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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기리니 Jul 14. 2021

- 길고 길었던 일주일

만삭 임산부의 독박 육아는 힘들어

 지지난 주 아이가 코감기 기운이 있어서 병원에서 5일을 꼬박 약을 타다 먹었다. 아이의 상태가 얼마나 호전이 되었는지, 항생제를 비롯해 약을 이제는 끊어도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어린이집 등원 전 병원을 찾았다.


"코감기는 이제 다 나았는데, 혀와 목에 염증이 보여요. 구내염 아니면 수족구 초기 증상 같아요."

".... 네? 구내염, 수족구요?!"

"네. 아직 손발에 수포는 없어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구내염과 수족구는 사촌지간이라고 보면 되는데....(중략)... 전염성이 있어서... 힘드시겠지만 당분간 어린이집 보내지 마시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께 아이의 진료상황을 알리고 아이와 함께 챙겨 나갔던 어린이집 가방이며, 낮잠이불을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어린이집 안 갈 거야. 엄마랑 놀자."


 현관문을 열자 남이 보면 창고인지 쓰레기장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이곳이 우릴 맞아주고 있었다. 등원하지 못할 거라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에 미룬 흔적들이었다. 개수대에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와 쌓여있는 그릇들, 거실 여기저기 젖은 수건과 늘어진 옷가지들이 한데 엉켜있었다. 등원 전까지 아이가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들은 거실이며 방이며 어지럽게 나뒹굴어져 있었다.


'휴... 오늘 하루는 어떻게 지내야 하지?'


 내 마음을 알턱이 없는 아이는 신이 나는 지 나뒹굴어진 장난감들 속으로 다이빙하며 함께 뒹굴었다.

 

 순간 머릿속이 새카매졌다. 우선 급한 빨래들을 세탁기 속으로 집어넣고, 아이에게 뽀로로 영상을 틀어주고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15분을 혼자 놀더니... 심심했는지 설거지하는 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매달리며 이내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00아, 엄마 설거지만 하고 바로 놀아줄게. 조금만 기다려줄 수 있어?"

"엄마, 엄마~ 엄~~~~~~~마~"


 나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도통 들으려 하지 않았다. 싱크대에서 나를 떨어뜨리려는 게 목적이라는 듯, 온몸으로 사력을 다해 나를 밀치고 매달렸다.  


"알았어. 엄마 설거지 다 했어. 기다려줘서 고마워. 엄마랑 나가자."


설거지를 가까스로 다 끝내고,  다급해진 나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인... '엄마랑 나가자~!'를 외쳤다.


한적한 아파트 단지 놀이터를 찾았다. 오전이 다 가기도 전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나와는 달리 아이의 표정은 해를 품은 듯 밝았다.


'그래. 너만 좋다면... 엄마는 조금 피곤해도 괜찮아.'


 만삭의 몸으로 아이를 들어 미끄럼틀을 태워주고, 놀이 기구를 태워줄 때면... 헉헉 하는 소리가 마스크 밖으로 나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 그런 내 속을 알 턱이 없는 아이는 '우어 어어~~~' 세상에서 제일 신난 소리를 지르며 이리저리 놀이터를 누비고 다녔다. 행여나 아이가 넘어질까, 엉뚱한 곳으로 가서 위험에 빠지진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에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아이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녔다.


 그렇게 하루에 적게는 두 번, 많게는 세 번까지도 아이와 함께 놀이터로 향했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와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는 것은 아이에게나 나에게나 고역이었다.


 아침 7시에 시작된 하루 일과는 아이가 잠든 밤 9시가 되어 끝이 났다. 그렇게 아이와 씨름하며 보낸 평일이 지나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이 돌아온 것이다. 주말이면 남편이 쉬어 공동육아로 육아에 대한 부담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혼자 하는 육아가 아닌 같이 하는 육아로 둘이 아닌 셋으로 주말을 보냈다.


 주말 저녁, 졸음이 몰려왔다. 아이가 자기 전까지는 육퇴가 아닌데... 아이의 저녁밥을 차리는 데 참을 수 없는 피로에 하품이 절로 나오고 그로 인해 눈에는 피곤의 눈물이 수시로 고였다.  엄마의 노고 함을 아는지 다행히도 목욕을 마친 아이가 일찍 잠들었다. 덩달아 파김치가 돼버린 나도 일찍 잘 요량으로 잠자리에 누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피곤하니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임신한 몸의 호르몬 때문인지... 내 몸은 찜솥이 된 마냥 온몸에서 열이 푹푹 났고, 다리는 퉁퉁 부어 무거워졌다. 커진 배로 인해 오른쪽 갈비뼈 밑이 수시로 저려왔다. 똑바로 누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대론 새벽 늦게까지 못 자겠다 싶어 아이가 자고 있는 방바닥으로 내려갔다. 방문 앞에 옆으로 누워 찬바람을 맞으며 잠자리에 겨우 들었다.  




"당신 얼굴이 왜 이래. 얼굴크기가 3배나 커진 것 같아."

"으응~?"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내 얼굴을 보고 놀란 남편이 한마디 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밤사이 누군가 내 얼굴에 주먹을 휘갈기고 간 것만 같았다. 눈두덩이를 비롯해 얼굴이 퉁퉁 부어있었다.


'임신 막달에는 잘 붓는다는데... 내가 그런 건가. 아니면 지난주 독박 육아의 여파인가.'


퉁퉁 부은 얼굴을 들여다 보고, 오늘은 기필코 아이를 등원시키리라 다짐했다.(등원의 여부는 내 의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아직 목에 염증은 남아있는데, 그래도 낫는 과정 중이라...

일상생활하면 될 듯해요."

"그럼... 어린이집 보내도 되는 거죠?"

"네. 오늘부터 보내도 돼요."


'야호!'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보는 눈이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을지도 모른다.


"00아, 오늘은 친구들 만나러 어린이집 가자!"


길고 길었던 독박 육아의 한 주가 끝나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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