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게 얻어걸리는 풍경들이 있다. 기대하지 않고 방문한 곳이 좋았다거나 배고파서 아무 데나 들어갔더니 알고 보니 맛집이었다거나. 어쩌면 그 맛에 여행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껄로의 오일장도 그중 하나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간단한 조식만 제공할 뿐, 점심을 먹기 위해서는 껄로 시내로 나와야만 했다. 그런데 어제까지 텅 비어있던 도로가 장꾼들로 꽉 차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운이 있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멀리서 오는 장꾼들이 점심때를 넘기면 서둘러 돌아가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Y와 나는 장구경을 먼저 하기로 했다.
두부, 찰밥과 같은 먹거리, 아보카도, 귤 같은 과일과 생선, 달걀, 조잡해 보이는 플라스틱 머리핀이나 액세서리까지. 원래 있던 상설장에 오일장까지 더하니 껄로의 장은 제법 커졌다. 그런데, 늘 빠지지 않는 품목은 꽃 가게. 상설시장이건 오일장이건 빠지지 않고 꽃 가게가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는 약간 놀라운 일이었다. 마당만 나가면 온통 자연인데 이 시골에서 꽃 가게를 열 정도로 꽃이 팔린다는 것 아닌가. 물론 이 또한 미얀마에 대한 선입견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골살이를 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미얀마의 꽃가게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꽃은 들판에서 꺾어오는 것이지 사는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사원에 꽃을 바치는 전통 때문에 꽃가게가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할 뿐이다.
껄로 오일장에서는 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많이 팔았다. 반면 나중에 방문한 인레의 인데인 오일장에서는 관광객이 많기 때문인지 식품류는 물론이거니와 팔찌, 목걸이, 목조, 직조 테이블보, 마그넷, 소 뿔로 만든 수저와 같은 소수민족들이 만드는 특이한 공예품을 구경할 수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껄로 오일장을 구경한 것은 1월 8일. 아마도 3일과 8일이 껄로 장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