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이 꼭 필요할까?

-진짜 놀이를 하고 싶어서

by 생각많은 하이맘

“애 둘인데, 장난감이 별로 없네?!”

“장난감이 너무 없어도 좀 그래.”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 지인들은 장난감이 적어야 한다는 내 생각에 놀라거나 오롯이 동의하지 못한다.

우리 집은 아이 둘을 키우는 집임에도 장난감이 별로 없다.


애초에 ‘장난감을 사주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은 없었다. 물론 지금도 기념일에는 사주곤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타협 혹은 어떤 보상의 수단으로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다. 아이에게 찰나의 기쁨을 주기 위해 혹은 아이와 실랑이하기 싫어서 지불했던 비용은 결국엔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없었다.


소비, 그 순간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가 장난감을 손에 쥐게 되었을 때 그 환한 표정은 엄마에게도 기쁨과 흐뭇함으로 다가온다.


아이가 기뻐하는 걸 보는 것도 좋고,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줬다는 생각에 좋은 엄마가 된 것만 같다.


아이는 새로운 걸 접할 때마다 소유하고 경험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호기심이 충족되면 다른 새로운 것들을 요구했다.


등원 길에 눈에 띄게 놓여있던 뽑기 기계는 아이에게 최대의 유혹거리였다. 알록달록 색깔의 버튼과 삐용 뽀뽀록 뿅뿅! 효과음은 아이는 물론 엄마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천 원이라니.


천 원의 행복!


난 아이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고 싶어서... 천 원의 행복을 마다하지 않는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천 원으로 얻은 장난감의 수명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쉽게 부러지거나 뜯어졌다.

행복의 순간은 늘 찰나에 불과했다. 잘 가지고 노는 건 일주일 남짓. 그 이후에는 공간을 차지하는 짐으로 전락한다. 아이의 관심을 받지 못한 장난감은 여기저기 집안 곳곳을 뒹굴러 다니다가 잃어버리거나 고장 나거나 결국에는 쓰레기통으로 향하게 되는 장난감의 운명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청소를 하다 종량제봉투에 들어가 있는 장난감의 운명을 목도하는 건 씁쓸하기 그지없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버려지는 것인가? 이러려고 사준 게 아닌데’라는 생각에 회의감도 든다.


몇 번의 예쁜 쓰레기를 사는 경험을 통해 더 이상 장난감을 무분별하게 구매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생산을 해야 애착을 더 많이 갖습니다. 자기가 만들어 봐야 되는데 만들 필요가 없는 거예요.... 장난감이 많으면 관심이 분산되는 거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져요. 애착을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없어지게 되는데, 이게 가장 큰 문제예요.

-EBS [하나뿐인 지구] 미니멀 육아, 장난감 없이 살아보기/김영훈 교수


며칠 전 [하나뿐인 지구] 미니멀 육아, 장난감 없이 살아보기 편을 시청했다. 이 영상을 보고 장난감을 되도록 사주지 않는 나 자신을 칭찬했다. 육아에 정답은 없기에 매 순간 흔들릴 때도 있지만 스스로 잘하고 있다 독려했다.


갑자기 장난감이 없어지면 할 일이 없어지겠죠? 그렇게 되면 다른 일을 찾게 됩니다. 부모님에 더 많이 매달릴 거예요. 처음에는. 그 시간이 생각보다 상당히 깁니다. 부모님 하고 장난감 없이 지내는 시간이 있다 보면 아이는 또 그렇게 노는 것에 적응이 되면서 스스로 혼자서 장난감 없이 놀 수 있게 돼요.

- EBS [하나뿐인 지구] 미니멀 육아, 장난감 없이 살아보기/김영훈 교수

물론 장난감이 사라지면 부모는 더 아이들과 적극적으로 놀아야 한다. 함께 놀이에 임해야 한다. 놀이를 찾고, 필요에 따라 같이 만들기도 하면서 말이다.

병원놀이_ 첫째가 만든 링거

장난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 집 아이들은 미술놀이, 역할극, 요리, 책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심심해요. 놀아줘요.’를 남발할 때마다 머리가 아파왔지만... 아이들도 나도 점차 적응을 해가며 무언가를 만들고 이야기하고 노는 것에 더 흥미를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아이들은 다시 말한다.


“심심해요. 놀아줘요.”


그럴 때면 나는 잠시 흔들린다. 다른 집에는 더 많은 장난감이 있을 텐데, 혹시 내가 아이들의 즐거움을 제한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스친다.


특히 친구 집에 다녀온 날이나, 화려한 장난감이 가득한 공간을 보고 온 날이면 아이들의 눈빛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쓰인다. 무언가를 더 사줘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아이들은 다시 자기들만의 놀이로 돌아간다. 재활용으로 만든 것을 역할극에 이용해서 놀기도 하고 한참을 떠들고 웃는다. 아이들이 심심한 시간을 느끼고 견디고, 또 어느 순간 놀이를 생각해 내고 주도하게 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넘쳐나는 장난감이 아니라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과 여백이 아닐까.


조금 부족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빈자리를 아이들의 상상력이 채워가는 모습을 나는 여러 번 보아왔다.

그래서 이제는 예전처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장난감이 꼭 필요할까?


아직도 가끔은 고민하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지금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믿는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찐하게 상호작용하며 함께 우리의 시간들을, 추억들을 쌓아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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