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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Oct 04. 2018

 일 초 캐릭터

ㅡ2011.10.15  수업일기 중에서-

표정이 있는 자화상을 그리는 시간. 오늘로 3주째.

연필로 명암을 넣고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얼굴은 희고 창백하게.

이게 아이들의 모토다.

얼굴에 연필선 넣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

, ,  그리고 마치고 싶어한다.

표정이 있는 자화상(2010년.학생작품)

 어쩔 수 없이 그리기를 먼저 마친 아이들에게 남은 시간에는 캐릭터 그리기를 제안했다.


"선생님, 친구, 자기 모습까지 자유롭게 그려도 돼."


"선생님 잠깐 서 보세요. 옷이...."

", 나는 그리지 마. 다른 샘들 그려."


농담을 주고받으며 한 바퀴 도는데

한 아이가 내 모습이랍시고 그리고 있다.

실제로 보면 훨씬 이쁘다.

"샘, 이거 샘 캐릭터예요."

"뭐라고? 나는 더 이쁘게 생겼어. 이게 왜 나니?"

 아이가 캐릭터를 그린 도화지를 얼른 집어들더니 신나서 외친다.


"잠깐 보면 진짜 똑같아요. 이게 일 초 캐릭터예요. 일 초 이상 보시면 안되요."

하면서 캐릭터 그린 종이를 휘리릭 휘두른다. 딱 일 초 동안만.

아이들은 "똑같아. 똑같아". 하며 웃고 난부르스다.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

이번에는 내가 내 캐릭터를 들고 다른 선생님들에게 휘두른다.

"샘, 제가 일 초 캐릭터 보여 드릴께요. 딱 일 초만 보셔야 해요.  자세히 보면 아니구요, 일 초만 봐야 해요."


휘리릭~~


본인이 들고 휘두르니 똑같다면서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아니, 비슷한 것 보다 일 초 캐릭터라는 순발력이 더 웃기다며 함께 박장대소.


 얘들아 가끔은 미화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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