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공모에서 당선되었다는 메일을 받고 엄청 기뻐했다는 글을 올렸다. 사실이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들른 동네 미장원에서 뽀글이 파마를 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둥실둥실 가벼웠다. 그리고, 지금은 아침과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아이폰 미니가 아니었다면 나는 공모에 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왜냐 하면 브런치에서 스토리텔러 작가로 당선된 작가들에게 제공한다는 혜택이 브런치 답지 않게 너무나 '쩨쩨해서'였다.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몰스킨 노트였다. 몰스킨 노트? 이게 뭐지? 순진하게도 그 노트가 그 노트인지 몰랐다. 내가 쓰고 있는 핸드폰이 S사의 노트 기종이니 그런데에 넷플릭스 로고가 찍혔나? 하고 짐작했다! 핫핫핫핫 (지금 생각해도 웃긴다.) 그런데 그게 넷플릭스 상호가 박힌 공책이었다니, 생각도 못했다!(인터넷 검색을 하고서야 알았다.)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활동을 하려면 영화를 보고(이건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작가와 상관없이 보던 것이긴 하지만) 거기에 대한 '책임 있는' 글을 한 달에 1-2편 써야 한다. 얼핏 생각해도 상당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보상이 작가 칭호, 공책과 기념품, 넷플릭스 멤버십(그것도 단기간)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50명의 작가들의 활동을 평가해서 최우수 작가를 선정한다는데, 50명의 작가들이 상품을 위해서 경쟁을 하는 건 많이 슬픈 풍경이지 않은가?(최우수 작가 타이틀을 위한 거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에 대해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혼자 김칫 국물을 마시면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새로운 공지가 올라왔다. 여러 작가님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인지 50명의 작가 모두에게 아이폰 미니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내가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쓰는 이유는 소란스럽지 않은 이 플랫폼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미술교육 관련 책을 출판하는 것은 오래된 내 꿈이고, 그와는 별도로 일반 블로그보다는 좀 더 진지한 글쓰기를 하고 싶어서 이곳에서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많은 작가님들 역시 저마다의 꿈을 위해 브런치를 이용하고 있으리라. 그리고 브런치의 입장에서는 이곳의 다양한 콘텐츠들을 활용하고 있다. 다음 화면에서 브런치가 한 텝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브런치 작가님들이 생산하고 있는(?) 콘텐츠들은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브런치의 도전은 성공한 것 같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많은 초보 작가들이 도전하고 있고 실패와 성공담에 대한 글도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브런치는 불과 십 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명실공히 출판 시장에서 중요한 몫을 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글쓰기부터 그림까지 콘텐츠도 다양하고 나같은 초보 작가부터 유명인까지 상상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에세이부터 전문적인 영역의 글까지, 재야 고수들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브런치의 위상을 증명하듯 내로라하는 유명 출판사들도 브런치와 협업하여 작가들에게 출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출판 기회를 떠나서 자신의 글을 진지하게 읽어주는 독자를 만나고 스스로 작가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며, 심지어 작가의 꿈을 이루게 해주는 플랫폼은 정말 귀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내가 우려하는 것은 이런 부분이다. 브런치에서 부여하는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작가'라는 칭호 자체가 '작가의 노고에 대한 보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그런 것 말이다. 나는 브런치 팀에서 작가들의 노고를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가치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브런치 스스로 '자신들이 부여한 칭호가 작가에게 영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브런치는 하나의 '권력'이 되고 마는 것 아닐까? 이는 브런치에서도 원하던 바는 아닐 것이다. 브런치의 성공이 작가를 지향하는 모든 이들의 성공이 되면 좋겠다.
나는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생각이다.(아이폰 미니를 받아서가 절대 아니다.^^) 나는 공모에 즐겁게 응모했고, 당선 또한 나에게는 대단히 즐거운 사건이다. 또, 나는 영화를 본 후 수다 떠는 것을 무지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랑질을 두 번이나 했는데 감상문을 열심히 쓰지 않으면 우스운 사람이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