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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Jan 07. 2022

주의3_ 의식은 흐른다

* 이전글 : 주의2_새로운 수업의 의미는?

* 주의2, 주의3은 이전 글인 주의1에 이어 '새로운' 수업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것으로, 인간의 의식에 연관지어 생각해봤습니다.


2. 의식은 흐른다

인간의 정신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의식이란 우리가 필요로 할 때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어떤 것을 말한다. 반면 의식이란 세상과 정신에 관해 개인이 가지는 주관적인 경험을 의미한다. 의식의 정의에는 단순히 깨어있는 것만이 아니라 경험을 포함한다.*3


나는 지금 음악을 듣고 있다. 나는 지금 찻잔의 뜨거운 온도를 느끼고 있다. 나는 지금 어제 작성하던 서류를 생각하고 있다. 나는 다음 수업 시간에 필요한 준비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의식은 늘 무엇인가에 대한 의식, 즉 어떤 대상에 대한 의식이다. *4 의식은 이 순간 내가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각에 대한 의식과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나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에 대한 생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의식은 다른 누구의 의식이 아닌 나의 의식이다. 17세기 철학자 죤 로크는 ‘의식이란 인간이 자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한 자각(perception)’이라고 말했다. 


나는 지금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뭔가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알지만 옆의 동료도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동료 또한 나처럼 의식이 있다는 사실은 그가 확인해줄 수 있지만 내가 직접 그의 의식으로 들어가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모두는 타인 역시 나처럼 의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을 뿐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의 의식은 매우 사적인 영역이며, 인간의 의식은 공유될 수 없다.’고 하였다. 칙센트미하이는 ‘의식은 스스로가 유전적 지시를 뛰어넘어 독립성을 가지도록 발전’되어 왔으며, ‘의식은 우리 신체 안팎에서 무엇이 일어났는가 하는 것을 말해주는 감각정보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지만 선별적으로 반영하고 능동적으로 사건들을 구성하며 이들을 새로운 현실세계로 인도한다. 의식을 통해서 반영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하였다.  

의식은 내가 느끼는 신체 감각에 대한 정보를 하나로 통합하고자 하는 특성을 가진다. 오늘 아침에 만났던 옆자리 동료를 떠올려보자. 


그/그녀는 키가 크다. 그/그녀는 오늘 검은색 정장을 입었다. 그/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그녀는 다정한 음성을 가졌다.


그/그녀가 가지고 있는 내ㆍ외적 특징은 다양하지만 우리는 이를 통합하여 한 사람으로 그/그녀를 인지한다. 나에게 그/그녀는 그/그녀가 가진 여러 가지 요소 중 나에게 의미 있고 특별한 인상으로 재구성한 어떤 사람이다. 비단 사람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우리는 매 순간 우리를 덮쳐오는 수많은 대상과 그것이 주는 감각을 마주하고 내면으로부터의 생각과 상상에 둘러싸인다. 나를 둘러싼 혼돈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의식이다. 만일 우리가 만나는 모든 것들의 각각의 요소를 따로따로 인지한다면 이 세상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본 미소만 남은 체셔 고양이와 같은 분리된 이미지의 세상이 될 것이다. 상상만 해도 정말 이상한 세계가 아닐 수 없다.


의식이 무언가에 대한 의식이라는 것은 의식이 가진 선택이라는 속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매시간 매초 많은 감각과 사건을 만나고 머릿속에서는 수만 가지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중 우리가 선택하여 자신의 의식의 일부로 삼는 것은 극히 일부다. 


우리는 끊임없이 흐르는 의식의 강 속에서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선택하고 나머지는 배제한다. 우리의 모든 지각에는 강조가 있다. (중략) 감각기관들 자체가 선택의 기관이다.(중략) 운동으로 가득 찬 무수한 카오스 중에서 저마다 자신이 잡아낼 속도 안에 들어오는 운동을 포착한다.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마치 존재도 없는 듯 무시한다. 그 자체로는 구분이 불가능한 ‘연속체’ 중에서 우리의 감각은 이 운동에 신경을 쓰고 다른 운동은 깡그리 무시함으로써 우리를 위해서 대비와 강조, 돌발적인 변화와 회화적인 빛과 그림자로 가득 찬 세상을 엮어낸다. *5


