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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Apr 25. 2018

1-2 체험, 빛의 혼합 2(라이트아트)

체험, 빛의 혼합 1(빛의 체험)
라이트아트를 체험하다

라고 썼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라이트아트를 잘 모른다. 라이트아트를 빛의 혼합 활용 수업으로 구상하면서 이곳저곳 자료를 많이 찾아봤지만 정말 자료가 없었다. 그나마 라이트아트란 책을 한 권을 찾아냈으나 그조차 수업에 직접 도움이 되기란 어려웠다. 나는 두 번째 시간을 최소한의 정보로 운영하기로 독하게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빛의 혼합을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되었을 때 미술실의 불을 다시 켠다.

‘빛의 혼합 체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런데, 빛의 혼합은 우리 주변에서 정말 여러 가지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어디에 활용되고 있는지 이야기해볼 수 있는 사람?’

‘무대 조명?’ ‘조명등?’

‘그래, 그런 곳에 쓰이고 있어요. 무대 조명에서도 쓰이고 또 여러분이 진짜 좋아하는 것에도 쓰이는데... 어딜까?’

‘.... 음, 핸드폰?’

‘맞아요. 핸드폰 액정에도 빛의 혼합이 이용되고 있어요. 또 TV 화면이나 컴퓨터 모니터도 빛의 혼합을 활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데 말고 예술에서도 빛을 활용한 예술이 있는데 바로 라이트아트입니다.’


‘현대미술에서는 이와 같은 빛과 색의 관계를 이용하여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랜턴의 빛을 활용하여 현대미술의 하나인 라이트 아트를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라이트 아트를 체험하기 위해 모둠을 조정하는데, 4명의 모둠 두 개를 합쳐 8명으로 이루어진 1개 조의 큰 모둠으로 만듭시다. 자 자리 이동합시다. 랜턴은 모두 앞으로 가져오세요.’

아이들이 8명 한 조의 모둠으로 자리를 정리하는 사이, 나는 랜턴을 색상별로 바구니에 정리해놓는다.


‘라이트아트는 빛이라는 시각적인 요소를 활용합니다. 빛이 움직이는 방향, 색이 주는 느낌을 활용하면 다양한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연습시간은 따로 주지 않습니다. 서로 어떻게 공연할 것인지만 의논한 후 모둠별로 2분 정도 공연하겠습니다. 어차피 랜턴으로 미리 연습할 수 없으니까 완벽한 공연을 준비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어떤 색 랜턴을 사용해서 어떤 느낌을 주고 싶은지 정도만 의논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랜턴은 색상 별로 앞에 정리해 놓을 테니 각자 필요한 색을 생각하고 있다가 알아서 가져가면 됩니다.’


‘선생님, 랜턴 두 개 써도 돼요?’

‘말을 해도 돼요?’

‘랜턴은 앞에 모두 갖다 놨으니 필요한 만큼 마음대로 사용하세요. 그리고 꼭 필요하다면 말을 해도 됩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공연할 것인지 모둠 별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의논할 시간은 5분 정도면 충분하다. 왜냐하면 랜턴을 주고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논을 해도 실제 공연은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즉, 즉흥 공연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수업은 빛을 체험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구성을 했지만, 만일, 라이트아트 공연에 방점을 두고 수업을 구성한다면 아이들이 라이트 아트 공연을 보다 충실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함께 협의하고 공연을 구성할 시간을 줘야 할 것이다.


공연 무대는 미술실 천정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한정했다. 서서 공연하면 라이트 아트 공연 화면이 가려져서 안보이므로 공연자는 앉는 것이 좋다. 준비가 끝나면 미술실 불을 껐다가 공연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시점에 다시 미술실 불을 켰다. 즉흥 공연인 데다 다들 불빛 움직이는 재미에 빠져 끝낼 줄 모르기 때문에 적당한 시점에 공연을 끊어줘야 한다. ‘자, 여기까지~~’ 이런 식으로.       

첫 번째 학급과 두 번째 학급은 배경음악을 넣지 않고 빛으로만 공연을 했다. 음악이란 청각 요소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 팀이 입으로 배경음악을 넣었는데, 빛만 가지고 공연을 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것이 아닌가?

다음 학급부터는 두 개의 음악을 제시했다. 흥겨운 음악과 서정적인 음악.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음악에 맞춰 공연하라고 했다. 그러자 불빛의 크기와 움직임이 음악에 따라 달라지기 시작했다. 색이라는 시각적 요소와 음악이라는 청각적 요소가 더해지면서 공연은 매우 흥미롭게 진행되었다. 다만, 대사는 안 하는 것이 좋다. 말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모둠별 공연이 모두 끝나면 이제까지 배운 내용을 정리한 후 수업을 마친다.

수업을 끝내고

결과적으로, 수업에 감동을 받았던 것은 맞지만 이 수업을 지면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사실 부끄러운 고백이다. 나는 수업 전체를 장악하기보다 수업 속 상황에 반응하면서 아이들의 반응에 따라가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와 같은 수업 방식은 그간 내가 해왔던 수업 방식은 아니었다. 내 방식은 수업을 매우 꼼꼼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면서 의도했던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었다. 그간의 내 수업 방식과 비교한다면 이 수업은 전체적으로 매우 허술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갈 방향만 정해놓았을 뿐 어디로 어떻게 갈지 모르는 자유여행처럼. 어쩌면 혹자는 교사는 뭐하는 사람이냐고 꾸짖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수업을 ‘감동받은 수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수업에서 느낀 나의 감동과 아이들의 감동이 다른 것이 아니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수업 반에서 또다시 감동을 느꼈던 경험은 이 수업이 유일했다. 어쩌면 내가 수업 구석구석을 시시콜콜하게 글로 표현한 것은 그때의 감동을 스스로 되새김질하고 싶은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미술실 안에 가득 차 있던 빛의 향연을 떠올리면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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