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이 죽여버리겠다고 했던 만화가, 알리 파르잣

강기린의 세계만화일주

by 강기린

회색가지나방은 긴 시간을 나무에서 보냅니다. 오래전, 그들의 색은 은은했습니다. 나무 몸통을 뒤덮은 이끼의 빛깔을 닮아 있었지요.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공장의 풍경이 익숙해질 무렵, 석탄재가 나방의 하얀 이끼 숲을 뒤덮었습니다. 천적인 새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다녔고, 옅은 회색의 나방은 점점 어두운 잿빛이 되었습니다. 몸을 숨길 방법을 찾아낸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처지의 만화가가 있었습니다. 시리아의 알리 파르잣(Ali Farzat)입니다. 그를 소개할 때는 이런 수식어가 붙습니다. ‘사담 후세인이 죽여버리겠다고 했던 만화가.’ 네, 바그다드의 도살자라 불린, 악랄한 독재자, 후세인 말입니다. 파르잣 선생은 세상의 폭력을 고발하는 만화가였습니다. 이라크 입국 금지의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요.


알리 파르잣 슨상님

억압의 상황은 그가 사는 시리아에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만화가의 삶에서도 드러났지요. 정권의 모순을 조금만 비판하면, 검열은 물론, 욕설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무식한 인간이 국가권력을 틀어쥐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알리 파르잣은 색깔 있는 만화가였고, 권력은 그걸 불편해했습니다.


파르잣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의 머릿속에 두 개의 그림이 날개처럼 퍼덕였지요. 정권이 원하는 그림과, 그가 그리고 싶은 그림이었습니다. 고민이 깊어져 갈수록, 날갯짓은 세졌고, 그는 그 속에서 뭔가를 봤습니다. 바로, 어둠에 잠긴 시리아였습니다. 시리아를 계속 그린다면, 사회에 작은 불 하나를 밝힐 수 있었습니다. 만화는 언어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기에, 그들의 상황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데 보탬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는 어느덧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검열을 피할 방법은 없을까?’


이후, 후세인도 부르르 떨게 한 인물 묘사는 사라졌습니다. 인물만으로는 누구 이야기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지요. 대신 그는 시리아인이라면 보는 순간, 무엇을 말하는지 은근히 눈치챌 수 있도록 그렸습니다. 만화가는 그러한 원칙을 철저히 지켰고, 검열의 숲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대중은 그의 만화를 사랑했습니다.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신문사 매출을 좌우할 정도였다네요.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독자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만화에 대통령의 얼굴이 떡하니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대통령이 길에서 차를 잡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차에는 무아마르 카다피가 타고 있었습니다. 독재를 일삼다가, 국민들이 들고일어나 안 되겠다 싶으니 냅다 튀는 중이었지요. 파르잣은 둘의 방향이 같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때가 2011년이라 하면, 짐작 가실는지요? 시리아인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로 나왔던 때였지요. 정부군은 그들을 학살하고 잡아 가두었습니다. 그중에는 소년도 있었습니다. 그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고문의 흔적과 함께 시신으로 발견됐지요. 사람들이 울분으로 괴로워하는데도, 정권은 계속해서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알리 파르잣은 자신의 만화를 다시 보았습니다. 그 속에 두려움이 녹아 있었습니다. 그들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말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그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국민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줘야 했습니다. 거리의 시민들은 엄청난 공포와 대치 중이었습니다. 그는 만화 속에서 공포를 지우기로 결심했습니다. 독재자의 얼굴을 그리기로 마음먹은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검열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어느 시리아 가수가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정권을 비판하는 노래를 부르던 그의 성대는 찢어져 있었습니다. 파르잣은 지뢰밭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의 얼굴을 그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괴한들에게 납치됐습니다. 대통령 수하들이었습니다. 만화가의 셔츠는 곧 온통 피로 물들었습니다. 그의 양 손가락이 부러졌습니다. 그는 초주검 상태로 인적 드문 길가에 버려졌습니다. 곧 피투성이로 병상에 누운 파르잣의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전 세계가 분노했습니다. 그의 만화에 화답하듯, 어느덧 시위 곳곳에는 알아사드의 면상이 그려진 캐리커처가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만화가들은 파르잣의 부러진 손가락을 그리며 시리아의 민주주의를 응원했습니다.



그로부터,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민주주의를 되찾지 못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난민이 되었습니다. 2023년, 오랜만에 외교 무대에 등장한 시리아의 독재자는 ‘평화와 번영’을 외쳤습니다. 자국민은 고통받는데, 자기 혼자 외국에서 평화와 번영이라니, 이런 미친 쉭히가 진짜 주둥이를 확...

알리 파르잣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들이 나를 쫓아왔다, 분명, 만화는 힘이 있다.’ 그들은 예술가들을 괴롭힘으로써 증명했습니다. 예술의 영향력을 두려워한다는 것을요. 이를 알기에, 파르잣은 쉼 없이 시리아를 그립니다. 독재자의 얼굴을 그리고 있습니다. 알리 파르잣 선생께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암요! 그런 인간은 계~~~~~속 그려줘야 합니다.


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li_Farzat#/media/File:Ali_Ferza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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