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메스니가 조연인데, 이렇게 멋진 노래라니

여행할 땐, 음악①

by SP

여행할 땐, 음악①

'여행할 땐, 음악'이란 제목으로 브런치 첫 글을 써본다.

그렇다. 김남희 작가의 책 제목을 차용했다. 올해 초인가. [여행할 땐, 책]이란 책을 십분 공감하며 읽었다. 어떨 땐 책 때문에, 책 속의 한 문장 때문에 짐을 챙기고 여행지를 결정한다. 남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설 속 인물이나 상황, 장소에 이입할 때도 있다.


책만큼이나 여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음악이다. 굳이 따지고 보면 최근 5년간 그런 여행이 많았다. 물론 내가 음악인도 아니거니와 오페라를 보려고 이탈리아 베로나로 날아간다거나 코첼라 페스티벌 직관을 꿈꾸는 행동파 음악 덕후도 아니다. 그러나 여행지와 음악에 대해서라면 꽤 수다를 떨어볼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낯선 나라와 도시를 쏘다니며 음악과 교감한 이야기라고 할까. 뭉클하고 가슴 벅찬 이야기도 있지만 혼자만 아껴둔, 아내와 나만 알아서 가끔 끄집어내 키득거리는 추억도 있다. 그런 이야기는 차차 해보는 걸로.


여행이 금지된(거나 다름없는) 시대. 음악을 통해 세계를 만나고 있다. 트롯 광풍이 불었지만 전혀 관심 없었고,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흘리며 비의 깡을 들었지만 요즘은 거의 외국 노래만 듣는다. 낯선 음악일수록 좋다. 그래야 더 낯선 세상으로, 내가 모르는 먼 곳으로 떠나는 느낌이 드니까. 그래서 열심히 듣는 라디오 채널이 EBS FM 104.5메가헤르츠 '이승열의 세계음악기행'이다. 승열이 형(워낙 오랜 팬인지라 그냥 이렇게 부른다)은 유앤미블루 시절부터 팬이었는데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듣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5월 1일, 노동절에 차를 몰고 어딘가를 가다가 세계음악기행을 들었다. 금요일은 월간지 '재즈피플'의 김광현 편집장이 게스트로 나와 다양한 재즈를 소개하는데 이날 주제는 5월을 맞아 '가족'과 관련한 음악이었다. 몇 곡의 소개 음악 중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Charlie Haden) 가족에 대한 얘기가 재밌었다. 전설적인 베이시스트 헤이든은 명성만큼 대단한 음악가족을 이뤘다. 맞이인 아들 조쉬는 아버지처럼 베이시스트가 됐고, 조쉬와 세 살 터울인 세 쌍둥이 자매 페트라, 레이첼, 타냐도 모두 가수가 됐다. 오빠는 락 밴드를 하고 세 쌍둥이는 컨트리 음악을 한다. 막내인 타냐의 남편은 영화 '스쿨 오브 락'으로 유명한 배우 잭 블랙이다. 헤이든의 아내 루스도 배우 겸 가수다. 엄청난 집안이다.


찰리는 칠순을 넘긴 2008년에 'Charlie haden family & friends' 앨범을 냈다. 가족과 여러 음악 동료들이 참여한 앨범인데 찰리의 여느 재즈 앨범과 달리 컨트리와 이지 리스닝 팝이 주를 이룬다. 그 중 아내 루스가 부른 'Down by the sally gardens'라는 노래가 심금을 울린다. 윌리엄 예이츠의 시에 멜로디를 입힌 아일랜드 민요다. 팻 메스니가 기타 피처링으로 참여했는데 모든 악기와 보컬이 차분하다. 마치 낮은 목소리로 가만가만 시를 낭독하듯이. 눈을 감고 들으면 버드나무 한 그루가 바람에 흔들리는 시냇가에서 쉬는 것 같이 마음이 편해진다. 노랫말은 또 어찌나 아름다운지. 일부만 번역해서 옮겨보면.


나의 비스듬한 어깨 위에

그녀가 눈처럼 하얀 손을 올려놓았어요

(그리고) 그녀는 둑에서 풀이 쉽게 자라나는 것처럼

인생을 쉽게 받아들이라고 내게 말했지만

나는 어리고 어리석었기에

이제 나는 슬픔으로 가득하네요


코로나 시대, 가장 많이 들은 노래가 있다면 바로 이 노래일 것이다. 먼훗날, 상상도 못했던 병이 지구를 휩쓴 시대를 돌아보면, 아픈 기억 한 편에 이 노래가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을 것 같다.

https://youtu.be/1RYfcqX8TH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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