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관광지 주변에는 갤러리들이 많다. 대부분 관광객들을 겨냥하여 그린 그림들로, 그림의 내용 또한 대부분 미얀마 특유의 풍경들, 예를 들면 스님들의 탁발 모습이나 양산, 목이 긴 여인으로 유명한 빠다웅족의 여인들의 모습이나 미얀마의 명승고적, 불교 경전의 내용을 그린 불화 등이다. 지역마다 조금씩 선호하는 주제가 있는 것 같지만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풍속화와 인물화, 풍경화, 종교화로 대별될 수 있을 것이다. 스님들의 탁발 모습은 양곤이나 인레, 만달레이나 바간의 모든 갤러리에서 볼 수 있었으니, 아마도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인것 같다. 갤러리 한 쪽에는 작가의 작업실이 딸려 있으니, 시간이 있다면 그들의 작업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바간의 모래 그림, 만달레이의 면도칼 그림, 양곤의 페인트를 이용한 점묘화 등이다. 어떤 그림은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천천히 그리지만 면도칼 그림은 수 십분 안에 완성이 되기도 한다. 거리의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는 일은 무척 흥미롭다. 마치 조선시대(가보지는 않았지만) 저잣거리에서 화가들이 이렇게 민화를 그려주지 않았을까 싶다.
대부분의 그림은 비교적 일정한 내용과 형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그리는 모습을 가만 지켜보면 그 가운데서도 조금 더 익숙하고 잘 그리는 사람과 서툰 사람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비슷한 것을 그리다 보니 그들의 손놀림은 익숙하여 아무런 자료 없이도 스님들을, 우베인 다리를 순식간에 척척 그려낸다. 그들의 손놀림에 늘 감탄하지만, 어쩌다 한번 정도는 '저기쯤에서 멈춰주면 진짜 좋겠다, ' 생각할 때도 있었다. 지켜보는 나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작가는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이미 완성한 것과 똑같은 그림 한 점을 완성하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