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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Mar 07. 2021

조너선헤플러의타이포 그래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다큐멘터리 Abstract 시즌2 6.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미술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들이 꽤 있다. 이중 꼭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바로 Abstract 시리즈. 여러 디자인 분야에서 성공한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로, 그들의 창조의 비밀을 엿보고 싶은 사람들, 미술이 세상 속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다.

시즌1, 시즌2 각 6편, 러닝타임 45분 내외
글씨를 디자인하는 사람들

디자이너라고 하면 뭔가 그럴싸해 보여야 할 것 같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무대미술 디자이너, 시각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등.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디자인이 있고 디자이너가 있다. 누구나 00 디자이너라고 이야기하면 아 고개를 끄덕인다. 오, 멋지다. 

하지만,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그 글씨를 누군가가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면? 어라? 그런 디자이너도 있어? 하는 반응이 꽤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글씨는 그냥 있는 것이고 우리는 그 글씨를 그냥 있는 대로 읽었을 뿐이고. 그런데 아무 데나 있는 글씨를 디자인해서 대체 무슨 수입이 나는지, 글씨를 디자인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의 컴퓨터 제어판을 열고 글꼴에 들어가면 왼쪽 이미지처럼 많은 글꼴을 볼 수 있다. 그중 하나를 클릭해보자. 그 글꼴이 어떤 모양으로 쓰이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조너선 헤플러는 글씨를 디자인하는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디자이너다. 그의 회사는 해플러 엔 컴퍼니, 보통 typography.com으로 알려진 회사이다. 


비록 우리가 글씨체를 디자인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생각을 잘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그동안 읽은 모든 것, 문서 작성할 때 사용하는 모든 글씨는 누군가, 혹은 어떤 팀이 어딘가에서 만든 뒤 세상에 내어놓은 것이다.'(다큐멘터리 중에서) 그는 글자를 만드는 일은 시각문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작은 시계에서 시작된 그의 글자체 개발 과정을 보여주는 무수히 많은 숫자 4.

글자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지난한 일이다. 조너선 헤플러와 그의 회사 직원들은 하나의 글자체를 완성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회의와 연구를 한다. 1870년경 발행된 책을 뒤지거나 오래된 무덤의 비석에 쓰인 비문을 연구하고, 도서관의 지도 장서를 뒤진다. 누구나 지나치기 마련인 오래된 시계 속의 작은 글자체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도시의 모든 것, 오래되고 새로운 문자가 쓰인 모든 것이 그에게는 영감의 원천이다. 과거 언젠가 많은 이들이 즐겨 쓰던 글씨체가 시대가 달라지면 잊히는가 하면 새로운 사람들에 의해 부활하기도 한다. 헤플러와 그의 직원들은 과거의 글씨체에 개성을 불어넣고 새로운 시대와 문화에 맞는 새 옷을 입히기도 한다. 그의 글자체는 여러 유명 잡지와 정치인, 쇼핑몰, 미술관과 박물관에 쓰였다. 글자체는 공간의 옷을 입고 공간을 표현한다. 


디지털 장비가 보급되면서 누구나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 모두는 컴퓨터로 문서 작성을 하거나 영상에 자막을 입히고 타이틀을 넣을 때 각각의 분위기와 사용처에 맞는 글씨체를 선택한다. 글씨체를 고르고 크기를 조정한다. 그리고 두껍게 해보기도 하고 사선으로 기울여보기도 한다. 글자체는 작성자의 기호와 문서 사용처에 따라 달라진다.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나 친구에게 문자를 보낼 때에도 우리는 좋아하는 글씨체를 따로 선택할 수 있다. 몇몇 디자이너들이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하던 시대로부터 우리 모두가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요약하는 건 그다지 현명한 일이 아닐 것 같다. 내가 아무리 글을 잘 쓴다 한들 눈으로 보고 느끼는 감동을 재현하기란 불가능하다. 특히 그것이 조너던의 작업과 같은 글자체 디자인 작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조너던 헤플러와 그의 동료들의 작업 과정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제대로 보기를 권한다. 다큐멘터리를 다 보고 나면 컴퓨터 화면에 떠있는 문자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그의 작업 세계와 타이포그래피의 힘을 느껴보면 좋겠다. 다큐멘터리를 본 후 문자를 읽고 쓰는 것만이 전부였던 이제까지와 달리 그 글자체를 만든 디자이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면 당신은 이미 타이포그래피의 세계로 입문하게 된 것이다. 아울러 디자이너의 소중한 시간과 고민이 배어있는 불법 폰트 다운로드하는 일이 왜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그냥 알게 되지 않을까?


이 그림

조너선 헤플러의 타이포그래피. COM에는 그가 개발한 많은 폰트들과 이를 형상화한 샘플들이 있다. 오늘은 그중 하나로 그림 소개를 대신한다. 이를 보면 문자만으로도 충분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한다는데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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