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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Oct 26. 2021

펜듈럼 페인팅 1. 재료

* 펜듈럼이 그리는 선을 먼저 감상해보시라. 펜듈럼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졸음이 솔솔 온다. 이 동영상은 나의 이 주일의 연구 결과다. 숱한 실패 끝에 성공한 터라 펜듈럼을 지켜보면서 혼자 감격하고 있는 중.

1. 재료와 주의사항

펜듈럼 페인팅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아크릴 물감, 물, 물풀의 세 가지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 재료의 비율을 잘 맞추는 것.

웹사이트에 따라 제시하고 있는 비율은 제각각이다. 어느 사이트에서는 아크릴 물감:물풀:물이 각각 1 : 1 : 1이라고 하는데 또 다른 사이트에서는 1:2:1이란다. 어느 쪽이든 마지막에는 물을 섞어 농도를 맞춘다. 농도는 물감이 끊기지 않고 줄줄 흐를 정도가 적당하다.(말은 쉽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여러 번 실패해봐야 감이 온다.) 이때 물감 덩어리가 생기지 않게 곱게 잘 섞어야 한다. 그런데 물풀은 왜 섞는 걸까? 어느 한 곳쯤은 설명이 있을 법도 하건만 어느 곳에서도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저 혼자 생각에 풀을 섞으면 점성이 더 강해져서 접착이 잘되거나 물감이 퍼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볼 뿐이다.

* 아크릴 물감은 어느 회사 제품이나 상관없다. 다만 오래돼서 덩어리 진 것은 피할 것. 풀어지지 않은 덩어리 때문에 구멍이 막힐 수가 있다. 물감이 그것밖에 없다면 일단 물감의 농도를 맞춘 후에 채에 거르는 것도 방법이다.

* 물풀은 국산 착풀(종이나라에서 나온 상품 이름)을 사용했다. 한 사이트에서 수입 물풀을 쓰는 것을 보고 꼭 그것만 써야 하는 줄 알고 사서 써봤는데,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국산 착풀을 쓰는 것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뭐, 내가 하수라서 그럴 수도 있다. 게다가 가격은 거의 세 배 차이. 크게 차이도 못 느끼는데 비싼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낭비고 허영이다. 실습비가 늘 부족한 학교 수업에서는 어디까지나 가격 대비 가성비가 중요하다.


* 두 번째, 펜듈럼을 돌리는 방법이 중요하다.

돌리는 방법에 따라 진자의 움직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러 번 실험 끝에 그럭저럭 그림이 만들어지기는 했는데, 실험 결과 깨달은 것은 웹사이트의 동영상들처럼 잘 만들려면 물감을 정말 정말 많이 낭비하면서 정말 정말 연습을 많이 해야만 한다는 것. 연습용 물감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필요한데 진자 끝에 다는 물감통을 채우는 물감의 양 또한 만만치 않다. 물감의 양이 부족하면 물감이 잘 흘러나오지 않으니 적게 채울 수 없다. 반면 다 쓰지 못해서 남는 물감은 또 하수구에 버려야 하니 이것도 환경에 죄짓는 일이다. 아무래도 몇 가지 색을 미리 만들어 놓고 수업하는 것이 좋겠다.


* 세 번째, 진자 역할을 하는 물감통과 캔버스의 거리 조절.

물감통이 캔버스에서 너무 멀리 띄워져 있으면 안 된다. 물감이 주르륵 흘러야 하는데, 너무 떨어져 있으면 떨어지는 과정에서 방울방울이 된다. 물론 구멍이 크고 물감이 많으면 다 괜찮다. 인터넷에서 본 점선으로 된 펜듈럼 페인팅은 거리 조절에 실패한 경우이거나 농도 조절에 실패한 경우라고 봐야 한다. 진자의 길이도 잘 조정해야 한다.


* 물감통은 학교 행사 후 굴러다니는 플라스틱 컵 주워다 놓은 것이 있어서 그것을 활용했다. 양념통을 써볼까 하고 '다있어'에서 몇 개 사 오기는 했지만 물감이 잘 흐르려면 물감 통 안으로 공기 들어가는 구멍이 또 있어야 해서 굳이 돈 주고 살 이유가 없더라.(종이컵으로도 가능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물에 젖으니 적당하지 않다. 어떤 사이트에서는 음료수 병을 반으로 잘라서 쓰기도 했다. 요컨데 아무거나 대충 써도 된다는 말이다.)

* 컵 바닥에는 구멍을 뚫었다. 미니 드릴 가장 작은 사이즈를 썼는데, 송곳으로 뚫어도 된다. 젊을 때는 기운이 넘쳐서 아무 도구나 썼는데 이제 기운이 떨어져서 가능하면 도구를 사용하려 애쓴다. 드릴로 구멍을 뚫으면 찌꺼기가 나온다. 이 찌꺼기가 물감 구멍을 막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잘 털어줘야 한다. 구멍 크기가 선의 굵기가 된다. 직접 실험을 하면서 캔버스 크기에 어울리는 적절한 선을 그려주는 구멍 크기를 찾아야 한다. 너무 작으면 물감이 잘 흘러나오지 않고 너무 크면 그림이 이쁘지 않다.(물론 커다란 캔버스를 사용하면 커도 되겠지.) 한번 크기를 키우면 다시 작게 만들 수는 없으니 물감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서 송곳으로 조금씩 크기를 넓혀준다. 컵 윗부분에도 대칭으로 두 쌍의 구멍을 뚫는다. 여기에는 와이어 공예를 하다 남은 와이어를 엮었다. 카러비너를 이곳에 걸어줄 예정이다. (미술과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 미술실이 좀 지저분해져서 탈이지만 뭐든 버리지 않고 쌓아두면 어떻게든 쓸 일이 생긴다.)


