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를 주제로 한 장 짜리 잡지 만들기 수업
2014년, 중학교 2학년 여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는 동네를 주제로 한 장으로 된 잡지를 만드는 수업을 정리했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사진이라는 매체를 활용하여 기록하고, 기록을 바탕으로 각자 스토리텔링을 하여 그간 무심히 지나쳤던 주변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것이 이 수업의 목적입니다.
전체 수업과정은 잡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사진 촬영 기초 기능 익히기/ 사진 읽기와 글쓰기, 매체 편집의 이해/개인 별로 잡지의 주제를 정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발표하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 총 13시간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 수업입니다. 전체로 보면 긴 시간이지만, 각각의 소주제는 별개의 독립된 수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소주제를 따로 진행해도 무리가 없는 수업이라는 뜻입니다.
본 글은 1-1 전체 수업 개관, 1-2~4 수업의 진행 과정별 세 개의 글, 1-5 마지막 학생 작품의 총 5개의 글로 나누어 업로드하려고 합니다.
수업을 기획하게 된 이유
도시 공간에 대한 수업은 미술과 내용 영역 중 시각문화 영역에 대한 수업이다. 도시 공간에 대한 수업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먼저, 도시 공간 수업은 지역 사회와 지역 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수업일 수 있다. 또, 학습자의 삶의 공간, 그 안에서의 스스로의 눈으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가치적 측면의 수업일 수 있다. 또 공간을 하나의 시각 이미지로 바라보고 반성적 성찰을 하는 이미지 수업일 수도 있다.
도시 공간을 수업의 주제로 설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삶의 장소로서의 공간을 어떻게 탐색해야 할 것인가의 방법에 대한 어려움 때문인데,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그간의 수업사례들은 도시를 시각적으로 얼마나 아름답게 장식했는가를 살펴보는 경우가 많았다. 잘 꾸며놓은 공공장소, 건물, 공원을 비롯해 최근 구도심 재생사업의 바람을 타고 유행처럼 번지는 벽화.... 이런 주제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런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것에 빠져있는 것이 있다. 바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다.
나는 공간의 아름다움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를 드러낼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이 공간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 공간은 '나'에게 왜 소중한 것일까. 이 공간 중 '나'에게 소중한 장소는 어느 곳인가. 이 공간에는 '어떤 사람들이'나와 함께 살고 있는가. 나는 이 공간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도시를 단순히 외관상의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바라보면 그 공간은 살아있는 공간이 아니라 화병 속의 꽃처럼 생명력 없는 대상화된 공간이 되는 것은 아닐까. 따라서, 공간 수업은 미적 탐구 대상으로서가 아닌 삶의 터전로서의 가치를 찾아가는 문화적, 철학적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의 흐름
1. 사전 조사
수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수업 주제와 관련한 8개 문항으로 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개 학급, 40명) 매체에 대한 이해 정도, 동네에 대한 평소의 관심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몇 가지 설문이 그것이다.
2. 기능교육
사진의 구도와 구성, 사진 촬영 실습 과정이 여기에 해당된다. 실제 촬영 실습은 수업 시간에 구도를 생각하며 사진 찍기와 동네 별로 모둠을 구성하여 직접 동네 풍경을 찍어서 인터넷 카페에 업로드하는 두 가지로 진행하였다.
3. 사진 읽기와 글쓰기, 편집의 이해
과제로 제출한 사진을 함께 보면서 사진을 찍은 사람의 의도를 읽거나 사진 속에서 떠오르는 이야기를 찾고, 이미지에 제목 붙여 본다. 또, 사진을 주제 별로 분류하고 간단한 편집 실습을 해 본다. 그다음 교사가 제시한 미니 잡지를 함께 분석하고, 형식과 내용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눠 본다.
4. 개인 프로젝트 수행과 발표
‘우리 동네 이야기’ 잡지의 주제를 정한다. 잡지에 필요한 사진을 찍고, 레이아웃을 정하며, 사진을 설명하는 짧은 글짓기로 잡지를 완성해본다. 마지막 시간에는 자신이 만든 잡지를 학급 친구들에게 설명해 준다.
수업의 특성
‘이미지와 글로 표현하는 우리 동네 이야기’는 디지털 이미지를 중심으로, 글과 이미지, 공간 보기라는 다양한 교과 영역이 들어있는 융합수업의 성격을 갖는다. 이는 잡지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특성이다. 잡지는 사진, 이미지, 레이아웃, 레터링, 일러스트레이션과 같은 다양한 미술의 영역, 이와 관련한 글쓰기, 글쓰기의 내용인 동네에 대한 생각과 같은 가치관의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 이 세 가지는 각각 미술과, 국어과, 사회과와 관련을 갖는다.
