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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May 22. 2018

7-1 여러 가지 표현기법과 그림책 만들기 1

여러 가지 표현 기법으로 신나는 놀이

이 수업은 2012년, 중학교 3학년 여학생들과 총 11차시로 진행했던 수업을 정리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표현기법을 활용하여 한 권의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왜 표현‘기법’일까

미술에는 여러 가지 장르가 있다. 회화, 조소, 디자인 등 영역을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수채화, 판화, 조각, 비디오 아트 등 세부적인 영역까지.  대부분의 미술 장르는 기법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왜 여러 가지 표현기법은 '기법'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일까?

불기, 뿌리기, 번지기, 흘리기, 프로타주와 같이 물감의 흔적이나 궤적, 혼색을 통해 나타나는 여러 가지 표현 기법은 초현실주의자들에 의해 처음 시도되기 시작하였다. 막스 에른스트의 프로타주 기법, 피카소 등 입체파 화가들이 시도한 콜라주 기법 등이 대표적이다. 여러 가지 표현기법과 같이 조작되지 않은 우연한 상황은 우리에게 다양한 연상, 상상, 착시를 일으킨다. 초현실주의자들에 의하면 우리의 무의식에 의해 이런 연상, 상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피카소와 에른스트의 작품

여러 가지 표현기법은 무목적적으로 행해진다. 물감을 뿌리고, 불고, 번지게 하는 행위는 목적이 있을 수 없으며, 그 자체로 하나의 놀이, 혹은 유희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어느 연령의 학생들도 몰입하여 참여한다. 특히 중학교 학생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사실적인 묘사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남녀 학생 모두 즐겁게 참여하는 편이다. 다만, 이 수업이 단순히 활동 자체로만 끝난다고 하면 미술수업의 성격을 갖기보다는 놀이로 머무르게 된다. 여러 가지 표현기법이 기법인 이유는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는 예술 활동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예술작품을 위한 ‘기법, 즉 표현 방법’이기 때문이다.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여러 가지 표현기법으로부터 예술 작품을 탄생시켰던 것처럼 무목적적인 활동인 여러 가지 표현기법으로부터 목적성을 가진 미술 활동으로 연결시킴으로써 단순한 놀이 이상의 가치를 갖게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표현기법을 체험하는 시간. 마지막 사진은 뿌리기를 하기 위해 양동이와 팔레트를 들고 미술실 밖으로 나간 학생들의 모습이다.
전체 수업 구성          
1. 여러 가지 표현기법(총 3차시)-불기, 뿌리기, 흘리기, 번지기, 데칼코마니, 실 그림, 마블링

2. 연상과 글쓰기(총 4차시)
○ 1차시의 결과물을 통해 떠오른 이미지를 연상하여 이야기 만들기
○ 간단한 그림을 덧그려서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그림으로 만들기
○ 작품 계획서 작성하기

3. 책 표지 만들기(총 2차시)
○ 출판의 과정 이해하기:글쓰기와 그림 그리기-표지 디자인-제본-출판-다른 친구들과 공유하기
○ 책 표지 디자인(제목, 일러스트, 출판사, 작가 등의 내용 구성으로 책 표지를 디자인한다.)
○ 제본하기

4. 동화 읽어주는 시간(총 2차시)
○ 내가 만든 그림책을 여러 친구들에게 읽어주며 내가 느낀 감정과 정서를 함께 공유하기

 

1-2차시 : 여러 가지 표현기법으로 신나는 놀이
준비물 : A4 크기 도화지, 물감, 붓, 물통, 팔레트, 스프레이.

여러 가지 표현기법에는 우연의 효과를 이용한 마블링, 데칼코마니, 물감 뿌리기, 불기, 번지기, 태우기와 바탕의 효과를 이용한 스크래치, 콜라주, 모자이크, 핑거페인팅, 프로타주, 배틱 등이 있다.

1-2차시에서는 불기, 뿌리기, 흘리기, 마블링, 번지기, 데칼코마니, 실 그림의 일곱 가지 기법을 제시하고, 이 중 다섯 가지 이상을 체험해본다. 표현 기법 중 먹물 마블링은 과정이 다소 복잡하고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 시간을 따로 배치하였다.   