의식은 근본적으로 무질서의 상태다. 의식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어서 우리 스스로 애쓰지 않는 이상 잠시도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계속 흐른다. 우리의 의식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는 이유는 의식적 마음의 제한된 능력 때문이다. 의식을 한 곳에 머무르게 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의식이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의식은 때때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잠든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방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의식하지 못한다. 흔히 ‘멍 때린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때는 우리가 최소한의 의식으로 있을 때다. 반면 충만한 의식은 우리가 자신의 정신 상태를 명확히 의식하고 완벽하게 인식할 때를 말한다. 이때 우리는 무엇인가를 의식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이 이를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의식하고 있다. 반면 자의식은 우리가 다른 모든 것들을 배제하고 오직 자신에 대해서만 주의를 집중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대상성, 단일성, 선택, 흐름이라는 의식의 네 가지 속성을 살펴보면 의식의 속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의’ *6 임을 깨닫게 된다. 주의는 우리가 선택한 그 무엇에 우리의 의식을 집중하는 심리적 에너지다. 그러나 우리의 심리적 자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이 관심이 있는 어떤 것을 발견하더라도 그것에 영원히 주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이론상으로 인간이 한순간에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개수는 7개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7개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우리의 뇌가 가지고 있는 정보처리 방식의 한계 때문이다. 우리 뇌는 여러 개의 정보를 동시에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그 처리는 순차적으로 처리한다. 우리는 늘 우리에게로 오는 정보 중에서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무언가는 배제해야 한다. 이때 우리가 우리 안으로 받아들이는 정보, 그것이 우리의 학습을, 삶을 결정한다. 


‘주의는 가만 내버려 두면 자연히 새로운 것으로 향하게 되어 있다. 그것이 주의의 본질이다. 그러다가 대상에 대한 관심이 끝나자마자,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것이 전혀 눈에 띄지 않게 되자마자 주의는 우리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만일 주의를 한 가지 똑같은 주제에 지속적으로 묶어놓고자 한다면, 우리는 그 주제에 대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발굴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7


의식에서 주의의 속성이 시사하는 바는 단순히 수업 과정에서의 심리적 자원을 분배하는 정도의 의미를 넘어선다. 학습이 ‘유기체의 행동에 변화를 낳는 여러 기법, 절차 및 결과들의 묶음’이라는 학습의 의미로 돌아가 보자.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 유기체의 변화' 라는 부분이다. 유기체의 변화는 학교에서의 학습만이 아니라 유기체의 기억과 같은 의식의 변화를 뜻한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대상에 대해서는 마음에 새기지 않는다. 주의가 심리 에너지이고 의식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라는 점은 학습에서 주의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 지난 3년동안 전국미술교과모임 선생님들과 미술교육, 철학, 미학을 공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술수업을 심리학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싶어졌습니다. '주의'는 서투르지만 그간 공부했던 것들의 나름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바 없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오류가 있을 것이고 주관적인 해석 또한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공부하면서 계속 수정할 생각입니다. 제 글에 대한 의견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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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의식의 네 가지 속성(의도, 통합, 선택, 유동성)에 대한 설명은 위의 책 pp.190-193과 윌리엄 제임스 심리학의 원리를 참고했다. 

*5 윌리엄 제임스, 심리학의 원리, 부글북스, 2018, P.223 이 책에서 윌리암 제임스는 “예술가는 선택의 고수들이다. 그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지 않거나 자신의 목표와 조화를 이루지 않는 것은 모두 배제한다. 예술작품을 자연의 작품보다 우월하게 만든다는 그 통일성과 조화, 프랑스 비평가 텐느가 말한 ‘특성들의 수렴’은 전적으로 배제의 덕분이다.”라고 하였다. 그는 의식은 연결된 것이 아니라 흐르는 강의 이미지이며 의식의 흐름, 주관적인 삶의 흐름이라고 불렀다. 그의 심리학 이론은 현대 심리학은 물론 철학, 예술 등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6 주의(주목)은 심리학에서 attention을 번역한 단어이다. Daniel L.Schacter 등의 <심리학개론>,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윌리엄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와 Ronald T Kellogg의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를 주의로 번역하였다. 칙센트미하이는 특히 선택적 주의(선택주의)와 함께 생물학적 또는 사회적 명령에 순종하는 습관화된 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기초 주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몰입, 생각의 재발견>과 <주목의 심리학>에서는 주목이란 용어로 번역했다. 이 글에서는 심리학의 용어인 주의를 쓰고자 한다.

 *7 윌리엄 제임스, 심리학의 원리, 부글북스, 2018, 재인용 pp.294~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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