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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기리니 Oct 21. 2021

- 빼앗긴 왕좌의 슬픔

분리불안&야경증

 "엄마 안아. 엄마 안아"

"ㅇㅇ아 엄마 여깄어~"

"아니야~아니야~~ 으아앙~~"


 밤 12시에서 새벽 1시 사이.

매일 이 시간 아이가 깨어난 지도 어언 두 달이 되어간다.


 아이는 잠이 들고 두어 시간이 흐르면 어김없이 늘 비슷한 시간대에 울면서 일어났다. '엄마 여기 있으니 안심해' 말하고 안아줬지만 아이는 공포에 사로잡힌 마냥 악을 쓰고 몸을 뒤로 젖히며 울어댔다. 심할 때는 새벽에 자고 있던 방에서 뛰쳐나가 '밖에 가, 까까, 우유 등등'을 요구하며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낮의 생떼와 변덕에 비할 것이 안 되었다.


 처음엔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싶었다. 하지만 매일 밤의 전쟁은 이 주, 삼 주가 지나고...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계속되었다. 매일 밤마다 20분씩 악을 쓰며 울어대는 아이를 지켜보는 일은 버거웠다. 아이를  달래 보기도 하고 다그쳐보기도 했다. '오늘 밤은 무사히'라는 바람과는 달리 아이의 증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지쳐 버린 심신은 끝끝내 터져 남편과 함께  아이를 붙들고 울어버린 도 있었다.


 혹시나 아이에게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염려되어 소아과를 찾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시간이 약이라는 것이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으레 겪을 수 있는 몽유병 비슷한 것이라고, 말문이 트이면 덜 할 수 있다고 했다. 낮에 억울한 일 없게 해 주고 혼내지 말라는 말과 덧붙여서.


 80일 전  후 처음으로 첫째 아이와 2주 동안 분리를 겪었다. 아이는 내가 없는 동안 열감기를 심하게 앓았고, 꼬박 6시간씩 일주일을 수액 치료를 받았다. 2주 뒤 아이를 다시 만났지만... 낯선 존재와 함께 나타난 엄마의 등장에 아이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출산 전부터 동생의 존재에 대해 말해주었지만 19개월 아이가 받아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모유수유하려고 하면 아이는 눈으로 레이저를 쏘고 있었다. 마에게 밀착돼 모유를 먹고 있는 존재가 영 달갑지 않았다. 할머니, 아빠가 둘째에게 웃어주거나 안아주면 아이는 심각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자신만 바라보던 이들의 관심이 새어나가는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재접근기에 놓여있 첫째 아이의 떼와 울음은 동생이란 존재 때문에  더 극대화되었다. 슨 일을 하든지 어느 때든지 아이는 '엄마 엄마' 부르며 껌딱지 모드 변덕은 죽을 끓었다.


 그 전에도 아이는 혼자 길게 놀지 않았고 엄마를 자주 찾는 아이여서 껌딱지 모드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죽 끓듯한 변덕을  맞춰주기엔 너무나 버거웠다.


"엄마 물, 물~~"

"물 줄까"

"응!"

"(대령) 도리도리"

"맘마 맘마"

"맘마 먹을래?"

"응!"

"(맘마 대령) 악! (도리도리, 혀로 뱉어버림)"

"00아 네가 맘마 달라며 왜 안 먹어!"

"아앙~~~!!(소리 지르며 뒤로 발라당 드러눕기)"


 아이는 물, 귤, 빵, 우유 등등을 달라고 했다가 막상 갖다 주면 이것이 아니라며 뱉거나 던지는 등 거부를 했다. 런 아이의 변덕을 다 받아주다가도 지쳐서... 아이에게 한 소리하면 아이는 서러움의 눈물을 똑똑 흐르며 목놓아 울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밖에 나가자는 시그널을 보내서 막상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하면... 구석으로 도망가서 나가지 않겠다며 버텼다. 개구리도 이런 청개구리가 없었다. 매일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니 심신이 지쳐갔다. 순간순간 아이에게 소리치기도 했고 무관심으로 대응해보기도 했다. 이와의 대치 상황만 늘어갈 뿐...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대로 둬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맘 카페엔 우리 아이처럼 일정한 시간대에 깨는 아이들의 사연이 꽤 많았다. 한의원에서 손을 따니 안 그러더라. 유명한 한의원에서 약을 먹고 나았다. 등등 엄마들 저마다의 경험담이 줄을 이었지만... 가장 공통된 의견은 시간이 약이라는 것이었다. (아이가 5살이 되니 거짓말처럼 밤에 깨서 우는 일이 없어졌다는 글도 종종 보였다.)


  주변 선배 부모들 둘째는 그때는 기억을 못 하니 무조건 첫째에게 포커스를 맞춰주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아이가 스트레스받을 상황을 줄이자는 생각에 40일 만에 둘째 단유를 결정했모든 양육의 포커스를 첫째에게 맞추로 했다.


  그렇게 결정했지만 힘든 시간을 견디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정말 시간밖에 답이 없는 걸까. 새벽마다 한두 번 많게는 서너 번도 깨는 걸 짧으면 몇 달 길면 앞으로도 몇 년 더 겪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이게 길어지면 아이의 정서와 신체적 발달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걱정되었다. 벽에 깨어 우는 일은 두 달이 다 되어가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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