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시즌1 총 8회/각 회차 45분 내외 /영국 BBC 작품. 홈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프로 디자이너를 꿈꾸는 10인의 오디션
영국 전역에서 모인 프로를 꿈꾸는 10명의 아마추어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오디션 프로그램.
그들은 매회 제시된 과제를 하나씩 해치우면서 디자이너로서 성장해간다. 매회 한 명씩의 탈락자가 생기고, 마지막 남은 두 명의 디자이너는 오래된 방직공장을 개조한 아파트 인테리어에 도전한다.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증명하는 그들 앞에 놓인 것은 영국 고급 호텔 바 인테리어 디자인 계약. 하지만, 승리자는 단 한 명뿐이다. 누가 최후의 우승자가 될 것인가.
영국 BBC에서 방영되었던 이 프로그램은 제각각의 사연을 지닌 10명의 디자이너의 경쟁을 통해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의 의미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보여준다. 팀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는 인테리어 디자인의 특성상 동료들과의 팀워크는 기본. 하지만 디자이너라면 팀워크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개성도 살려야 한다. 또, 디자인을 의뢰한 의뢰인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그들이 디자인할 공간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의뢰인이 살아야 할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의뢰인의 취향에 맞춰 자신의 개성을 죽일 수도 없는 일. 의뢰인의 생각에 무조건 따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의뢰인이 깨닫지 못했던 공간에 대한 상상을 끄집어내고 설득해야 하는 것 또한 디자이너의 일. 디자이너들은 회차를 거듭하면서 현장을 책임지고 의뢰인을 설득하면서 자신의 디자인을 관철시킬 수 있는 프로 디자이너로 성장한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도 흥미롭지만 각각의 디자이너가 회차를 거듭하면서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제법 재미있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나라 프로그램과 다른 점인 것 같은데, 카메라가 등장인물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보여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잡아내거나 갈등 구조를 연출하는 흐름 같은 것은 없다. 그래서 드라마틱한 무언가를 기대하고 본 사람이라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나는 그런 군더더기가 없어서 오히려 좋았다.) 다만 디자인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천천히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나는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은데 카메라가 어찌나 휙휙 건드리고만 지나가던지...
인테리어 디자이너에 대해서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시리즈.
현재 시즌2도 나왔다고 하는데, 넷플릭스에는 시즌1만 업로드되어있다.
이 그림:라스코 동굴벽화
라스코 동굴벽화는 후기 구석기시대에 그려진 벽화다. 기원전 35000년에서 1만 년 전 사이에 그려진 동굴 벽화에는 왜 누가 그렸는지 문자가 없어 알 길 없는 인류의 수수께끼 문화유산이다. 그들은 벽에 들소를 그려넣음으로써 자신들의 사냥감이 마르지 않고 계속 풍족하기를 기원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그림의 들소를 사냥하는 일종의 주술 의식을 치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당시 인류도 오늘날 우리처럼 들소를 그리고 감상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것일까? 이유야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솜씨는 오늘날 우리가 보기에도 무척 뛰어난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현대 영국의 디자이너 오디션 프로그램에 라스코 동굴벽화가 무슨 상관이냐고?
지구의 나이를 한 달이라고 치면 우리가 누리는 모든 문화예술은 그 한 달의 마지막 1초에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만여 년 전 일이니 지금으로부터 까마득한 옛날의 일인 것만 같지만, 지구의 나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그다지 오랜 옛날도 아닌 것. 일만 년 전이든 현대든 모두 지구 나이의 마지막 1초 안에 들어 있으니 지구의 나이 앞에서 우리 모두는 겸손해져야 할 것 같다. 그들이 무슨 연유로 벽화를 그렸든 인류 최초의 벽화는 곧 인류 최초의 인테리어 아니었겠는가.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