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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Oct 09. 2021

자개공예

어제는 우리 학교 체험학습의 날이었다. 예년에는 아이들과 함께 에버랜드나 민속촌을 방문하곤 했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한국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에버랜드 같은 놀이공원을 가본 학생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 놀이공원으로 체험학습을 갈 때면 놀이공원 지도를 큰 사이즈로 출력해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어디에서 밀 쿠폰을 쓰고, 어디에 가야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지 의논하곤 했었는데, 올해도 코로나 때문에 학교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로 결정되었다.


올해 체험학습 주제는 전통문화의 날. 도자기 공예와 자개공예를 하기로 했다. 도자기 공예는 공방에서 도와주기로 해서 해결되었는데, 자개공예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것저것 직접 주문해야 했다. 다행히 타 지역 미술 선생님이 교과모임 밴드에서 자세한 제작과정을 공유해주셔서 비교적 쉽게 준비할 수 있었다. 


자개 공예는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보면 키트로 나와있는 제품들이 여러 개 있다. 핸드폰 뒤에 붙이는 그립톡이나 열쇠고리, 거울 같은 것이 세트 상품으로 나와있는데, 가격이 상당하다. 자개공예는 크게 어렵지 않아서 짧은 시간에 완성할 수 있다. 그런데, 수업 시간은 두 시작으로 예정되어 있어서 열쇠고리 하나만으로 두 시간을 운영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모두 키트를 구입하지 않고 그립톡 키트 한 세트를 구입하고 자개 스틱, 모양 자개, 플라스틱 반지, 거울 등의 부속을 따로따로 구입했다. 부속을 구입하면 나눠주는 일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다양한 물건들을 원하는 만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좌:모양자개 우:완성한 그립톡과 자개 반지

그립톡 키트를 만들면서 요령을 익히고 나면 반지와 거울, 원하는 만큼의 그립톡을 만들 수 있게 했다. 키트 만드는 과정은 사이트에 나와있으니 반지와 거울 만들기 동영상을 대충 찍어서 수업 들어가시는 선생님들에게 보내드렸다.


아이들 마다 조금씩 수준차가 나기는 하지만, 자개공예는 결과물이 괜찮은 것 같다. 물론 특별한 몇몇 학생들은 매우 섬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학생들을 볼 때면 와, 거의 장인이네 하며 감탄한다. 하지만 자개를 붙이고 전용 코팅제를 바르고 나면 모두 반짝반짝 예뻐 보인다.

반지를 스카치테이프로 책상에 고정시키기->코팅액 바르기->자개 바르고 코팅액으로 광택 주기

일과가 끝나고 아이들이 귀가하고 여유가 생겨 한숨 돌린 후 아이들이 실습하고 남은 자투리 자개로 나도 반지와 그립톡을 만들어 보았다.  


나는 자개를 좋아한다. (물론 내가 좋아해서 이 수업을 준비하게 된 것은 아니다.) 나는 늘 왜 사람들은 이 예쁜 자개를 레트로니 할머니 장롱이니 하면서 천대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를 오니 붙박이 장이 붙어있어서 그냥 쓰고 있기는 하지만 언젠가 꼭 자개장롱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들어가 자개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는 날도 있었다. 어떤 자개농을 팔고 있을까 궁금하다가 눈이 번쩍 띄면서 아 이거 가져오고 싶다, 생각하는 날도 있다. 물론 생각뿐이다. 자개장롱을 가져오려면 우리 집 붙박이 장을 먼저 치워야 할 테니까.    


코팅제 바르고, 자개 스틱을 쪼개고 붙이는 단순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잡념이 싹 다 사라진다. 오늘 하루 뛰어다니면서 힘들었던 일까지 싹 다 잊어버리고 무지갯빛 자개 빛깔에 취한다. 참 이쁘네, 이뻐!

열심히 만든 그립톡을 자랑하니 옆자리 선생님들이 예쁘다면서도 자개 밥상 같단다. 함께 크게 웃었다.

참 신기하다. 하얀 자개쪼가리에 코팅액을 바르면 무지개빛 황홀한 빛을 발한다.
저렴한 플라스틱 반지가 럭셔리 전통공예 반지로 변신! 우측 플라스틱 거울도 아주 저렴하다. 반지의 경우 업체가 물량을 확인도 않고 판매하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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