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에는 간상세포와 원추세포라는 두 가지 세포가 있다.
아주 작은 빛에도 반응하는 간상세포는 형태를 구분한다. 어둠 속에서도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은 간상세포 덕분이다.
색을 구분하는 원추세포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빨강, 파랑, 녹색의 세 가지. 짐작했겠지만 빛의 삼원색이 빨강, 파랑, 녹색인 것은 바로 원추세포가 빨강, 파랑, 녹색 세 가지 색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자극 정도에 따라 이 세 가지 원추 세포의 반응으로 우리 눈이 다채로운 색의 향연을 인식하게 된다고 한다. 신기하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 눈이 인식한 시각 정보가 진정 의미 있게 되는 것은 뇌의 정보처리과정에서이다. 우리 뇌는 눈이 전달한 시각 정보를 기계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경험이나 정보와 결합하여 다양한 감정과 판단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빨강 사과를 보고 ‘맛있겠다’ 혹은 ‘썩었네. 먹으면 안돼’라는 판단을 하거나 빨간 사과와 관련된 경험을 떠올려 기쁘거나 혹은 슬픈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본다’라는 말은 굉장히 다양한 층위의 의미를 갖게 된다. 눈으로 대상의 외형적인 형태를 파악한다는 것에서부터 세상을 ‘보는’ 눈, 즉 한 사람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말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한 의미로 쓰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