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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Oct 21. 2021

도전! 펜듈럼 페인팅

한 달쯤 전이었을까. 업무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학교 현관 벽면을 비우게 되었는데, 그곳에 어떤 게시물을 붙이면 좋을 것인지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채택된 아이디어는 상품도 있다고 했다. 상품이 탐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것저것 수업 준비로 바쁘기도 했고 딱히 기발한 아이디어도 없어서 문자만 읽고 말았다. 그런데, 며칠 뒤 초등학교 선생님 한 분에게서 인터폰이 왔다.(우리 학교는 초, 중, 고가 다 있다.) 학생들 활동 작품으로 그 벽면을 채우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였다. 특별히 생각하고 있는 것 있나고 물으니 그런 건 아니라시면서 오히려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 있느냐고 되물으셨다. 학교의 인상을 결정하는 현관이니 딱딱한 홍보용 안내판보다는 학생 작품이 좋기야 하겠지만 나 또한 특별한 아이디어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일단 생각해보마 이야기하고 통화를 마쳤다.


다른 글에서도 쓴 적이 있는데, 우리 학교는 다문화 학교다. 중도입국 학생들이 한국사회 적응을 위해 기본 교육과 한국어 교육을 받기 위해 위탁을 오는 학교이기 때문에 일반 학교에서처럼 언어로 수업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 학교에 온 학생들은 가나다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해서 일생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기초 한국어를 익히면 원래의 소속 학교로 돌아간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 학생들과 하는 수업이란 한계가 많다. 뭔가를 길게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소재 중심으로, 이미지를 보며 주면서 진행한다. 때로는 색 이름, 미술 시간에 쓰는 도구 이름도 가르친다. 가끔 이것이 한국어 수업일까, 미술 수업일까 고민도 되는 그런 수업들을 주로 하고 있다. 보통의 학교에서라면 나름 이것저것 생각이 날 법도 하건만 학교 특성이 특성인지라 적절한 활동이 떠오르지 않았다.


언어적 소통이 부족해도 할 수 있는 활동이 어떤 게 있을까? 중앙현관에 붙을 거라 하니 시각적으로도 그럴싸해야 할 것 같은데. 이것저것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펜듈럼 페인팅이란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해외에서 많은 작가들이 아크릴 푸어링과 펜듈럼 페인팅 동영상을 많이 올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딱히 크게 매력을 느끼는 작업은 아니지만 비교적 단시간에 시각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업으로는 괜찮을 것 같았다. 이전 글에서 펜듈럼 촬영 사진 찍는 과정 소개를 한 적이 있는데, 펜듈럼 페인팅은 그것과 같은 방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진자가 있어야 할 위치에 물감통을 달고, 그 물감 통에 작은 구멍을 낸다. 그러면 진자가 움직이면서 물감통의 구멍에서 물감이 줄줄 새어 나오면서 도화지에 선이 그려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진자의 각도가 줄어들면 도화지에 기록되는 물감 선의 간격도 줄어들고, 거기에서 생겨나는 리듬감이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그림이다. 직접 해보니 중고등학생은 이 수업을 할 수 있겠지만 초등학생은 힘들 것 같아서 초등학생은 젝슨 폴록의 액션페인팅을 하기로 했다. 여러 개의 캔버스를 활용하고 그 캔버스를 이어서 큰 벽화로 만들기로 했다.


다음은 내가 만든(내가? 아니지, 펜듈럼이 만든) 펜듈럼 페인팅이다. 아마 이것과 비슷한 형태로 완성될 것 같다.

(* 학생 활동이 끝나면 수업 과정을 다시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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