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바깥의 시선
여행자는 어디까지나 여행자일 뿐이다. 여행자에게 여행지는, 또는 그곳의 사람들은 낯선 타인일 뿐이다. 마치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듯 여행지의 풍경을 외부자의 눈으로 잠시 바라보는 일이 바로 여행일 것이다. 그러나 외부자의 눈으로 보는 풍경이라 하더라도 그 풍경(風景)은 여행자에게 어떤 울림을 전해준다. 마치 처마 끝에 달린 풍경(風磬)이 바람의 소리를 자신의 소리로 바꾸어 우리에게 전해주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소리를 통해 우리는 나의 삶과 관계없는 여행지의 풍경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 소리는 듣는 사람에게 저마다 다른 소리로 울릴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같은 장소, 시간에 있을 지라도 각자 다른 저마다의 여행을 완성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창 밖의 그들에게는 우리 또한 하나의 풍경일 것이다.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어떤 풍경이었을지, 여행을 끝낸 지금 조금 궁금해진다.
나는 미얀마를 소개하거나 정보를 제공해주는 여행기를 쓸 능력이 없다. 내가 창밖으로 스치면서 본 풍경이니 어찌 보면 나에게만 가치 있는 풍경일 것이다. 그러니, 풍부한 미얀마 여행 정보를 원하는 분들에게 내 글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다만 욕심이겠지만, 내 여행기가 누군가 단 한 사람에게 만이라도 풍경소리로 울릴 수 있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