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와 글로 표현하는 <우리 동네>
이전 글은 9-2. 사진 촬영의 기초입니다.
이미지 읽기와 편집의 이해 수업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이미지 읽기 부분은 이미지에 담긴 메시지나 감정을 읽고 그것을 문자로 표현해보는 수업이다. 같은 이미지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사용될 수 있고, 특히 문자를 사용하게 되면 이미지의 의미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두 번째, 편집의 이해는, 첫 번째 수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이미지들을 모둠끼리 여러 가지 카테고리로 묶어보는 수업이다. 이와 같은 연습은 편집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여기까지 진행한 후 학생들은 비로소 자신들의 잡지를 만드는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미지 읽기와 스토리텔링(2차시)
이전 수업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생활하는 동네 주변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 미술수업 카페에 업로드해야 하는 숙제를 받았다. 이때 찍은 사진의 일부는 이후 본시 수업, 우리 동네 잡지 만들기 수업에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이미지 읽기 수업에서도 사용하게 된다.
수업 전 카페에서 학생들이 제출한 이들 과제를 확인한 후 다운로드하고, 이들을 이용하여 두 장의 학습지를 만들어 놓았다. 한 장은 이미지와 문자의 관계를 알기 위해, 또 한 장은 이미지를 분류하여 스토리텔링을 하는 수업에 사용할 학습지다. 주의할 일은 이 학습지는 각 학급마다 다르게 제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반 수업에 사용할 이미지 1반 학생들이 찍은 이미지 중에서 선택하고, 2반에서 사용할 이미지는 2반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 중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10개 학급, 총 10장의 학습지를 준비해 놓는다.
다음 이미지들은 학생들이 업로드한 사진으로 만든 학습지들이다.
학습지에 학생들의 사진을 사용한 이유
학습지에 학생들이 찍은 이미지를 쓴 이유는 간단하다. 학습지에 자신이 찍은 사진이 실린다는 것은 자신의 창작 행위를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사자에게는 자부심을, 다른 학생들은 친구들이 찍은 사진에서 좀 더 친근감을 갖게 될 것이고, 서로 자신의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반마다 사용하는 이미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학습지 만들기에 많은 시간이 들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 학습지를 만들어보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 일단 기본 폼을 만들어 놓으면 이미지만 바꾸면 되기 때문이다. 또, 복사하는 편이 인쇄실에 맡기는 것보다 화질이 나은 편이라 권장할만하다.
위 학습지는 개인별로 제공한다. 학생들은 제시한 이미지에 제목을 붙이고, 자신이 붙인 제목을 이미지의 적당한 곳에 적어 넣는다. 신문의 사진 기사에 제목을 붙인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다만, 신문과 다른 점은 기사의 하단에 제목을 넣는 것이 아니라 사진 가운데 직접 써넣는다는 점이다. 이미지와 어울리게 문자를 넣는 학습을 겸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개별학습이 끝나면 각자가 적은 내용을 서로 비교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각자의 수업결과를 미러링으로 큰 화면으로 보여주어 각자의 재치와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같은 같은 이미지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느낌과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어떤 문장을 적어 넣느냐에 따라 이미지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미지와 문자> 수업이 학생들의 과제 중 2~4장의 이미지를 사용했다면 <이미지 분류해보기>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과제로 제출한 사진을 15장 내외로 선택하여 A4 한 장에 모두 넣어 편집한 학습지를 준비한다. 이미지와 문자 수업에 사용한 학습지는 흑백으로 출력을 해도 되지만, 이미지 분류하기 수업의 학습지는 컬러로 출력한다. 색조 역시 내용 못지않게 이미지 읽기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 수업은 4명 한 조의 모둠학습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학급당 9장에서 10장 정도만 출력하면 된다.
이미지, 어떤 기준으로 분류해 볼까?
