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눈을 떴다. 미얀마는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 바가지의 물도 아껴 써야 한다. 이곳은 깊은 산골이지만 트레킹 손님이 머물다간 때문인지 배달해온 생수를 일부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샤워나 따뜻한 물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아침 일찍,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니 정신이 번쩍 났다. 갈 길이 머니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해는 이미 떴지만 아직 새벽이 떠나지 않은 들판은 차갑고 신선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발끝에는 이슬이 채였고, 멀리 들판과 숲은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파르스름한 안개 너머로 보이는 들판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보였다. 나도, 길동무들도 저마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다시 말없는 동행이 시작되었다. 가이드의 걸음을 따라 묵묵히 걷는 길이었다. 어느 사이 안개는 걷히고 다시 뜨거운 미얀마의 태양이 머리 위로 솟아 있었다.
껄로 트레킹의 백미는 둘째 날, 이른 아침에 보게 되는 미얀마의 자연이라고 말하고 싶다. 안개 낀 들판에 바람이 일고, 어느 대숲에선가 새들이 운다.
세 시간여를 걷다 보면 멀리 산 아래,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안개가 피어오르는 곳이 보인다. 그곳이 바로 인레호수가 있는 곳이다. 호수가 워낙 크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마치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뿌옇게 보이는 것이다. 인레 호수 초입에 이르면 인레호수 입장료를 받는 일종의 매표소가 있다. 입장료는 만짯, 또는 10달러. 꽤 많은 금액이기는 하지만, 도시 전체를 보는 관광세라고 생각하면 감당 못할 비용은 아니다. 입장 티켓은 잘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한 번도 검사한 적이 없기는 하지만, 인레에서 외곽으로 나가는 도로에 이런 티켓 부스가 제법 있기 때문이다. 작은 돈으로 괜히 국제 망신을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 트레킹은 인레 호수 남쪽 끝 선착장에 도착하면서 끝난다.
보트 선착장
마지막 식사를 하고 충분히 휴식한 다음 인레호수 남쪽 끝의 작은 수로에 다다르면 보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틀 동안 우리를 안내해준 가이드와 작별 인사를 하고 보트로 옮겨 타게 된다. 인레 호수의 호텔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호수에 가장 가까운 리조트는 십만 원 중반에서 수십만 원까지 호가한다. 반면, 우리 일행처럼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일반 배낭 여행자들은 대부분 인레 호수의 리조트가 아닌 여행자들의 거리가 있는 나웅쉐로 향한다. 나웅쉐는 인레의 북쪽 끝에 있으니, 인레의 가장 남쪽에서 가장 북쪽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이동 시간은 대락 한 시간 정도. 비록 작은 보트로 이동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동 시간만 봐도 인레호수가 얼아나 큰지 알 수 있다.
보트에 타기 전, 가이드가 혹시 나웅쉐로 가기 전 인레호수에서 소수민족 마을을 들를 것인가를 물었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이건 따로 보트 투어를 해야 하는 코스니 당연히 OK.(이 부분은 인레호수 여행에서 따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는 워낙 피곤했던지라 인레호수를 즐기기는커녕 꿀잠을 잤다. 나웅쉐 선착장에 도착하니 우리를 호텔까지 데려다 줄 트럭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픽업트럭에서 일박 이일 함께 한 길동무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한 명씩 차례로 내리고, 마지막에 우리가 예약해놓은 방갈로에 내렸다. 이제 인레에서의 일정 시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