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뜨개질

by 꿈꾸는기리니

엄마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코바늘 뜨개질이다. 손녀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었던 엄마.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엄만 손녀에게 줄 겨울 모자며, 털 신발을 부지런히 떴다. 매일 한 켤레, 두 켤레씩.


‘조이 신발이야. 오늘도 계속 뜨고 있어.’

‘너무 예뻐요. 무리하지 마 엄마.’

‘힘들지 않아. 재밌어.’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울에 있을 때 엄마에게서 사진과 함께 메시지가 왔다. 코로나 여파와 몸이 아픈 엄마는 손녀를 직접 보러 올 수 없었다. 오직 사진과 영상을 통해서만 손녀의 모습을 봐야 했다. 출산의 고통으로 녹초가 된 딸의 모습도, 그토록 기다려왔던 손녀도 직접 볼 수 없었다. 보고 싶다는 열망과 언젠가는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 엄만 그 커지는 마음을 한 땀 한 땀 뜨개질로 담아냈다. 아이 백일상에 올리라고 택배로 보낸 흰색, 분홍색, 노란색의 알록달록한 작은 털신발과 털모자였다. 엄마의 마음만큼이나 촘촘히 떠져있는 선물들이었다. 몸도 아픈 엄마가 힘든 줄도 모르고 뜬 특별한 것들이었다. 엄마의 노고와 사랑이 전해져 와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그 예쁜 선물을 딸 백일상에 고이 올렸다.



얼마 전 친정에 내려왔다. 엄마는 돋보기안경을 코끝까지 내려쓰고 무언가 열심히 뜨고 있었다. 코바늘 뜨개질 관련 콘텐츠를 유튜브로 구독 중이었다. 엄마는 유튜브를 보며 독학하며 떴다고 한다.


"이번에는 네 여름 모자 하나 떠주려고."

"엄마, 예쁘게 떠 줘."


요즘 난 엄마가 손수 떠 준 모자를 줄기차게 쓰고 다닌다. 마트에 갈 때도, 동네 산책을 갈 때도, 운전연습을 하러 갈 때도 말이다. 옅은 베이지색의 모자가 어떤 옷을 받쳐 입어도 통통 튀지 않고 무난히 잘 어울린다. 아이를 낳고 잔디가 무성히 자라고 있는 못난이 얼굴을 가리기에 안성맞춤이다.

두상의 모양대로 힘없이 떨어져 버리는 챙 때문에 시야의 반을 가린다는 큰 맹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운지 모자를 쓰기만 하면 아빠는 ‘그게, 뭐냐. 벗으면 안 돼?’라며 피식 웃고 핀잔을 준다.

하지만 난 이 모자가 꽤 마음에 든다. 나름 멋있고 특별하다.

아픈 엄마가 힘든 줄도 모르고 뜬 거라서.

엄마의 그 마음 너무나도 느껴지는 세상에 하나뿐인 모자라서.

누가 뭐래도 난 오늘도 꿋꿋하게 엄마표 모자를 쓰고 외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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