기도 한다. 그런데 정혜윤 PD님의 북토크에서는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했다. 그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는데 보잘것없는 글이 그때의 분위기를 훼손시킬까 차마 쓰지를 못했다. 2년이나 지나서 이렇게 쓰는 건, 휘발된 기억 속에서 가장 좋았던 것만 건져 올리고 싶어서다.
<<아무튼, 메모>> 북토크였다. 대기자였다가 반가운 문자를 받고 서점에서 요구한 엽서를 한 장 준비했다. 책 속에서 좋았던 구절을 써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책을 다시 들춰보았다. 좋아하는 팟캐스트 <책읽아웃>에 출연하셨던 에피소드를 다시 들으며 서점으로 향했다. 커다란 천가방을 메고 보라색 비니를 쓰고 나타난 혜윤 작가님은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도 모두를 집중시켰는데 나긋나긋한 음색과 그 특유의 콧소리는 독자들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말씀해 주신 이야기 중에 기억나는 것은 책 읽는 사람의 고독에 대한 것이었다. 책 읽기가 저자와의 대화라고들 하지만 무척 외로운 거라고. 별 얘기가 아닌 것 같아도 눈물이 차오르며 이해받는 기분이 되었다. 그다음으로 기억나는 것은, 책을 한 번 읽는 것은 미용실에서 잡지를 쓱 들춰보는 것과 같다며 책을 두 번 읽는 일의 의미를 말씀해 주셨다. 이 북토크에 가기 위해 <<아무튼, 메모>>를 두 번 읽으면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는데, 과연 다시 읽기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고 그 후로 다시 읽는 것의 기쁨을 알았다.
작가님께 드릴 엽서로 별이 그려진 것을 골랐는데 작가님이 그 엽서를 보시고 칠레의 사막에서 별을 보았던 경험을 나눠주셨다. 별이 입체적으로 흩뿌려져 있는 하늘 아래에서의 밤과 거기서 지내는 광부들의 이야기는 <책읽아웃>에서도 들었던 얘기지만 직접 작가님의 눈을 보면서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벅찼다. 까만 눈이 따스하게 반짝거렸으므로.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전하는 마음 그대로 세월호 유가족들 이야기도 해주셨다. 앉아있던 우리들은 숨죽여 흐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작가님의 반짝이는 눈빛이 앉아있던 독자들에게로 전해진 순간이었으리라.
사는 대로 글을 쓰는, 아니 글 쓴 대로 살아 내는 작가님을 만났다. 삶 자체가 자신의 신념이고 실천인 분이라 작가님의 작은 체구가 매우 단단하게 느껴졌다. 허위 없이 삶을 살아내고 존재하는 경이를 작가님을 통해, 그의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다. 북토크의 마무리에 우문을 던지고 말았다. "사진 찍어도 돼요?" 이야기가 흐르는 동안에는 그 분위기에 감히 사진을 찍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경이로운 순간을 남기고 싶었는데, 작가님은 그저 나를 안아주셨다! 더 큰 기쁨과 함께, 마음으로 기억하지 못하고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책쓰기교육 강연이 끝나고 라가찌 님께 다가가 정혜윤 작가님 북토크 때 함께 했노라고, 그때 부끄러운 질문을 던졌노라고 고백했다. 그때의 일을 써서 남기고 싶었는데 왠지 그러지 못했고 이제 다시 써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날 와서 끄적거리다가 며칠이 지나서 마무리한다.
혜윤 작가님이 북토크 초반에 어떤 도서관에서 만난 독자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시면서 그날 지갑을 잃어버려서 그때를 아직도 기억한다고 하셨다. 나는 정혜윤 작가님 북토크에 다녀오면서 초록색 스카프 한 장을 잃어버렸다. 파리 벼룩시장에서 산 실크 스카프였는데 아깝지가 않은 이 마음은 무엇인가. 스카프를 잃어버린 기억으로 정혜윤 작가님과 함께한 두 시간의 기억을 대체했으니, 스카프보다 더 귀한 걸 내어드렸어야 하지 않나 이제와 생각한다.
@ 정혜윤, <<아무튼, 메모>>, 위고
@ 정혜윤,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