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의 혼합 응용 : 진채화 그리기
물감의 혼합을 배운 후 어떤 수업으로 연결하면 좋을까
1-2차시에서 배운 물감의 혼합은 당장 응용해보는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 연계 수업으로 다양한 채색 수업을 진행한다면, 1-2차시에 배운 내용을 좀 더 오래 내 것으로 가지고 있을 수 있게 된다.
진채화 그리기 (수채화나 수묵 담채화로 진행할 수도 있다.)
채색 기법에 따라 한국화를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1. 수묵화 : 먹의 농담을 살려 그린 그림
2. 수묵담채화 : 수묵에 연한 채색을 곁들인 그림
3. 진채화 : 진한 채색 위주의 그림
이 수업은 물감의 혼합을 응용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진채화를 선택했다. 수업 주제는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데, 나의 경우는 한국의 야생화, 문자도, 동물 그리기를 주로 선택한다.
진채화 기법으로 그리는 한국의 야생화
준비물 : 한지(a4크기), 한국화 채색 붓, 한국화 물감(수채화물감도 가능), 먹물, 물통, 연필, 야생화 사진
* 주의 : 물감은 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과 흰색, 검은색 만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이 다섯 가지의 색상으로 훌륭하게 채색화를 그린다.
* 팁 : 야생화 사진을 넉넉하게 출력해 둔다. 학생들이 준비해올 수도 있으나 경험으로 보건대 사진 이미지를 왜곡시켜 출력하거나 사진 해상도가 떨어져 실제 수업에 사용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기왕이면 꽃 이름도 알려주면 더 좋겠다.
* 만일 교정에 꽃들이 많이 피어있다면 야외수업으로 진행하면 가장 바람직하다.
- 꽃 사진을 보면서 A4용지에 스케치한다. 한지 위에 스케치를 올린 후 볼펜으로 눌러 한지에 스케치를 옮긴다. (혹은 사진 뒷면에 진한 연필을 칠해 먹지를 만든 다음 베껴 그리는 방법도 있다. 내 경우, 묘사 능력을 높이는 것보다 물감 사용에 방점을 찍고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연필 먹지 방법을 즐거 사용한다. 사실적인 묘사에 두려움을 가진 학생들이라면 실물과 비슷한 결과물에 대해 만족스러워하니 고려해볼 만하다.)
- 먹 색을 조절하면서 먹선을 그려 넣는다.(학생들이 한국화 붓 사용에 서투르기 때문에 10분 정도 선 연습을 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 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을 이용해서 채색한다.
- 짧은 글짓기를 해서 그림 여백에 쓴다. 그림에 대한 글이나 그림을 그릴 때 느끼고 생각한 것을 단문으로 쓰는 것이라 큰 무리 없이 쓸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이 나에게는 수업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된다. 사실, 한지에 채색화를 그리는 과정이 아이들로서는 썩 재미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순간 그림에 자신이 개입하게 되고, 그리는 전체 과정이 매우 의미 있어지는 경험을 하는 것 같았다. (캘리그래피 학습은 덤)
- 이름과 낙관을 찍는다.(낙관은 지우개 낙관 수업과 연결 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낙관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빨간 물감으로 낙관처럼 써 주는 것만으로도 한국화 분위기를 내기에 충분하다. )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들 입장에서 본다면 이 같은 수업 방식으로 진채화 기법을 제대로 익힐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아교도 사용하지 않은등 일반적인 진채화 과정 보다는 수묵담채에 가깝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핑계지만, 짧은 미술시간에 그 모든것을 진행하는데는 무리가 따른다. 그리고, 중등미술은 전문가를 기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술문화를 보고, 체험함으로써 익숙해지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 학생들은 한국화에 대해 불편한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물 조절 힘든 한국화 붓, 농담을 살려야하는 먹 사용법, 툭하면 번져서 다루기 힘든 한지. 혹시 이 수업을 통해 한국화에 대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접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색의 혼합에 더해 거둘수 있는 수업 효과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