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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May 07. 2018

1-4 [체험,빛의혼합4]그림자 놀이

★ 수업 구성
- 1-2차시: 빛과 색(빛의 혼합) 이론과 라이트아트 체험. 수업 정리단계에서 그림자극에 대한 힌트를 주고 모둠을 구성한다(모둠별 6-8명 내외) 모둠이 정해지면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그림자극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의논한다.
- 3-4차시에는 필요한 도구 만들기와 동작을 구상한다.
- 5-6차시는 모둠별 연습
- 7차시 총연습
- 8차시 발표와 평가
 미술과 교육과정 재구성


그림자놀이 수업은 빛과 색 수업과 한 세트이다. 이 수업을 했던 해에, 나는 미술과 교육과정을 철저하게 이론-적용의 사이클을 가지고 진행하려고 생각했다. 빛과 색은 빛의 혼합과 그림자놀이로, 물감의 혼합은 물감의 삼원색 혼합과 채색화 수업을 하나로 묶어서 진행했었다. 즉, 글자로 배우는 이론이 아니라 체험으로 이론을 배우고, 이를 실재 예술활동에 접목하는 과정 중심으로 연간 수업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림자놀이는 인체를 활용하거나 빛이 투과하지 못하는 물체를 활용한다. 한 반 40명의 학생을 다섯 개의 조로 나누었다. 평소 수업 분단을 활용하였으나 지나치게 활발한 아이들이 몰린 모둠은 조정하였다.


예시 작품으로는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그림자극을 두 편정도 보여주었다.

http://youtu.be/r6f4qUL2hLc

http://youtu.be/pYXoHeCJWIU

어렸을 때 집안의 불은 주로 백열등이었다. 노랗고 둥근 백열등 위쪽의 단추를 상하로 움직여 불을 켰다 껐다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전력 소모량이 많은 백열등은 지금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아마 형광등이나 삼파장 전구를 사용할 것이다.


그림자놀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정말 놀란 것은 아이들이 정말 활동적이라는 사실이다. 이 아이들이 특수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기는 하는데, 어떻게 40명 아이들이 거의 100% 가까운 참여율을 보이는지.... 물론 한 두세 반에서 일부 산만한 아이들이 모둠을 무시하고 수다를 떨다가 혼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모둠 활동에서는 서로의 협동이 중요하고, 한 두 명이 자신의 모둠이 아닌 곳에서 딴짓을 하고 놀다가 샘에게 지적 당하면 그 모둠의 평가에 불이익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수업을 시작하면 대부분 자신의 모둠에서 소극적으로라도 활동에 참여한다. 교사의 그딴 엄포는 아이들의 활동에 절대적인 동기를 부여한다기보다는 약간의 주의 환기 정도에 그친다는 것은 아이들도 알고 나도 안다.

예전의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런 활동 중심 수업을 할 때 소극적인 표현으로 내 속을 태웠던 기억이 함께 떠오르는데, 당시 함께 수업했던 아이들은 조금 과장을 하자면,  표현을 못해 어떻게 참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날 정도로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그림자 놀이란 게 글자 그대로 그림자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표현의 쑥스러움을 감추기 좋은 표현 방법일 수도 있고, 그림자로 극을 만든다는 낯설고 신기한 체험이 아이들을 감정 업시켰을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느낀 대로 아이들의 표현에 대한, 또는 몸을 통한 에너지를 발산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이런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 표현에 대한 갈증, 자기중심, 이미지 중심, 이런 것이 아이들의 특징이라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미술실 환경 바꾸기

 그림자놀이는 암실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년에 새로 만든 미술실에는 암막이 없다. 그래서  두꺼운 켄트지로 넓은 미술실 창을 막기로 했다.  복도와 외부 벽면이 온통 유리창인 미술실. 아이들이 소묘를 하는 틈틈이, 수업이 없는 빈 시간 틈틈이 투명테이프와 켄트지로 미술실 창을 막았는데 거의 대여섯 시간이 걸렸다. 수업이 끝나고 모두 뜯어내려면 다시 또 서너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그림자 극을 위한 광원과 그림자를 비출 막이었다. 그림자극을 위한 광원은 하나의 전구로만 구성되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LED 전구의 경우, 밝기는 하지만 여러 개의 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림자도 여러 개가 나온다. 이곳저곳에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에 후레시를 사용해 볼까 하고 LED 랜턴을 구입해보기도 했으나 광량이 충분하지 않아서 포기. 돈만 날리고 말았다.