* 주의사항
1. 여러 가지 표현기법을 활용하여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리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본 수업이 우연의 기법으로부터 추리, 연상을 통해 이미지와 이야기를 만듦으로써 상상력과 연상력을 키우기 위한 수업이기 때문이다. 만일 동화책을 만들 것임을 미리 알게 되면 학생들은 자신들의 구상에 맞게 표현을 조절하게 된다. 예를 들면, 물고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바닷속 느낌이 나도록 색채를 조절하는 식이다. 실제로, 제작과정에서 활동지를 분실한 학생에게 보충 활동을 허용했더니 위와 같이 한 경우가 있었다. 다만, 사후 활동이 있음을 미리 알고 있어야 표현 결과물을 버리지 않고 잘 간수하게 된다. 그림책 만들기에 대한 안내는 먹물 마블링까지 마친 후 수업 마무리 단계에서 안내하면 된다.

2. 재료와 표현 기법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하고 수업을 시작하고, 수업 과정에서 교사의 개입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일단,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몰입도가 크기 때문에 수업 중간에 전체를 대상으로 안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교사의 설명을 놓친 학생들을 위해 표현 기법에 대한 개략적인 안내판을 벽에 붙여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학생들은 자율적이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서로 도와가면서 활동하고, 교사는 활동 방법에 대한 조언과 도구 사용 방법을 도와주는 정도가 적당하다.
왼쪽부터 데칼코마니, 먹물 마블링, 실그림
불기, 흘리기와 번지기. 흘리기와 번지기는 언뜻 보았을 때 구분이 잘 안될 수 있다. 흘리면서 서로 번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흘리기와 뿌리기

1. 불기

도화지에 물감을 떨어뜨린 후 입으로 불어 물감 가지를 만든다. 물감이 너무 진하면 잘 불어지지 않으므로 농도를 잘 조절해야 한다.

2. 뿌리기

붓에 물감을 묻히고, 도화지에 뿌려 물감의 흔적을 만든다. 액션페인팅의 폴록이 주로 사용한 기법이다. 물감의 농도와 붓에 묻은 양, 뿌리는 속도에 따라 다양한 무늬가 나타난다.

3. 흘리기

① 물감이 흐를 수 있도록 농도를 조절한 후 도화지에 물감을 떨어뜨리고 도화지를 기울이면 물감이 흐른다.(창문의 빗방울 같은 느낌)

② 도화지에 물을 묻히고 물감을 떨어뜨린 후 도화지를 기울이면 물감이 번지면서 흐른다. 흐른 자국이 안정될 때까지 기울이고 있어야 하며 어느 정도 안정되면 평평한 곳에 도화지를 놓고 말린다.

4. 번지기

 ① 도화지의 한 쪽 면을 완전히 물에 적신 후 물감을 떨어뜨리면 농도 차에 의해 번진다.

 ② 물감을 먼저 떨어뜨린 후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주면 또 다른 번지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5. 데칼코마니

도화지를 반으로 접고 한쪽 면에 물감을 짜거나 묻힌 후 도화지를 덮는다. 손으로 누르거나 문지른 후 다시 펼치면 대칭의 그림이 생긴다. 접는 방법과 접는 위치, 누를 때 힘이 가해지는 방향에 따라 나타나는 모양이 달라진다.

6. 실 그림

면실에 물감을 묻힌다. 반으로 접은 도화지 한쪽 면에 물감이 묻은 실을 내려놓고 도화지를 덮은 후 도화지를 손바닥으로 누른다. 이때 도화지 밖으로 실이 살짝 빠져나오게 한다. 빠져나온 실을 잡아당기면 도화지를 누르는 압력에 의해 실이 끌린 흔적이 세밀하고 섬세하게 찍힌다. 혼자 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 사람은 누르고 한 사람은 잡아당기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실에 물감이 너무 많이 묻으면 데칼코마니처럼 되므로 실에 묻은 물감을 손가락으로 훑어는 것이 좋다.

실그림 제작과정
표현한 결과물을 말리기 위해 벽에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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