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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기리니 Oct 10. 2023

20평 아파트 네 식구가 삽니다.

우리 이사 갈까?     


우리 가족은 나, 배우자, 4살, 3아이 둘 네 식구다. 방 2개, 화장실, 기다란 거실 구조의 51형 임대 아파트에서 산다.     


“우리 24평으로 옮길까?”      


설거지를 하다가 뜬금없이 남편에게 물었다.     


“응.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앞으로 짐도 더 늘어날 거고.”     


우리는 기본적으로 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첫 신혼집은 실평수 11평의 작은 집이었다. 작은집이었지만 둘이 있을 땐 만족하며 살았다. 무엇보다 남편도 나도 물건을 사는 걸 즐겨하지 않는다. 옷도 1년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사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는 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아이들 물건 역시 꼭 필요한 것들만 들이는데 그 꼭 필요한 것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크면 클수록 더 짐이 늘어날 것이다. 우리는 이사를 고민했다. 임대아파트는 살다가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면 평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우리는 첫째가 태어나고 입주했고, 둘째는 입주 이후에 출산했기에 평수 업그레이드조건에 부합했다. (현재는 20평에 살고 있으니, 우리가 원한다면 한 단계 위인 24평 구조로 옮길 수 있다.)      


24평은 방이 3개였다. 나는 틈 날 때마다 24평 구조의 설계도를 쳐다보았다. 방 하나는 안방으로 다른 방들은 아이들 방과 창고 방으로 쓸 수 있다. 우리 집의 가구와 짐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꾸미면 좋을지 머릿속으로 그리기도 했다. 머릿속으로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도 마음 한 편에는 부담감이 있었다. 이사를 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에겐 어린아이 둘이 있다. 이사를 한다면 아이들이 어린이집 간 시간 안에 빨리 이사를 마치거나 누군가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이사를 해야 한다. 이사를 한 후 당분간은 집을 정리하고 손봐야 한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이 모든 것들을 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사를 하고 싶다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공가세대가 먼저 나오고 대기 순번대로 입주를 하기 때문에 빠르면 6개월에서 기본 1년은 기다려야 했다.


사실 위의 이유들은 잔가지 같은 핑계들이고, 제일 망설여지는 이유는 비용이었다. 몸은 몸대로 고생하고 어디로 새어 나갔는지 모르게 몇 백은 우습게 깨져있을 그 비용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졌다. 한번 이사하면 입주청소비, 포장 이사비, 집에 맞는 살림살이 구비 등등... 아무리 아낀다고 해도 300-400만 원은 족히 넘게 들 것 같았다. 이사는 외벌이인 우리 집에 여간 부담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당장 살집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임대아파트의 장점은 조건에만 맞으면 10년은 이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사 온 지 3년 만에 또 이사를 생각한다는 게 아쉽기도 했다.     


“여보, 나 생각해 봤는데... 이사하면 좋긴 한데 비용적인 부분이 부담이 많이 될 것 같아.”

“아무래도 그렇지.”

“조금 더 살아보면서 생각해 보자.”     





돈이 없지, 집이 없나?     


“엄마 우리 집은 왜 작아요?”

“우린 언제 이사 가요?”

“다음엔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 가요.”     


이사 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첫째의 뜬금없이 훅 들어오는 질문에 여전히 확신에 찬 답을 찾지 못해 머릿속이 갈팡질팡할 때가 많다. 아이들도 자라감에 따라 활동반경도 넓어지고 보는 눈도 생겨 집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나 보다. 왜 우리는 작은집에 사는지, 이사는 언제 가는지 물어 올 때마다... 뭐라고 답 해줘야 하나 생각이 잠긴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또다시 스멀스멀 올라온다.


‘돈이 없지, 집이 없나?’라는 나의 속마음을 아이에게 말해줄 수도 없다.    




작은 집이 이런 나에겐 딱이다

     

하지만 난 이제 작은 집이, 간소한 살림이 꽤나 마음에 든다.(는 정신승리이고) 살림을 하다 보니 나에게 작은집, 간소한 살림이 그럭저럭 나에게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물건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크지 않다. 신제품에 대한 욕심이 없는 편이다. 필요한 것들은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이라는 생각에 미리사서 쟁여두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공간이지 짐이 사는 공간이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또 난 엄청난 저질체력의 소유자이다. 이 정도의 체력으론 요만큼의 살림이 딱 내 분량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주업은 집안일과 육아인데 저질체력인 내가 다 해내려면 일의 양을 줄여야 했다. 지금 우선순위는 집안일보다는 3살, 4살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 아이들을 양육하는 일이다. 그러면 아이들을 양육하는 일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 집안일을 간소하게 하는 것이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더 이상 짐을 늘리지 말고, 있는 것들은 잘 정리하면서 이 집에서 간소하고 정갈하게 더 살아보기로 말이다. 아직 아이들도 어리니까. 주어진 환경에서 이사대신 정리를 잘해보기로 했다.


사람과 집은 꾸미기 나름이라지 않던가.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청소를 하고 집을 정리하며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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