 이것저것 검색질을 하다가 서울에 극단 영이란 곳에서 그림자극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업을 마치고 전화를 하니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는데, 광원으로 가장 효과적인 것이 빔프로젝트라고 한다.

  교실 환경개선사업으로 빔프로젝트를 뜯어낸 것이 삼 년 되었는데 정보실에 물어보니 다행히 상태 괜찮은 것이 세 개 남아있었다. 그것을 가지고 오는 것으로 광원 해결.

  그다음 필요한 것이 그림자를 비출 막이었다. 광목을 사용하기로 하고 이곳저곳을 뒤져 가장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아 20마 정도를 주문했다. 창고에 처박아 둔 재봉틀을 꺼내 드르륵 박아서 시접을 처리하고, 천정의 나사를 풀어 조소 수업을 하고 남은 전선을 고정시켜서 광목을 길게 달았다. 간신히 그림자 비출 막 해결.


그림자놀이의 표현 방식은 신체를 활용과 도화지와 셀로판지의 매체 사용의 두 가지를 모두 허용하였다. 다만, 처음 보여주었던 그림자극과 같은 수준의 극은 만들지 못했는데, 아마도 수업 시수가 충분하지 못하여 애초에 그 정도까지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 것이다.   


난청이 생겼다

어떤 자료에서 교사 직업병 중 가장 빈번한 것이 성대결절과 난청이라고 했다. 그 자료는 약간은 충격이었고 한편으로 고개를 끄덕거려지는 자료였다. 맞다. 정말 맞는 말이다. 특히 미술교사는.....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학교를 오는 것일까? 그림자극을 짜고 도화지를 자르고 빈 공간에 셀로판지를 붙이고, 그것을 막에 비춰보고 열광과 탄성이 비명을 지른다. 우와---- 평소 소극적이었던 아이들도 하나가 되어 소리 지르고 웃고 있다.


아이들은 흥분을 절제하는데 정말 인색하다. 아니 그리 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일까? 알면서 안 하는 것일까? 미술실 안은 어쩔 수 없이 두 시간 내내 시장통이었다. 두 시간씩 하루 두 반 수업, 총 네 시간 수업을 마치고 나면 귀가 윙윙거린다. 종례시간에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들의 작은 이야기가 잘 안 들린다. 뭐라고? 얘들아 선생님 난청이야, 조금만 크게 이야기해줄래?

학기말에 생활기록부를 정리하다 보면 아이들의 장래 희망란에 연예인이 참 많다. 가수, 탤런트, 영화배우 등. 화려함에 일단 혹해서 희망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나는 이것이 아이들의 강한 표현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문자 세대인 우리는 표현에 서투르고, 표현의 욕구를 참는 것이 미덕인 시대에 살았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표현의 홍수 속에서 태어나 이미지 속에서 성장한 세대다. 그들에게 표현이란 그들 자신과 분리하기 어려운 것일 터. 표현은 어쩌면 지금 아이들의 삶의 생존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발표

그림자극의 길이를 삼 분 내외라고 하였으나 사실 삼분이라는 시간은 정말 긴 시간이다. 삼 분 길이의 그림자극을 만든 모둠은 거의 없었다. 길어야 이 분 정도?

완성도의 측면에서 본다면 정말 한 숨이 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완성도라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미숙한 수준의 그 작품을 보면서도 정말 즐거워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러는 내가 모르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드러날 때 열광하였다. 아.....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사춘기 소녀라서 그러나.......

수업 장면과 발표 작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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