여기까지의 설명은 근 이 주일의 실험 끝에 알아낸 요령이다. 하루 종일 이것만 한 것은 아니고 빈 시간에 짬을 내어 조금씩 하다 보니 이 주가 걸렸다.


2. 펜듈럼 설치

재료 준비가 끝났으면 펜듈럼을 설치해보자.


* 미술실 천정 선풍기 안전망에 팔찌 만들다 남은 두꺼운 끈을 달고, 그 끝에 다있어(?)에서 사 온 카라비너를 묶었다. 아령을 달았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아령을 달려고 보니 신경써야할 것들이 좀 있었다. 반면 내가 발견한 카라비너는 금속 재질로 크기가 큰 편이라 무게가 제법 나간다. (내돈내산)

* 작은 캔버스나 도화지에 펜듈럼 페인팅을 할 예정이라면 진자의 길이를 짧게, 덩달아 컵의 구멍도 작게 뚫는다. 길이가 짧을수록 아기자기한 작은 그림을 만들 수 있다.

바닥에는 식당 식탁에 까는 비닐을 깔았다. 사진 중앙의 검은 물체가 카라비너. 끈은 파라코트 팔찌 만들고 남은 두꺼운 끈.

* 캔버스 바닥 사면에 장구 핀을 꼽는다. 이것은 굳이 해줄 필요는 없지만, 펜듈럼 페인팅의 특성상 물감이 줄줄 흐를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해놓으면 손에 물감도 덜 묻고 주변 정리할 때도 편리하다.

자세히 보면 캔버스가 살짝 공중에 떠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장구머리 압정을 모서리마다 하나씩 꽃아두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캔버스와 바닥이 물감때문에 붙는 일은 없게 된다.이

* 캔버스에 밑 칠을 한다. 물론 흰색 그대로 사용해도 괜찮다. 우리는 밑 칠이 다 마른 후에 펜듈럼 페인팅을 할 예정이지만, 물감이 덜마른 상태라면 번지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단색으로 깔끔하게 칠하도록 유도했지만.... 아이들은 이렇듯 뭔가 형태가 있는 것을 그리고 싶어한다.
좌. 카라비너 / 우, 카라비너에 빈 물감통을 매단 모습

* 바닥에 캔버스를 놓는다. 펜듈럼의 중심을 확인하고, 캔버스의 위치를 조정한다.

* 물감을 섞는다. 물감통은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으니 여분의 통에 섞어야 한다.

* 빈 물감 통을 카라비너에 달고 잘 섞어놓은 물감을 부어 준다. 이때 물감통 바닥의 구멍을 꼭 막아주는 것을 잊지 말자. 자칫하다간 시작하기도 전에 물감이 바닥으로 죄다 쏟아지는 수가 있다.


* 펜듈럼을 돌려보자. 처음에는 커다란 호를 그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작아진다. 선 간격 역시 점차 좁아진다. 돌리는 방법에 따라 나타나는 무늬도 달라진다. 그려진 펜듈럼 위로 다시 또 그릴 수도 있다. (색을 바꿔서도 해보자.)


3. 미술수업으로의 가능성

* 펜듈럼 페인팅을 실험해 본 결과 내린 결론은 펜듈럼 페인팅은 절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것.

일단 낭비되는 물감이 너무 많다. 펜듈럼은 꽤 큰 원호를 그리는데, 캔버스에 남아 그림이 되는 부분은 그중 극히 일부다. 대부분의 물감은 바닥이 다 먹는다. 그리고 아크릴 물감이 묻은 종이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아크릴 물감은 수채화 물감처럼 물을 섞어서 사용하지만 굳은 후에는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아크릴 물감이 잔뜩 묻은 종이는 분리수거가 불가능하다. 굳이 한 번 더 이야기하자면, 펜듈럼 페인팅을 하면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가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 환경에 대한 염려 이외에 수업 시간에 펜듈럼 페인팅을 하기는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제대로 된 미술수업이 되려면 학생들 스스로 펜듈럼을 세팅하고, 물감의 색도 내어보고 펜듈럼의 운동과 캔버스에 그려지는 선에 대해 직접 실험을 해보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서 진자와 관련한 과학 원리나 시각에 대한 이해가 확장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어렵다. 예산, 공간의 확보, 수업 시간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너무 많다. 결국은 교사는 최적의 조건으로 모든 것을 세팅해 놓고, 학생들은 진자의 흔적을 확인하는 정도의 활동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티브이 프로그램의 연예인처럼 원데이 클래스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물론 펜듈럼 페인팅이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도 작은 것은 아니겠지만 미술 수업이 단지 재미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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