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추위에 떨며 호텔 찾기 서바이벌을 했던 기억은 어디로 갔는지, 아침 식사를 마친 우리는 다시 씩씩해져서 껄로 시내 나들이에 나섰다. 밤과 달리 대낮은 뜨거운 여름 날씨였다. 메인 도로 쪽에 제법 큰 시장이 있었고, 우리는 자연스레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얀마 특유의 공예 소품을 파는 가게, 론지를 만드는 다양한 천을 파는 가게, 그릇가게, 과일전 등 다양한 가게가 꽉 차있는 제법 큰 상설시장이었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데, 시장 한쪽에서 낯익은 음식 하나가 눈에 띄었다. 보라색과 흰색의 덩어리, 누가 봐도 그건 떡이었다. 나는 '떡'이란 음식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음식으로 생각했었다. 일본에도 찹쌀떡이란 음식이 있기는 했지만, 쌀떡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으로 생각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미얀마의 작은 소도시 껄로에 떡이 있었다. 그것도 보라색 흑미와 흰 찹쌀로 만든 떡이!
밀짚모자를 쓰고, 미얀마의 천연 자외선 차단제인 따나까를 듬뿍 바른 체격 좋은 떡장수 아줌마는 커다란 플라스틱 상자에 떡을 가득 담아 펼쳐놓고 있었다. 아줌마의 좌판 앞에 쪼그리고 앉은 우리는 이거 떡 같은데? 아닌가? 등의 대화를 나눴다. 백견이 불여일식(?)이니, 먹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조금 사서 맛을 보기로 했다. 아줌마에게 몸짓으로 가격을 물어보자 아줌마는 떡을 몇 개 집어 들더니 돈통에서 천짯 짜리 미얀마 지폐를 들어 보였다. 천짯 어치라는 뜻이겠지.
우리도 돈을 꺼냈다. 천짯 지폐와 떡을 담은 비닐봉지를 바꿔 들은 우리는 떡(이라고 여겨지는 음식)을 한 개씩 꺼내 베어 물었다. "맞네. 떡 맞네." 소금 간을 하지 않아서 밋밋한 맛의 떡이었다. 흑미쌀과 흰쌀을 찧어 으깨서 만든 듯한 식감이었다. 떡 안에 으깨어진 쌀알이 그대로 느껴졌다.
"근데, 이거 천짯 어치 맞아? 더 줘야 하는 거 아냐?"
미얀마인들은 외국인들에게는 일단 이중 가격을 내밀고 본다. 쪼그리고 앉아 바로 옆 좌판의 아보카도를 고르던 우리는 우리가 치른 가격이 적절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때 한 청년이 나타나 아줌마에게 떡을 주문했다.
"저 사람한테 얼마나 주는지 보자." "그래, 이천 짯 줬지?"
아줌마와 청년의 거래를 눈여겨보니, 아니나 다를까, 청년이 받은 떡과 우리가 받은 떡은 터무니없이 다른 양이었다. 우리는 아줌마에게 왜 우리 떡은 작냐, 저 청년이 받은 것과 다르다고 항의했다. 물론 만국 공통어 바디 랭귀지로. 아줌마는 지은 죄가 있었던지라 우리의 이야기를 얼른 알아들었다. 겸연쩍게 웃더니 몇 개를 더 집어 들어 우리 봉투에 넣어주었다. 우리도 아줌마도, 서로의 거래가 쑥스럽고 겸연쩍고 우스워서 서로 땡큐를 연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