먼저, 학습지에 들어있는 사진을 모두 자른 다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미지끼리 분류해본다. 이것도 크게 보면 이미지 읽기 수업인 셈이다. 내용을 기준으로 나누는 모둠도 있고, 이미지가 주는 느낌을 기준으로 추상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모둠도 있다. 카테고리를 나누기 위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동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같은 이미지도 나와 친구들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배우게 된다. 물론 생각이 달라도 서로 동의를 거쳐 분류해야 한다. 여기에서 분류 기준은 각각 기사 주제가 된다.
이미지의 분류가 끝나면 모둠별로 도화지 한 장을 나눠준다. 도화지의 약 1/4되는 지점에 세로 선을 긋고 분류한 이미지를 붙이면 두 번째 시간이 끝난다.
편집을 찾아서(2차시)
편집을 찾아서는 전 시간에 이미지 분류를 마친 후 걷어두었던 도화지를 다시 나눠주고, 여기에 편집 실습 실습을 해보는 시간이다. 분류한 이미지를 거칠게 화면에 배치해보고, 배치가 끝나면 교사가 제시한 잡지와 비교하면서 편집의 요소를 찾아보는 과정이다.
전 시간에 학습 후 걷어두었던 도화지를 다시 나눠준다. 도화지의 1/4에 분류 이미지를 붙이고, 이 이미지들을 나머지 공간에 배치해보는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는 시간이다. 각각의 분류가 잡지의 한 꼭지 기사가 된다. 물론, 분류한 이미지들을 모두 배치해도 좋고, 그중 일부만 배치해도 된다. 그리고, 이미지들을 실제로 붙이는 것이 아니라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위치만 잡아보는 활동이다. 이 과정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고 편집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므로,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10여분의 제한된 시간에 끝내는 것이 좋다.
적당한 곳에 적당한 크기?
이때 학생들의 활동을 잘 살펴보면 평소에 어떤 방식으로 포스터, 신문 만들기 등의 과제를 수행해왔었는지가 보인다. 학생들 대부분은 신문이나 포스터와 같은 인쇄매체를 만들 때 편집의 개념이 없이 과제를 수행한다. 즉, 화면을 분할하고 계획하는 것(이것이 바로 디자인이다.)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적당한 그림을 적당한 곳에 적당하게 배치한다. 공간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이 있는 일부 학생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느 한 곳은 양이 넘치고 어느 한 곳은 양이 부족해 빈 공간이 남는 등 불균형한 화면을 구성하기 일쑤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불균형한 화면을 보완하기 위해 나타나는 것이 꽃이나 나무, 이모티콘 등을 그려 넣는 무의미한 꾸미기들이다.
아이디어 스케치가 끝나면, 모둠별로 한 장으로 된 잡지를 한 장씩 나눠준다. '생각 버스 프로젝트' 잡지이다.
생각 버스 프로젝트는 서울의 대학생들이 모여서 진행한 프로젝트로, 서울의 버스 노선도를 펼쳐놓고 각 정류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서울의 공간과 사람들을 주제로 만든 일종의 잡지다. 이 프로젝트는 큰 종이 한 장에 프린트되어 시민들에게 제공되었으며, 프로젝트 과정은 책으로도 출간된 적이 있다고 한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 2월, 신학기 수업을 계획하면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된 나는 폭풍 검색질을 통해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팀과 연락이 닿았다. 젊은 그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수업을 보다 구체화시킬 수 있었고, 이때 생각 버스 프로젝트 팀으로부터 받은 잡지를 수업시간에 활용하게 되었다.
다음에 링크된 글을 읽어보면 대략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cstkorea&logNo=220612462688
학생들은 생각 버스 프로젝트와 자신들이 한 아이디어 스케치를 비교해보면서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찾아본다.
