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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여행3_양곤-껄로-인레-만달레이-바간

by 김경희

후배와 함께 떠난 총 20일의 미얀마 여행이었다. 방문한 도시는 미얀마로 향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양곤, 껄로, 인레, 만달레이, 바간의 다섯 도시였다. 다만 방문 순서에서, 바간을 가장 마지막에 방문하는 일정을 선택했다. 즉, 양곤-껄로-인레-만달레이-바간-양곤의 일정이었다.


바간을 가장 마지막으로 방문한 이유는 몇 권의 여행서적과 주변 지인들로부터의 이야기를 통해 바간 여행이 미얀마 여행에서 가장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미얀마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늦게 개방한 나라 중 하나다. 2차 대전 당시 영국, 일본의 강대국의 식민지로 오랜 시간 고통에 신음하다 천신만고 끝에 독립을 했고, 독립 후에는 오랜 기간 군부독재를 겪었고, 특히 오랜 반독재 투쟁을 거쳐 민주화가 된 국가라는 점 또한 우리와 유사하다. 그런데, 미얀마는 버마족을 비롯한 여러 소수민족 간 역학관계가 복잡한 나라여서 아직도 분쟁이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방문할 수 있는 지역도 한정되어 있고, 국경지역은 외국인 방문 불가 지역인 곳이 많다.


반면, 오랫동안 개방되지 않았던 탓인지 소수 민족의 문화가 아직 그대로 남아있어서 지역에 따라 복장, 문화, 생활 모습이 다양하고, 대도시라 할지라도 종교를 비롯한 전통문화가 일상생활 속에 녹아들어 있는 점은 부러운 점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네 한복은 특별한 날에 입는 옷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미얀마인들은 그들의 전통의상을 일상복으로 입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DSC00035.JPG 양곤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쉐다곤 파고다

미얀마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서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외국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한정되어 있다. 미얀마의 경제수도라고 할 수 있는 양곤은(현재 미얀마의 수도는 네피도.) 그나마 대중교통이 발달해서 버스로 이곳저곳을 이동할 수 있었지만 만달레이와 인레에서는 자전거, 툭툭이를 이용하지 않으면 도시 안에서 이동하기가 힘들었다.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트럭을 개조한 버스들이 있기는 했으나 도무지 어디에서 타는지, 어디로 가는지 아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주로 툭툭이를 많이 탔다.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도시가 그렇듯 경유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경유로 인한 대기오염이 심해서 시내를 걸어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바간 역시 마찬가지의 사정이어서 큰 짐이 있을 때는 툭툭이를 이용했고, 불탑이 있는 올드 바간을 돌아다닐 때는 이-바이크라고 부르는 전기 오토바이를 주로 이용했다. (황무지 사이의 불탑을 바라보며 이-바이크로 달리는 기분은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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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껄로, 만달레이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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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인레 호수, 바간

미얀마는 도로와 같은 기간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도시 간 이동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양곤에서 껄로나 바간까지 버스를 이용하면 무려 10시간이 걸린다. 만달레이와 바간은 그나마 가까워서 5시간 정도 걸린다. (물론 비행기를 타면 한 시간 안팎의 짧은 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다.) 주로 밤 7시에서 8시 사이에 출발하는 심야버스를 이용하는데, 특이한 점은 VIP버스를 이용할 경우 호텔까지 픽업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양곤의 시내버스를 제외하고, 도시 간 이동에 이용하는 VIP버스는 물론 비행기까지, 모든 교통 요금에서 현지인 요금과 외국인 요금이 따로 있고, 비행기요금은 버스의 8배에서 열 배정도된다. 도시 입장료를 징수하는 것도 특이했다. 대신 몇 곳을 제외하고는 도시 안의 모든 문화재는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교통요금뿐 아니라 시장 물가 역시 현지인 물가와 외국인 물가의 이중 물가를 사용하고 있어서 바가지를 쓰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식비 역시 저렴하지 않아서 거의 한국의 식비와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한 수준이었던 것 같다. 다만 숙박의 경우, 게스트하우스건 호텔이건 모두 조식을 제공하고 있었고, 숙박비 또한 다른 여타 국가에 비하면 많이 저렴한 편이었다. 그런데, 이런 물가에 대한 불신 때문에 계속 비용을 흥정해야 하는 피곤함이 있었고,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어느 순간 500원 가지고 흥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실소를 하고 말았다. (아, 500원, 아, 지질한 내 모습....) 이와 같은 이중 요금 때문에 미얀마 여행 경비는 떠나기 전 생각했던 것만큼 저렴하지는 않았다.


물가에 대한 불만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미얀마인들은 친절했다. 대부분 진심을 다해 우리를 대했고, 치안은 안전하다고 느꼈다. (여행 도중에 만난 배낭여행객들 모두가 공감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낯선 나라에서 밤늦게 다니는 모험은 권하고 싶지 않다.) 미얀마인들에게 한국은 낯선 나라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거리에서 만난 미얀마인들은 우리에게 '안녕하세요?'와 같은 인사를 건네곤 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방영하는 TV 채널이 따로 있을 정도로 한국 대중문화를 자주 접한 탓도 있을 것이지만, 아무래도 최근 미얀마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크게 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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