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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여행 4 사원에서는 맨발로

by 김경희

미얀마는 불교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90% 정도가 불교신자이기 때문에 사실상 불교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얀마에 불교를 처음 받아들인 것은 몬족으로, 2500년 전 미얀마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는 양곤의 쉐다곤탑을 건립한 것이 바로 몬족의 조상이다.


불교의 발상지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인도다. 하지만 현재 인도에는 불교신자가 거의 없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재 인도인 대부분은 힌두교와 이슬람교 신자다. 반면, 인도로부터 불교를 받아들였던 미얀마는 국민의 90% 가까운 수가 불교 신자다.


미얀마 역사에는 곳곳에 부처님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미얀마 최초의 왕조인 뜨가웅을 건설한 것이 부처님의 샤카족이었다는 신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후 미얀마를 순례하시면서 미얀마에 불교가 융성하리라 예언을 했다는 신화(차장섭 저, 미얀마/역사 공간 참고), 또 부처님이 직접 나타나서 미래의 국가 건설을 예언했다는 다양한 신화들이 대표적이다. 또, 미얀마의 불탑에는 부처님의 사리가 봉안된 파고다가 많다. 양곤의 쉐다곤과 슐레 사원, 짜익띠요 탑에는 부처님의 머리카락이, 바간의 로카난다 탑에는 부처님의 치사리가 봉안되어 있다. 그밖에도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있다는 탑들은 꽤 많아 문외한으로서는 헤아리기 조차 벅차다. 이쯤 되면 불교의 발상지가 인도였는지, 미얀마였는지 자못 궁금해질 정도다.

미얀마에는 유난히 황금 불탑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얀마를 황금 불탑의 나라라고 부른다. 미얀마의 왕들은 자신의 몸무게만큼의 황금을 사원에 헌납하면 내세에 성불하게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저마다 사원을 건설하고, 그 사원을 황금으로 씌우고자 했다. 미얀마의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황금 불탑이 도시의 풍경을 만들고 있으며, 어느 불교 사원을 방문하건 신심을 다해 부처님을 만나고 있는 미얀마인을 발견할 수 있다.


미얀마의 많은 사원에는 지금도 부처님의 몸에 입힐 수 있는 얇은 황금을 팔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사서 부처님의 몸에 붙이고 있다. 다만, 만달레이의 마하무니 사원 등 일부 사원에서는 오로지 남자만이 금박을 입힐 수 있을 뿐, 여자는 멀리에서 영상으로 그 장면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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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포장을 벗기면 얇은 금박이 나온다. 이래뵈도 진짜 금. 이 종이를 불상에 대고 문지르면 된다.

미얀마의 사원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신발을 벗어야 한다. 계속 신발을 벗고 신어야 하는 미얀마 여행에서 슬리퍼나 조리 착용은 필수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사원 예절이기도 하다. 사원에서는 심지어 양말도 신으면 안 된다. 처음에는 사원을 들어갔다 나오면서 새까매진 발바닥을 물티슈로 닦아내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발바닥을 매번 닦아내기가 귀찮기도 했다.) 많은 미얀마인들은 자주 맨발로 다니고, 일상생활에서 운동화나 구두보다는 슬리퍼나 조리를 신는다. 파고다 앞에 벗어둔 신발은 없어지는 일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 걱정되거들랑 신발주머니를 따로 준비하는 것도 방법일 수도 있겠다.

양곤의 쉐다곤 탑에서 시커메진 내 발바닥

미얀마 관광 일정은 A부터 Z까지,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불교 사원 방문이다. 미얀마 건축 문화는 일부 왕궁을 제외하면 불교사원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얀마 여행이 불교 성지순례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럽을 여행하면서, 성당을 보고 이것은 기독교 문화이며, 나는 지금 기독교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저 한 시대를 풍미한 문화유산으로 느낄 것이다. 나는 미얀마 여행에서 만나는 불탑과 사원들 역시 그렇게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가 미얀마의 사원에서 절을 하거나 기원을 할 것도 아니며 우리는 그저 구경꾼에 불과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적인 이유로 불교사원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미얀마 방문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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