사실 생각 버스 프로젝트가 대학생들의 작업이긴 하지만 분명 전문가들의 작업이다. 프로의 잡지와 학생들의 소박한 편집을 굳이 비교하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학생들이 좀 더 미술다운 방식으로 매체를 만들어 보기를 원했다. 편집이란 결국 디자인을 말한다. 화면을 구성하고, 내용을 배치하고, 글자의 크기와 내용을 고려하는 것, 이것이 디자인이 아니고 무엇일까.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꽃도 그리고 이모티콘도 사용하는 것이다. 다만, 여기까지의 학생들의 활동과 다른 점은 내용이 정해진 후 전체 화면 구성을 먼저 한 후 화면 구성에 맞게 사진과 글의 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과제를 진행하게 된다는 점이다.
디자인은 단순히 아름답게 꾸미는 활동이 아니라 기획에 대한 이야기다. 주제를 기획하고, 화면을 기획하고,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 것인가를 선택하고 기획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만일, 수업을 학생들의 감각에만 오롯이 맡겨두게 된다면 굳이 미술을 학습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디자인의 개념을 가지고 매체를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이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매체를 그런 시선으로 본 경험이 없을뿐더러 레이아웃이라는 것은 일종의 구속이기 때문이다. 화면을 미리 나누고, 제한된 공간에 맞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집어넣는 일이 어찌 편안한 일이겠는가. 하지만, 디자인이란 그런 것 아닌가?
모둠별로 편집한 소박한 잡지와 생각 버스 프로젝트 잡지를 비교하면서, 학생들이 논의한 결과는 모둠별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어떤 모둠은 편집과 관련한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하기도 했으나 어떤 모둠은 단순히 내용을 비교하는 것으로 그치기도 했다.
가편집해 본 도화지 뒷면에 자신들의 잡지와 '생각 버스 프로젝트' 잡지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적었다. 이 내용은 모둠별로 발표하는 시간을 통해 공유하였다.
레이아웃 이해하기
레이아웃의 개념을 학생들에게 설득하기 위해서 인터넷에서 인쇄물과 관련된 무수히 많은 자료를 수집해 보여주면서 인쇄물을 편집할 때 왜 미리 화면을 구성하는지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설명해야 한다. 자신들의 작업과 전문가들의 것을 비교해봤다고 해서 학생들이 '그래, 편집이란 이런 것이야. 이게 바로 디자인이지.' 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오산! 이후 본 주제 수업에 들어가서도 끊임없이 편집에 대한 지도해야 한다. 학생들은 이와 같은 과정으로 신문을 만드는 것을 귀찮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느 때와 같이 적당히 사진을 잘라 넣고 글 쓰는 정도로 과제를 끝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을 잘 학습한 학생들은 이후 유사한 다른 수업에서 이때 배운 내용을 꺼내서 사용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듬해 진행했던 '배낭여행을 떠나자' 팸플릿 만들기 수업에서 실제로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 이거 만들 때 작년에 잡지 만들기 할 때처럼 화면을 미리 나눠놓고 시작해요?'
그리고, 실제로 그 수업에서 레이아웃에 대해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화면을 미리 분할한 후 내용을 넣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레이아웃은 일종의 수단이지 목표는 아니다. 하지만 수단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다양한 주제를 표현할 때 이를 얼마든지 활용하여 보다 높은 성취에 이를 수 있다.
학습과제
수업이 끝나면, 다음 차시 예고를 하면서, 우리 동네를 주제로 한 장 짜리 잡지를 만들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왜냐하면 다음 시간까지 수행해야 할 과제는 잡지에 사용할 사진이기 때문이다.(이제부터 진짜 수행평가가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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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 시에 주의할 점은 우리 동네를 설명할 수 있는 주제를 미리 정하고, 그 주제에 맞게 촬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 사진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한 학생들은 그때 기억을 살려 신문의 주제를 쉽게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쉽게 과제를 수행한다. 하만, 주제를 정하지 못한 채 촬영에 들어간 학생들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동네를 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대상을 촬영한 후 이미지 분류하기 수업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이미지를 분류한 후 그 생각을 글로 쓰면 되기 때문이다.
다음 글은 9-4. 우리 동네, 한 장 잡지 만들기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