사회과의 특성은, 나와 우리 동네가 갖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지역 사회를 바라보게 한다는 점,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마을 탐방과 이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자가 찾아낸 '우리 동네 이야기'는 사진 이미지와 국어과의 글쓰기를 통해 표현된다. 글쓰기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으나, 미술과의 특성상 사진 이미지의 의미를 더욱 명확히 나타내 주는 보조적 역할의 의미가 강하다. 다만, 글쓰기의 경우, 지도에 한계가 있어 비문을 지도하는 정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미술교과로서의 단원 특성은 사진 이미지의 창작과 잡지라는 형태의 새로운 시각 이미지의 창작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각자가 찾아낸 이야기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활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이는 이미지 읽기와 쓰기라는 미술교과의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진 이미지와 글은 편집 과정을 거쳐 한 장의 잡지로 최종 완성된다.
사전 조사(학습자 기초 실태 분석 및 시사점)
이 수업을 진행했던 학교는 개교한 지 30년이 넘는 오래된 학교로, 오래된 빌라와 주택, 아파트가 섞여있는 전형적인 구도심 주택가의 학교이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이 있고, 낡고 오래된 골목길이 정답게 느껴지는 동네이다. 학생들은 학교 생활에 적극적이며 수업에도 곧잘 참여하는 편이다. 다만, 수업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집에 프린터기와 컴퓨터가 없는 학생들이 꽤 되며, 핸드폰이 유일한 스마트 기기인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수업에 사진 인쇄가 필요할 경우 미술실에서 인쇄해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제 관련 문항:1-4번] 수업의 주제와 관련하여, 학습 대상자인 2학년 학생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심의 정도를 묻기 위한 문항
학생들의 주거환경을 알아보기 위한 문항이다. 본교는 아파트와 빌라, 다세대 주택으로 둘러싸인 주택지 안에 위치한 학교로, 주택의 종류에 따라 주변 공간의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전반적인 상황을 알아보기 위한 문항이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행동은 매일 아침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사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주변 공간을 목적을 가지고 바라보거나 관찰하고 기억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일상이란 반복적이고 습관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도시 공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행위는 어려울 수 있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을 새롭게 보고 깨닫는 과정을 통해 공간을 비판적으로 보는 활동도, 공간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활동도 가능할 것이다.
지역사회의 관계에 대해 묻는 문항이다. 이 문항을 넣었을 때 내가 가졌던 생각과 달리 학생들은 의외로 많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문항은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질문이 피상적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인식 정도와 친밀도를 묻기 위한 문항이다. 학생들은 공간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아마도 학교와 집, 학원 이외의 공간을 이용한 일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매체 관련 문항:5-8번] 학습 도구와 관련된 문항으로,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는 학생들의 특성상 촬영 대상과 주로 사용하는 매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내용으로 문항을 구성하였다.
본 수업은 사진과 글쓰기가 중요한 수업으로, 사진기에 대한 평소 활용도를 묻기 위한 질문이다. 디지털카메라보다는 핸드폰 카메라가 더 친숙한 학생들의 현재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수업의 경우, 디지털카메라보다는 핸드폰 카메라의 활용에 중점을 두고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학생들의 카메라 활용과 관심을 알아보기 위한 문항이다. 학생들은 주로 풍경과 인물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평소 셀프 카메라나 친구들의 모습을 찍거나 주변 경치를 찍는 용도로 사용함을 의미한다.
잡지책에 대한 노출도와 관심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다. 학생들은 주로 1-2권을 읽고 있었다. 하지만, 잡지책의 종류에 대해 파악하지 않았다는 질문의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잡지의 어떤 기사에 대해 주목하는지에 대해 묻는 문항이다. 7번 문항과 맞지 않는 응답이 일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글로 된 기사보다는 이미지 중심의 사진기사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상과 이미지에 익숙한 학생들의 경향을 재확인시켜주는 설문 결과이다.
설문 결과지를 분석하면서 느낀 점]
설문지 문항 구성은 학습 대상자인 2학년 학생이 현재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와 수업 도구의 이해도를 알아보기 위한 문항으로 나뉘어 있다. 학생들이 지역에 대해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했기 때문에 문항의 내용을 가급적 구체적으로 작성하고자 하였다.
설문 조사 결과, 수업을 위한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먼저, 공간의 의미를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있는 학생들은 많지 않아 보였다. 공간을 체험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공간의 지리적 정보를 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간과 그 공간에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 예로, 학생들은 학교와 집을 오가는 과정을 묻는 문항에서, 경로를 자세히 그릴 수 있는 학생들은 13명에 불과하였다. 공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공간에 대한 의미 있는 경험이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설문 결과로 볼 때 학생들에게 공간은 일상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장소일 뿐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공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경향은 다른 문항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학생들이 공간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은 사람들 간의 관계를 회복한다는 의미이자 일상으로부터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민감성의 획득을 뜻한다. 따라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중심의 수업이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도구와 관련한 문항에서는 핸드폰이 학생들의 삶 속에 깊숙이 개입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학생들의 핸드폰 사용과 관련한 문제들이 많다는 것은 학교 현장에서 모두들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핸드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만일 핸드폰을 소비의 도구가 아닌 학습 도구로 의미 있게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면 학생들의 핸드폰 사용 경향이 달라질 수 있음은 여러 매체나 연구들에서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이를 수업과정에서 적극 수용하여 이미지의 창작과 수용, 공유과정에 대핸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 글은 <사진 촬영의 기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