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내 사랑

by 김경희


핸드폰, 나의 소울 메이트

학생들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는 무엇일까? 나는 아마도 핸드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핸드폰은 친구들과의 소통의 창이자, 취미 생활이자, 사회를 보는 눈이자, 과제를 해결하는 소중한 자료의 창구다. 핸드폰이 없는 학생들,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2016년, 국가 인권위원회에서는 행복 추구권과 통신의 자유를 위해 학교에서 핸드폰 사용 규제를 완화하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2018년 현재에도 여전히 대부분 학교에서는 일과 중에 핸드폰을 제출받고 있고, 규정을 어길 경우 일정 기간 압수하는 교칙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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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신나는미술교과연구회 공동수업(2005년)비디오케이스 활용 수업 / 핸드폰 사용 예절에 대한 작품

고가의 핸드폰을 매일 걷는 일이 교사들에게 어찌 즐거운 일이겠는가? 보관 중 분실하면 그대로 교사 책임이 되는데. 심심치 않게 백여 만원의 신상 핸드폰을 분실한 학생에게 교사가 사줘야 했다는 소문도 들리고, 핸드폰을 제출하고 나눠주는 과정에서 핸드폰에 달아놓은 교통카드 고리를 분실했다고 호소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학교에는 핸드폰 가방을 통째로 분실한 교사가 수 천만 원을 보상해야 했다는 믿기지 않는 소문도 전설처럼 떠돌아다닌다.(요즘 핸드폰은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수천 만원의 분실사고다.) 분실 사건이 생겨도, 학교는 교사들의 부담을 전혀 덜어주지 않는다. 교사의 보관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핸드폰 걷기는 학교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시행하지만, 그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교사 개인이 지는 구조. 교사들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핸드폰을 좀 더 절제 있게 사용해서 이런 소모적인 갈등이 없기를 바라지만, 핸드폰 앞에서 그 정도로 자제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작 교사인 나도 잘하지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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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핸드폰 명화광고(학생작품, 2010년) / 우:핸드폰을 활용해서 애니메이션 만들기(2008년)
핸드폰 보관함의 등장

2000년대 초반은 인터넷과 핸드폰의 보급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한 시기였다. MP3로 음악을 듣던 학생들이 핸드폰을 하나 둘 장만하기 시작했지만, 정작 교사들의 핸드폰 구입 속도는 느렸다. 그 사이 학생들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녹음을 하고, 인터넷으로 파일 공유를 시작했다. 그리고 책상 속에 넣어 둔 핸드폰으로 수업시간에 다른 학교나 다른 반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는 등 학습에 방해가 되는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는 그런 학생들에게 특단의 조치, 즉, 핸드폰 걷기를 시전 했다. 처음에는 바구니나 작은 상자에 걷었다. 그런데, 이게 운반하는 게 참 불편한 거다. 당시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큰 맘먹고 손잡이 달린 김치통을 사줬는데, 이게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다른 학교 선생님들에게 자랑까지 했다. '우리 학교는 김치통 사줬다.' 하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핸드폰을 걷으라고는 했지만 걷는 방법에 대해서는 교사들이 알아서 하도록 하고 있었는데 최신상인 손잡이 달린 김치통을 사줬으니, 어찌 감동이 아니었겠는가.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운반 도중에 김치통 안의 핸드폰끼리 부딪히면서 액정에 상처가 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비싼 물건에 상처가 났으니 당연히 학부모의 항의 전화가 왔다. 학교에서는 걷으라고 하고, 학부모는 그렇게 보관할 거면 걷지 말라고 항의하니, 담임들로서는 참, 죽을 맛이었다.


그러다가 핸드폰 보관 가방이란 상품이 나온 거다! 김치통에 핸드폰을 넣어 다니다 핸드폰 보관함이란 놈이 나오니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가방에 고무줄 달린 주머니를 달고, 번호 순서대로 하나씩 따로 넣게 되어 있는 구조였다. 3-4만 원의 고가였으나 담임교사들은 너도나도 사재를 털어 공동구매에 나섰다. 어차피 담임은 매 해 맡아야 하고, 학교에서는 사줄 계획이 전혀 없고. 그러니 방법이 있나? 교사들이 사재를 털 수밖에.(요즘은 학교에서 일괄 구매해서 지급하고 있다. 이건 10여 년 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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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하고 있는 갖가지 핸드폰 보관함들.(다음 이미지) 왼쪽은 핸드폰 보관함계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가방형 보관함. 핸드폰 크기가 커지면서 주머니도 커졌다.
선생님만 못 듣는 핸드폰 벨소리

어느 날, 교사 식당에서 어떤 선생님에게 학생들만 들을 수 있는 핸드폰 벨소리가 있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2006.07.15. 세계일보 기사 중(LG U+ )

'뭐? 그런 게 있어? 어떻게 걔들 귀에만 들려?'

'아이들은 MP3 같은 걸로 계속 음악을 듣고 다니잖아, 그래서 청각이 발 달해서 고주파 소리가 들린대.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으니까 안 들린다는 거야. 그 벨소리를 다운받아 놓으면 반 아이들 모두가 그 소리를 듣는데 우리만 안 들린다는 거야. 걔들 입장에서 얼마나 재미있겠어? 그야말로 선생님 바보 만드는 거지.'

그러자 한 선생님이 자신은 그 소리를 들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선생님, 내가 핸드폰 끄라고 하니까 아이들이 깜짝 놀라는 거야, 그게 들리냐고 하면서.'


사실은, 20대 후반 이상의 성인은 일정 주파수 이상을 듣지 못해 생기는 현상으로, 영국에서 이미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었던 것이 인터넷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상륙한 것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위의 대화를 나누었던 해, LG U+에서 틴벨이라는 휴대전화 벨소리 서비스를 했었다는 기사를 발견했하게 되었다. 바로 위에서 이야기한 고주파 벨소리를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기사였다! 에휴, 기업들은 예나 지금이나 돈벌이가 된다면 무엇이든 하는구나.

https://www.youtube.com/watch?v=Ig96-NNlcoA

2016년 휴대전화와 관련한 인권위 결정을 알리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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