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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기리니 Sep 25. 2023

장난감이 꼭 필요할까?

-진짜 놀이를 하고 싶어서

“애 둘인데, 장난감이 별로 없네?!”

“장난감이 너무 없어도 좀 그래.”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 지인들은 장난감이 적어야 한다는 내 생각에 놀라거나 오롯이 동의하지 못한다.     

우리 집은 아이 둘을 키우는 집임에도 장난감이 별로 없다.      


애초에 ‘장난감을 사주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은 없었다. 물론 지금도 기념일에는 사주곤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타협 혹은 어떤 보상의 수단으로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다. 아이에게 찰나의 기쁨을 주기 위해 혹은 아이와 실랑이하기 싫어서 지불했던 비용은 결국엔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없었다.


소비, 그 순간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가 장난감을 손에 쥐게 되었을 때 그 환한 표정은 엄마에게도 기쁨과 흐뭇함으로 다가온다.


아이가 기뻐하는 걸 보는 것도 좋고,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줬다는 생각에 좋은 엄마가 된 것만 같다.     


아이는 새로운 걸 접할 때마다 소유하고 경험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호기심이 충족되면 다른 새로운 것들을 요구했다.


 등원 길에 눈에 띄게 놓여있던 뽑기 기계는 아이에게 최대의 유혹거리였다. 알록달록 색깔의 버튼과 삐용 뽀뽀록 뿅뿅! 효과음은 아이는 물론 엄마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천 원이라니.      


천 원의 행복!      


난 아이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고 싶어서... 천 원의 행복을 마다하지 않는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천 원으로 얻은 장난감의 수명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쉽게 부러지거나 뜯어졌다.     

 

행복의 순간은 늘 찰나에 불과했다. 잘 가지고 노는 건 일주일 남짓. 그 이후에는 공간을 차지하는 짐으로 전락한다. 아이의 관심을 받지 못한 장난감은 여기저기 집안 곳곳을 뒹굴러 다니다가 잃어버리거나 고장 나거나 결국에는 쓰레기통으로 향하게 되는 장난감의 운명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청소를 하다 종량제봉투에 들어가 있는 장난감의 운명을 목도하는 건 씁쓸하기 그지없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버려지는 것인가? 이러려고 사준 게 아닌데’라는 생각에 회의감도 든다.


몇 번의 예쁜 쓰레기를 사는 경험을 통해 더 이상 장난감을 무분별하게 구매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생산을 해야 애착을 더 많이 갖습니다. 자기가 만들어 봐야 되는데 만들 필요가 없는 거예요.... 장난감이 많으면 관심이 분산되는 거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져요. 애착을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없어지게 되는데, 이게 가장 큰 문제예요.

 -EBS [하나뿐인 지구] 미니멀 육아, 장난감 없이 살아보기/김영훈 교수     


며칠 전 [하나뿐인 지구] 미니멀 육아, 장난감 없이 살아보기 편을 시청했다. 이 영상을 보고 장난감을 되도록 사주지 않는 나 자신을 칭찬했다. 육아에 정답은 없기에 매 순간 흔들릴 때도 있지만 스스로 잘하고 있다 독려했다.      


갑자기 장난감이 없어지면 할 일이 없어지겠죠? 그렇게 되면 다른 일을 찾게 됩니다. 부모님에 더 많이 매달릴 거예요. 처음에는. 그 시간이 생각보다 상당히 깁니다. 부모님 하고 장난감 없이 지내는 시간이 있다 보면 아이는 또 그렇게 노는 것에 적응이 되면서 스스로 혼자서 장난감 없이 놀 수 있게 돼요.  

- EBS[하나뿐인 지구] 미니멀 육아, 장난감 없이 살아보기/김영훈 교수     

물론 장난감이 사라지면 부모는 더 아이들과 적극적으로 놀아야 한다. 함께 놀이에 임해야 한다. 놀이를 찾고, 필요에 따라 같이 만들기도 하면서 말이다.

병원놀이_ 첫째가 만든  링거

장난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 집 아이들은 미술놀이, 역할극, 요리, 책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심심해요. 놀아줘요.’를 남발할 때마다 머리가 아파왔지만... 아이들도 나도 점차 적응을 해가며 무언가를 만들고 이야기하고 노는 것에 더 흥미를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아이들이 심심해하는 순간도 있다. 그러면 그 순간을 내버려 둔다. 아이가 심심한 시간을 느끼고 견디고, 또 생각할 수 있게. 그러면 어느 순간 아이가 놀이를 생각해 내고 주도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기한테 필요한 놀이,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를 기가 막히게 알 수 있는 영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한테 맡겨 두시면 돼요. 이게 진짜 놀이예요.

- EBS[하나뿐인 지구] 미니멀 육아, 장난감 없이 살아보기 /이영애 교수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장난감의 자리를 부모님과의 상호작용으로 채워주면 된다고. 아이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놀이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맡겨주면 된다고 말이다.      


오히려 상호작용이 많은 아이들이 더 건강해지고 더 행복해질 수 있고, 생활 속의 모든 것이 놀이가 된다고 말이다.      


육아에 정답은 없고, 방법은 다양하다.

그래서 늘 어렵다.     


신생아였던 아이들이 어느새 4살이 되고, 3살이 되고 보니...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언제 키우지?라고 생각했던 그 과거가 종종 그립다.         


또 다른 후회를 낳고 싶지 않아서

지금 이 순간의 아이들의 모습을 오래도록 눈에 담아두고 다. 난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찐하게 상호작용하며 함께 우리의 시간들을, 추억들을 쌓아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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