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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여행12_이런, 숙소!

인레 호수 호텔 예약 실패기

by 김경희

껄로 트레킹을 마치고 인레 호수의 숙소가 있는 나웅쉐 보트 선착장에 도착하자 우리를 실은 픽업트럭은 호텔을 향해 출발했다. 트레킹 길동무들이 모두 내리고 나서 한 참을 더 간 곳에서 트럭버스는 멈추었는데, 느낌이 싸아했다. 왜냐하면 숙소가 너무 외곽 쪽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불길한 예감은 왜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는지.


우리가 예약해놓은 숙소는 방갈로인 DJ HOUSE란 곳이었다. 그런데, 숙소 근처는 대부분 미얀마인들의 집이었고 숙소 근처에는 다른 호텔이나 식당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멀리 시내까지 매번 걸어 나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다섯 시가 넘었음에도 숙소 옆에서는 새로 호텔을 짓는지 공사 소리가 요란했다. 나도, Y도 한숨을 쉬었다. 아, 조용히 쉬기는 틀렸구나.


하지만, 방은 깨끗하겠지. 그러나 방 마저 우리를 실망시켰다. 군데군데 먼지 덩어리가 굴러다녔고 화장실은 지저분했다. 심지어 하수구 냄새가 진하게 올라왔다. 숙박 앱의 사진은 그럴싸했건만....

프런트 데스크로 가서 방의 상태에 대해 어필을 했다. 주인은 얼른 대걸레를 가지고 방으로 달려오더니 바닥 이 구석 저 구석을 대충 닦기 시작했다. 하지만 벽에 가득 붙어있는 먼지며 거미줄은 어쩔 것인가. 대걸레로 바닥 좀 닦아낸다고 해서 그다지 나아질 리 없는 방이었다. 이곳에서 사나흘을 묵어야 하다니. 더구나 환불불가 예약이라 취소도 어렵다. 방을 예약한 Y가 나에게 너무나 미안해하는 바람에 오히려 내가 위로해야 할 판이었다. 숙소 고민은 일단 뒤로 미루고 시내로 나가 저녁 식사를 먼저 해결하기로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호텔비를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채 그 숙소를 포기했다. 호텔비가 아깝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외지고 지저분한 곳에서 3일씩 묵을 수는 없다는데 의견 일치를 봤던 것이다. 어쩌겠는가. 이것도 여행의 일부인 것을. 다행히 나웅쉐에는 호텔들이 많이 있었고, 우리는 작지만 베란다가 딸린 아늑한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새로 옮긴 호텔은 깨끗했고, 호수로 나가는 선착장도 가까웠으며 우리가 두 번이나 이용한 로컬 여행사인 MOON TREAVEL과도 가까웠다. 주변에는 레스토랑이 많았고 야시장과도 가까웠다. 게다가 주인도 친절했다. 새로 구한 호텔방으로 짐을 옮기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마음 편하게 미얀마 맥주를 반주로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숙소에서 바라본 나웅쉐 풍경

한국으로 돌아온 뒤, 숙소 후기를 쓰려고 앱에 접속했는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는 분명히 호텔비를 다 지불하고 영수증까지 받고 돌아왔는데, 무료 취소 글자가 떡하니 뜨는 것이 아닌가. 황당해서 숙박 앱 업체에 전화를 해봤다. 그랬더니, 우리가 노쇼를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료 취소를 해줬다는 것이다. 만일 호텔비를 지불했다면 영수증 등 증거 서류를 보내주면 환불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 DJ HOUSE의 주인은 너무나 괘씸했지만. 양곤에서의 마지막 밤에 짐을 싸면서 영수증을 버리고 왔으니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다른 때는 영수증을 다 챙겨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왜 버렸을까? 여행 중 받은 영수증, 특히 숙박이나 카드 결제했던 영수증은 돌아올 때까지 잘 보관해야 한다는 교훈 아닌 교훈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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