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뮤지엄 패스 이용기-케 브랑리 미술관
연속 4일을 사용해야 하는 뮤지엄패스. 화요일에 개시해서 금요일까지 쓸 수 있었다. 수요일은, 아이들 학교 등록을 위해 우리가 살고 있는 구의 구청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b는 그 시간에 우리가 이미 다녀온 오랑주리에 홀로 가기로 했다. 구청을 다녀와서 점심을 먹고, 남편은 연구실로. 우린 더 쉬었다가 16구로 향했다. 아이들을 위해 케 브랑리(quai Branly) 뮤지엄에 가보려고 한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원시 미술을 위한 박물관이다. 지하철로 알마 다리까지 가서, 미술관으로 향했다.
케 브랑리 미술관은 한산했다. 뮤지엄패스로 들어가고, 아이들은 입구에서 브로셔를 다양하게 챙겼다. 안내하시는 아저씨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더니, 한국어 안내문이 없자 미안해하셨다. 어딜 가나, 일본어나 중국어 안내문은 있던데. 오디오 가이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얼마나 편하게 감상할 수 있을까. 모국어로 된 안내서, 오디오 가이드가 없어서 내가 이렇게 혼자 막 감상하나 하는 생각이 요즘 들어 든다.
내부 전시실로 들어가는 길, '강'이라는 제목으로 빛의 글자가 흘러갔다. 아이들은 좋다고 그 강을 따라 종종 거린다. 전시관에 도착하니, 어두웠다. 우리 둘째는 평소에도 내 손을 꽉 잡는데, 전시관이 무섭다며 아플 정도로 손을 잡는 것으로도 모자라 내 몸에 찰싹 달라붙는다.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각지에서 수집한 물건들이 방대했다. 원시 부족의 신앙을 위한 도구들, 인형들이 어떤 건 소박하고 귀여웠고 또 어떤 것은 섬뜩하기도 했다. 날 것의 본능을 건드리는 작품들 속에서 조금은 무섭기도 했다. 큰 아이는 신나게 이것 저것을 구경하고, 작품 속 이상한 표정을 따라하기도 한다. 작은 아이는 '언제 끝나냐, 언제 나가냐' 연신 묻고. 내옆에 딱 붙어 있는 아이 탓에 나도 벌써 지치는 곳. 그래도 타피스트리는 아름다웠고, 인디언의 가죽이며 옷은 섬세했다. 각종 도깨비들은 꿈에 나타날까 무섭기도 했지만, 어머니상은 여전히 푸근함을 가져다 준다.
큰아이가 브로셔에 있는 촛대에 꽂혀서 여기저기 찾으러 다닌다. 저렇게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불안해서 지도도 보고 찾으려는데 좀처럼 모르겠다.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기다리라고 한참 어디에 통화를. 나는 옆에서 큰애에게 꼭 봐야 돼? 괜찮다고 할까? 관리인이 오히려 기다리라고 자꾸 얘기한다. 양복 입은 아저씨가 저멀리서 오신다. 브로셔를 보여주니 아까 우리가 찾으러 갔던 곳으로 우릴 데리고 가신다. 전시실 내 지도도 다시 보시고. 여기 있어야 될텐데, 왜 없을까를 중얼거리시다가 작품이 자꾸 바뀌어서 없나보다고. 알겠다고 고맙다고 하는데도 또 우릴 한 번 데리고 다니시다가 다시금 고개를 저으시고는 그제야 가셨다. 감사합니다. 큰 아이는 그 나름대로 처음으로 보고싶은 작품이 있다고 한 건데, 조금 아쉬워했다. 내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금빛으로 빛나서 보고 싶었나 보다. 지친 둘째가 징징댄다. 다시 빛의 강을 건너서 밖으로 나갔다.
잠깐 샵 구경을 한다. 다른 미술관이랑 확실히 품목이 다르다. 원시미술에는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끄는 색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계속되는 미술관 방문마다, 아니 미술관 내 아트샵 방문마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 커서 아이들에게 참으라고 했으므로 나 또한 구매욕을 꾹 참고 그대신 미술관 안 카페에 간다. 에펠탑이 가까이에 보이는 야외 카페가 운치있다. 음료와 초콜릿무스케익도 하나 시키고 b를 기다렸다. 오랑주리랑 튈를리를 보고 오는 b. 아이들과 참 잘 놀아준다. 신문지를 꺼내더니 같이 종이접기도 하고, 아이 둘을 잘 선동하여 뭔가를 자꾸 하게 만든다. 엄마 관심을 좀 덜어도 되게 해주어서 고마웠다. 미술관을 나와 세느강도 구경하고 쉬엄쉬엄 집으로 돌아왔다. 지하철에서는 케 브랑리에서 챙긴 어린이용 브로셔에서 도깨비 같은 아프리카 가면을 구경하느라 금세 왔다.
저녁은 b표 삼계탕! 나는 시도도 못하는 것을 어린 b가 해주니 너무 좋았다. 같이 정육점에 가서 닭을 고르고 "잘라주세요."하고 가져와 양파, 감자, 마늘, 파를 넣고 삶으니 이것만으로도 맛있었다. 와인 한 잔과 함께 이렇게 이 하루도 마무리. 뮤지엄 패스 하나만 쓴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달랜다.
2017년 7월 19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