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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Feb 24. 2021

7.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빨간 머리 앤

그리고  C D 프리드리히의 풍경화 <바닷가의 월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민감한 분들은 패스해주세요. 

- 제작:모이라 윌리베킷 
- 출연 에이미 베스 맥널티, 제럴딘 제임스, RH 톰슨, 코린 코슬로, 덜릴라 벨라 외
- 총길이 시즌1(7개 에피소드) 시즌2(10개 에피소드) 시즌3(10개 에피소드)
          시즌1의 1화(88분)를 제외하고 모두 45분 길이. 
- 캐나다 작가 로시모드 몽고메리의 소설(1908년)을 원작으로 만든 캐나다 TV 프로그램.
  ( 2017년 3월 19일~ 2019년 11월 24일 )
빨간 머리 앤을 알고 있나요?

넷플릭스를 뒤지다 <빨간 머리 앤>을 발견했을 때,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뭘 봐? 더구나 실사영화를?'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빨간 머리 앤'은 너무나 익숙한 콘텐츠다. 일본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빨간 머리 앤>은 우리나라 TV에서 몇 번씩 방영했었고, 어느 정도 마니아층도 있다. 나도 어린 시절 이 애이메이션을 참 재미있게 봤고, 초등학생용으로 나온 단행본도 재미있게 읽었다. 나에게 빨간 머리 앤은 어린아이들이 읽는 책이었고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그런데 언젠가 도서관에서 책을 찾다가 여러 권으로 된 전집의 '빨간 머리 앤'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다른 책을 찾고 있었던 터라 빌리지는 않았지만, '빨간 머리 앤'이 내가 알고 있던 그 '빨간 머리 앤'과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사실, 우리는 많이 보고 자주 들으면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매일 보고 자주 본다는 건 단순히 익숙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성장드라마

넷플릭스 시리즈 <빨간 머리 앤>의 기본 줄거리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캐나다의 시골 마을 에이번리의 초록지붕 집(그린 게이블즈)에 사는 마릴라 커스버트, 메튜 커스버트 남매는 농장 일을 도와줄 남자아이를 입양하기로 한다. 메슈는 기차역으로 남자아이의 마중을 나간다. 그런데, 중간에서 무슨 착오가 생긴 것인지 도착한 것은 여자아이. 게다가 빨강머리에 주근깨 투성이의 귀염성이라고는 없는 수다쟁이 소녀. 메슈는 앤을 보고 당황하지만 그녀를 어찌하지 못하고 함께 에이번리 마을로 돌아온다.  

수줍고 소심한 성격의 메슈, 완고하고 강한 성격의 마릴라. 매슈는 앤을 기르고 싶어 하지만 완고한 마릴라는 동생의 건강을 위해 남자아이가 필요하다면서 앤을 고아원으로 돌려보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앤의 불행했던 과거를 알게 되고 소녀가 가게 될 집의 몰인정한 모습을 보면서 마릴라는 생각을 바꾸게 된다. 앤에 대한 측은지심이 앤의 입양을 결정하게 한 것이다. 

 

앤의 생각은 늘 어딘가를 향해 달린다. 고아원과 그녀가 전전했던 여러 위탁 가정에서의 고통스러웠던 삶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상상력 덕분이었다. 그녀는 상상 속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었고, 상상력이 그녀를 도덕적이고 정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실수하고 반성하고, 그리고 발전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빨간 머리 앤 시리즈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단순히 주인공인 앤의 성장 만은 아닌 것 같다. 소심한 메슈와 완고한 마릴라 역시 성장한다. 소심한 성격의 메슈의 삶은 거의 은둔생활에 가까웠다. 그런 그가 앤을 만나 변한다. 마을 회의에서 발언이라니. 과거의 그였다면 상상도 못 할 이야기다. 자신의 성안에 갇혀 있던 완고한 마릴라 역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변화하게 된다. 인간이란 어린이나 청소년만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된 후에도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성장을 마쳤다고 판단하는 순간 우리는 완고한 어른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드라마는 회차별로 인종 차별, 캐나다 인디언에 대한 차별 문제, 동성애, 세대 차이, 언론 자유, 마을 공동체 이야기를 하나씩 더한다. 캐나다 먼 시골 마을의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시대에도 논란이 되는 다양한 이슈의 현장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 같다. 1부, 2부 시청을 마치고 3부가 시작되자 슬슬 원작 소설이 궁금해졌다. 이것은 원작에 나오는 이야기일까, 드라마 작가가 끼워 넣은 것일까?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앤이 퀸즈대학을 마치고 에이번리 마을로 돌아오는 것까지. 어느 부분이 원작과 같고 또 다를까. 이 궁금증이 나를 소설 읽기로 이끌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드라마는 재미있었지만, 사실 앤의 연기를 계속 보는 것은 힘들었다. 연기자의 나이가 어리고 대사의 양이 어마어마했으니 쉬운 연기는 절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높은 톤으로만 계속 소리치기보다 좀 더 다양한 표현 방법을 찾았더라면 어땠을까? 다만 다행인 것은 마릴라와 메슈를 비롯한 성인 연기자들이 안정감 있는 연기를 펼쳐 극의 중심을 잘 잡아주었던 것 같다. 


이 그림:C D 프리드리히의 풍경화 <바닷가의 월출>

눈 앞의 자연을 보는 우리는 각자의 경험과 감성에 따라 서로 다른 자연을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빨간 머리 앤>에서, 앤에게 자연은 현실의 답답함을 치유하는 자연이다. 그녀는 광활한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높은 언덕에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미래를 꿈꾼다. 그런데, 같은 바다를 독일의 낭만주의 화가 프리드리히가 보았다면 아마도 치유의 바다가 아니라 경외감 넘치는 숭고한 바다를 그렸을지도 모른다.  


독일 낭만주의 화가인 C D 프리드리히(1774-1840)는 풍경화가다.  어린 시절 겪었던 어머니와 형제들의 죽음은 그를 우울하면서도 신비하고 종교적인 색채의 풍경화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의 풍경화에 등장하는 풍경은 단순한 자연이라기보다 그 너머의 어떤 경이로운 존재를 보여주는 듯하다. 고요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그의 풍경화를 보노라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한없이 작고 대자연은 너무나 숭고하게 느껴진다. 그림의 풍경에 압도된 우리는 그만 그림에 감탄하기보다 내면으로 잦아들어 한없이 겸손해지고 차분해지는 것이다.


<바닷가의 월출>은 프리드리히가 1822년에 그린 작품으로, 프리드리히 특유의 명상적인 분위기가 잘 드러나 있다. 밤이 찾아온 바닷가에는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는데, 바다와 하늘의 경계마저도 모호한 저 멀리 어느 곳에서 달이 떠오른다. 일순간 달빛으로 바다가 일렁이면서 자신을 드러낸다. 범선은 달빛을 따라 바다 위를 조용히 헤쳐간다. 바닷가 검은 바위 위에 앉은 세 사람은 그 광경에 압도되어 침묵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출처:네이버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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